박현주 회장 장남, 미래에셋증권 PI 합류…‘전문경영’ 원칙 흔들리나

  • 등록 2026.01.06 04: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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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 없다’ 공언 뒤 핵심 투자부서 배치
미래에셋증권 PI, 그룹 전략의 심장부
지분 증여 전력 겹치며 승계 의혹 재점화
이해상충·내부통제 강화 요구 커져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의 장남 박준범 씨가 새해부터 미래에셋증권의 핵심 조직인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 배치되면서, 그룹이 강조해 온 ‘전문경영인 체제’와의 충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2일부터 미래에셋증권 PI 부문에서 선임 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혁신기업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 보강”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핵심 부서 실무 배치를 단순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PI 부문은 미래에셋증권이 자체 자본을 활용해 혁신기업과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조직으로, 그룹 내에서도 전략적 중요도가 가장 높은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오너 2세의 합류는 사실상 경영 참여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93년생인 박 씨는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넷마블을 거쳐 2022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입사했다. 이후 비상장·ICT 기업 투자 심사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이번 인사로 PI 부문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과 사후 관리에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 회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2세 경영은 없다”며 “자녀는 이사회 역할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는 점이다. 장남이 그룹의 ‘투자 심장부’로 불리는 핵심 부서에서 실무를 맡게 되면서, 과거 발언과의 괴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고모로부터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3.33%를 증여받아 2대 주주로 올라섰다가, 올해 3월 증여가 취소되는 과정을 겪은 바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축에 해당하는 회사로, 당시에도 승계와 관련한 해석이 뒤따랐다.

 

미래에셋컨설팅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특성상, 오너 일가의 투자·지분 행보는 시장의 예민한 감시 대상이다. 특히 PI 부문은 회사 자본을 직접 운용하는 영역인 만큼 이해상충과 내부통제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다른 조직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가 핵심 투자 부서에 참여할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와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강조하는 투명성·독립성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판단의 독립성과 정보 공개가 명확히 담보되지 않으면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경영 승계와는 무관한 인사”라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자녀들은 이사회 차원의 역할만 수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핵심 투자 부서 배치와 과거 지분 이슈가 맞물리며, 이번 인사를 ‘경영 수업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오너 일가와 관련된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 보장과 외부 감시 강화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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