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영암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하나는 방송인 송일준 작가가 오롯이 고향을 걷고 써낸 여행기이고, 다른 하나는 발달장애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시선이지만, 공통된 주제는 ‘영암’이다. 이 책들은 지금,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고향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먼저 '남도답사0번지 영암'은 송일준 작가가 직접 발로 쓰고 눈으로 찍은 기록이다. 전 광주MBC 사장이자 영암군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그는 홍보대사 임기 중 “고향에 무엇이든 남기고 싶었다”며 영암 곳곳을 6개월 넘게 탐방했다. 어릴 적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던 풍경들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구체적인 장면으로 되살아났다.
책은 총 62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월출산 등산길에서 마주한 ‘큰바위얼굴’, 늦가을의 도갑사, 독천 낙지거리의 갈낙탕, ‘하늘 아래 첫 부처길’ 같은 숨은 길들, 최근 새롭게 떠오른 ‘카페 월요’와 ‘구림 상대포역사공원’ 같은 공간까지... 그가 본 영암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마을’이었다.
출간 이후 송 작가는 직접 디자인한 큰바위얼굴 티셔츠를 입고 오토바이로 전국을 여행 중이다. 책 속 이야기와 함께 영암을 알리는 방식도 그답다. “책 한 권으로 영암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기록 중”이라는 말처럼,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책은 ‘다름’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삼호읍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발달장애청소년 7명이 함께 만든 그림책 '별별 모습 별별 꿈'은 영암 특산물 무화과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무화과의 삶을 통해 '화이부동'(而不和同)의 가치를 전한다.
책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쓴 문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역 복지기관인 우리마을통합재가센터와 영암군이 이 작업을 도왔다. 지난해 말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공개된 이후 정식 출간까지 이어지며, 아이들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나온 문장 하나하나가 영암의 또 다른 모습이 되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두 책은 모두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익숙하지만 낯설었던 고향 영암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두 시선은, 그 자체로 지역이 가진 서사이자 매력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영암의 이야기를 각각의 방식으로 풀어낸 두 책이 매우 뜻깊다”며 “지역을 알리는 데 기여해준 송 작가님과, 그림책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 청소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고향을 기록하는 일, 고향을 꿈꾸는 일.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결국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은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