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우리은행 노조 ‘불용 컴퓨터 이권’, 공공성에 그림자를 드리우다

  • 등록 2025.10.10 1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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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 컴퓨터 처분권, 노조 몫으로 배정된 유례없는 특혜 구조
임종룡·정진완 체제, 침묵으로 일관하며 공적금융 신뢰 훼손
“기부 명분 아래 숨은 이권”…투명성 없는 사회공헌은 위선
은행의 자산은 곧 국민의 신뢰 자산, 설명 책임 회피는 배신이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수년째 ‘불용 컴퓨터 처분권’을 일부 보유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업무용 PC에는 고객 정보와 내부 문서가 남을 수 있어 철저한 폐기가 필수지만, 우리은행은 이 가운데 상당량을 노조가 직접 처분하거나 기부하도록 배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에서는 “유례없는 특혜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4~5년이 지난 PC를 전량 은행 명의로 폐기하거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한다.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 모두 기부 물량과 회계 처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연간 1,500~2,000대 중 약 3분의 1가량을 ‘노조 몫’으로 배정한다. 겉으로는 기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산 처분권이 노조와 은행 간에 분할된 구조다.

 

이 관행의 뿌리는 과거 한빛은행 시절, 상업·한일·평화은행 통합 과정의 타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의 ‘과도기적 합의’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은행이 여전히 내부 단체에 자산 처분권을 나누어주는 행태는, 공공성과 투명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조가 그간 물량을 기부 형태로 처리해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노조 선거를 앞두고 “굳이 외부 기부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목소리가 새어나오면서 논란은 다시 불붙고 있다. 만약 기부 대신 수익 사업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복지 차원을 넘어 ‘공적금융기관의 윤리 파산’을 의미한다. 기부의 명분이 사라진 순간, 불용 자산은 사회공헌이 아닌 ‘이권 거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은행 안팎에서는 “임종룡 회장 체제 이후 노조가 지나치게 온건해졌다”는 평가가 팽배하다. 정진완 은행장 체제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감시자여야 할 노조가 오히려 경영진의 관리 편의 속에 포섭되며 ‘유착 구조’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손태승 전 회장 시절의 각종 금융 사고에도 침묵했던 노조의 태도가 이를 방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다. 다른 은행들이 불용 자산의 회계·감사를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노조에 별도 처분 권한을 남겨둔 채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스스로 만든 셈이다. 설령 금전적 이익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본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은행 측에 질의서를 전달했으나, 은행 측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 돈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공적금융기관이 ‘팩트체크’ 차원의 질문조차 외면하는 것은, 결국 본지의 문제 제기를 사실상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금융기관의 최고 덕목은 ‘신뢰’다. 그 신뢰는 ‘설명할 의무’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국민 앞에서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금융 리더로서의 책임 회피이자, “침묵으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구태의 반복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불용 PC 문제가 아니다. 공적금융의 근간을 이루는 ‘투명한 관리’와 ‘공익적 운영’이 얼마나 쉽게 타협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은행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기부 명분 아래 특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처분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 이 작은 불용 자산 처리 문제는, 우리금융그룹의 윤리경영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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