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한정완 기자 | "지금부터 제85회 광주광역시의회 학생 모의의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의장이 선포하자, 본회의장에 앉은 40여 명의 중학생들이 일제히 집중했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이들은 시의원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었다. 우산중학교와 동아여자중학교 학생들이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광주시의회 ‘학생 모의의회’에서 이들은 진짜 의회처럼 조례안을 만들고, 자유발언을 하고, 토론과 전자투표로 안건을 처리했다.
26일과 27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이 특별한 수업의 장이 됐다. 각 학교 지역구 의원인 정다은, 임미란 의원도 참석해 학생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의회를 이렇게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참 특별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산중 학생들은 ‘AI와 함께하는 청소년 정책 참여’라는 주제로 ‘AI 활용 교육을 위한 조례안’을 상정했다. 인공지능에 익숙한 세대답게, 학생들은 AI를 교육에 적용하는 실질적 방법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도구를 넘어 함께 고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AI”를 강조했다. 동아여중은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한 실천 조례안’을 발의하며 학교 내 민주주의 문화 조성을 주제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2분 자유발언 시간도 놓치지 않았다. 우산중은 등굣길 안전 문제와 청소년의 정책 참여 필요성을, 동아여중은 미세플라스틱 위험성과 성범죄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조리 있게 발표했다. 말문을 열기까지는 긴장했지만, 발표가 끝날 무렵 본회의장은 학생들의 확신 있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의장석에 앉은 박하윤 학생(우산중)과 서민주 학생(동아여중)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발언 순서를 조율하고 토론을 진행하며 실전 같은 경험을 쌓았다. “처음엔 떨렸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책임감이 생겼다”는 박하윤 학생의 말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체험이 단순한 구경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시의회는 2005년부터 학생 모의의회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8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체험했고, 교육청과의 협업 아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는 참가 학생들의 우수 체험수기를 시상할 계획이다.
교실 밖 민주주의, 학생들은 분명히 배웠고, 또 만들어냈다. 이날 본회의장을 누빈 것은 단지 한 번의 체험이 아니라,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