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가 우승자가 입는 흰 양복 상의에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하 사진: KPGA 제공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김재호(43)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총상금 10억 원)에서 우승했다.
김재호는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파72·7,27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까지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쳤다.
김재호는 황중곤(33), 최진호(41), 이유석(25)과 함께 18번 홀(파5)에서 1차 연장전을 벌여 버디를 잡아 정상에 올랐다. 그가 2008년 KPGA 투어 대회 이후 18년 만이다. 우승 상금은 2억 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2군 김용희 감독의 아들인 김재호는 2008년 KPGA 투어에 데뷔해 이번 대회 전까지 18년 동안 정규 투어 대회 우승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김재호가 투어 입문 후 210번째로 출전한 대회였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2년 KPGA 선수권 공동 2위와 2019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준우승이었다.
올해는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1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연장에서 세 번째 샷한 공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한 김재호는 우승을 확정한 후에 아버지 김용희 감독의 이름과 백넘버(99)가 적힌 롯데 유니폼 상의를 입고 우승을 자축했다.

김재호가 우승을 확정짓고 아버지의 유니폼을 입고 두 팔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또 16번 홀(파3)에서도 입장곡으로 롯데 응원가를 틀고 롯데 유니폼 상의를 입고 경기했다.
1982년 1월생인 김재호는 올해 KPGA 정규 투어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종전에는 6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1982년 5월생 숀 노리스(남아프리카공화국)였다.
김재호는 경기 후 TV 중계 인터뷰에서 "예전에 우승을 노리거나 성적을 내려고 욕심을 부리면 잘 안돼서, 이번에는 연장 세 번째 샷을 아무 생각 안 하고 쳤다"며 "나이가 있다 보니 우승이 어렵겠다고 자신감이 없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버티다 보니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김재호는 "아버지 유니폼을 입은 것은 제가 원래 그런 것을 못하는 성격인데, 대회 주최 측에서 (이벤트 관련) 준비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며 "또 제가 나이는 많지만, 캐릭터가 특별히 없어서 그런 '낭만 캐릭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호는 "아버지께서 평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야구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한다'고 격려해주셨다"며 "제가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도 아마 모르고 계셨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페럼클럽 16번 홀(파3) 그린 모습.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형 홀이다
그는 "체력이나 파워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집중력이 한 번씩 흐트러지는 경우가 요즘 늘어나서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위에서 '자신 있게 쳐라'는 조언도 해주셨지만, 저는 오히려 더 잘 안 되더라"며 "이번 대회는 코스도 어렵고, 최근 제 샷도 좀 안 좋아서 긴장과 걱정 속에서 샷을 한 것이 부드러운 스윙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겸손하게 우승 요인을 밝혔다.
첫 승 숙원을 푼 김재호는 "제 친한 동료 선수들에게는 평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 가는 게 목표라고 얘기했다"며 "PGA 챔피언스투어로 가는 퀄리파잉스쿨이 없어졌다고 해서 목표 달성이 좀 어려워지긴 했지만, 목표는 죽을 때까지 오래 골프 선수를 하는 것"이라고 '대기만성형' 선수다운 목표를 밝혔다.

김재호가 18번 홀(파5)에 벌어진 연장 1차전에서 세 번째 샷을 하고 있다. 김재호는 이 샷한 공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쉽게 버디를 해 우승했다. 나머지 세 선수는 버디에 실패했다
옥태훈(27)은 이븐파 288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끝내면서 올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확정했다.
올해 3승을 거둔 옥태훈은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1992년 최상호 이후 33년 만에 KPGA 투어 시즌 4승에 도전했으나 4번 홀(파4) 트리플보기로 무너져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옥태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5오버파로) 부진해 실감이 잘 안 난다"며 "올 한 해 좋은 성적으로 대상을 받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옥태훈은 "12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대비해 다음달 초 미국에 가겠다"며 "DP 월드투어는 시즌 초반보다는 훈련에 좀 집중한 뒤에 나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비해 멘털이 좋아지고, 거리도 늘면서 올해 19개 대회에서 톱10에 10번 드는 꾸준함이 생겼다"며 "올해 3승이나 대상은 생각도 못 했는데 KPGA 선수권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옥태훈의 아이언 샷
올해 KPGA 투어 신인상(명출상) 수상자는 사돔 깨우깬자나(27. 태국)로 정해졌다.
태국 선수 최초로 K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깨우깬자나는 5월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깨우깬자나는 "올해 KPGA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목표로 삼았던 신인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생활에 도움을 준 동료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한국 팬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올 시즌 신인상을 확정한 사돔 깨우깬자나가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승택(30)은 8오버파 296타, 46위로 대회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