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설 연휴을 앞둔 14일, 영광굴비골영광시장과 영광터미널시장은 오랜만에 명절다운 온기를 되찾았다. 조기와 굴비를 고르는 손길은 분주했고, 떡집 앞에서는 갓 쪄낸 김이 피어올랐다.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표정에는 묘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이번엔 좀 다르다”는 공기가 확실히 흐른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전남형 기본소득’이 있다. 영광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영광사랑카드로 지급했다. 사용 기한은 6월 말까지지만, 설을 앞두고 소비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체감 경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숫자보다 먼저 반응한 건 시장의 분위기다. 말 그대로 소비 텐션이 살아났다.
신청 기간을 2월 20일까지로 연장한 조치도 흐름을 받쳤다. 명절 특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덕분에 더 많은 군민이 혜택을 챙겼고, 자금은 곧장 지역 상권으로 스며들었다. 돈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골목의 체온도 함께 오른다.
상인들의 반응은 솔직하다. 영광사랑카드 결제가 눈에 띄게 늘었고, 망설이던 손님이 한 품목을 더 담는 장면도 자연스러워졌다. 이른바 ‘장바구니 업그레이드’다. 거창한 경제 지표를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상인 얼굴이 먼저 달라졌으니까.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현장 행보도 이어졌다. 13일에는 공직자와 유관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전통시장 장보기에 나섰다. 제수용품과 굴비 등 특산물을 지역화폐로 구매하며 사용을 독려했다. 보여주기식 참여가 아니라,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여기에 1만 원 환급행사까지 더해졌다. 이틀간 두 시장에서 5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영광사랑상품권 1만 원권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조건은 명확하다. 시장별 영수증 합산은 불가, 예산 소진 시 조기 종료. 실험적 성격이 강한 만큼 현장 반응을 토대로 보완 여부를 가늠할 전망이다. 일종의 소비 부스터다.
온라인 채널도 가세했다. 영광군 공식 쇼핑몰 영광몰에서는 설맞이 특별 할인전이 20일까지 이어진다. 굴비와 모싯잎 송편, 한우 등 지역 농수축산물을 최대 35% 할인해 선보이며 가격 부담을 낮췄다. 농어업인에게는 판로 확장, 소비자에게는 실속 구매.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전통시장 환급행사, 공직자 장보기, 온라인 할인전, 기본소득 지급과 신청 연장. 각각 흩어진 정책처럼 보이지만, 흐름을 따라가면 하나의 설계가 보인다.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다시 상권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 단발성 이벤트로 끝낼 생각은 아니라는 신호다.
명절 특수는 길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서 형성된 소비의 결은 오래 남는다. 기본소득이라는 마중물이 일회성 반짝 효과에 그칠지,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운영에 달렸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이번 정책을 현금 지급을 넘어선 지역경제 설계로 규정했다.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드는 실험’이라는 설명이다. 소비가 곧 민생이라는 판단 아래, 전통시장과 온라인 유통을 함께 묶어 순환 고리를 그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 대목은 짧지만,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이번 설이 영광 상권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