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필의 IP 인사이트] K-배터리 초격차, ‘특허 그물망’이 지켜낼 수 있나

  • 등록 2026.04.04 17: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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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음극재·전고체 배터리… 기술 초격차 세계 주목
핵심 인력 포섭·설계도 유출… 기술 탈취 현실화
징벌적 배상 5배·국가핵심기술 지정… 보호 장치 강화
단일 특허 한계…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 방패

전 세계가 한국 배터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는 실리콘 음극재부터 화재 위험을 낮추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우리 기업이 쌓아온 기술적 성취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 성취는 동시에 기술 탈취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전고체 배터리 핵심 데이터를 해외로 빼돌리려던 시도가 적발됐고, 외국 기업이 국내에 위장 연구소를 세워 핵심 인력을 포섭하며 제조 공정 설계도 등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탈취한 사례도 확인됐다. 기술을 완성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설계도 한 장이 국경을 넘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한 것이 현실이다.

 

지식재산권 현장에서 바라본 가장 뼈아픈 지점은 과거 제도의 ‘경제적 유인 구조’였다. 기술을 훔쳐 얻는 이익이 법적 배상액보다 크다면 침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은 제재가 아니라 ‘저렴한 사용료’에 가까웠고, 적발되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특히 해외 경쟁사들이 특허 무효 심판을 반복 제기하며 권리를 흔드는 상황에서, 단일 특허에 의존한 방어 전략은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되기 어려웠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제도는 점차 보완되고 있다. 영업비밀 및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강화됐고, 배터리와 같은 전략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 이전 시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또한 특허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5배까지 인정하는 법 개정은 기술 무단 활용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기술 탈취를 기업 간 분쟁이 아닌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는 어디까지나 침해 이후에 작동하는 ‘사후적 대응’에 가깝다. 기술이 한 번 외부로 유출되면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어렵다. 결국 1차 방어선은 보안과 영업비밀 관리에 있고, 시장 경쟁이 시작된 이후 이를 지켜내는 최후의 방패는 ‘특허 포트폴리오’다. 핵심 소재와 제조 공정, 응용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촘촘한 특허 구조가 구축될 때 비로소 외부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단일 특허에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

 

기술은 개발되는 순간부터 보호의 대상이 된다. 보안과 영업비밀 관리, 그리고 특허 전략이 함께 작동할 때 기술은 비로소 완전한 보호 체계를 갖춘다. K-배터리의 초격차를 지키는 힘은 연구실의 혁신에만 있지 않다. 그 혁신을 끝까지 지켜내는 법적 구조, 즉 ‘특허 그물망’에 있다. 변리사는 그 최전선에서, 명세서 한 줄로 산업의 미래를 방어하는 파수꾼이어야 한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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