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군에서 펼쳐진 최근의 일련의 움직임은 마치 한 편의 따뜻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먼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인사와 감사의 인연이 고흥의 마을길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고, 기업의 기부와 겨울나기 지원이 그 흐름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준다.
이 모든 장면을 하나로 엮으면,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지역 전체의 온도를 바꾸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영민 군수 방문단은 지난 13일 오스트리아 빈을 찾아 ‘소록도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92) 여사를 마주했다.
40년 넘게 소록도를 지켜온 한 간호사의 손을 직접 잡는 일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마리안느는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로 군수를 맞으며, 소록도와 고흥군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 순간, 한 사람의 헌신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 자리에서는 고(故) 마가렛 피사렉의 가족, 그리고 당시 두 간호사의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도 함께했다.
국가를 넘어선 나눔, 종교를 넘어선 연대, 시대를 넘어선 헌신의 의미가 다시 확인된 자리였다.
고흥군이 두 간호사의 정신을 ‘현재의 고흥’에 온전히 안착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마리안느·마가렛 나눔연수원 운영, 청소년 봉사학교, 봉사대상 시상제, 생활안정 연금 지원 등의 사업이 어떤 맥락을 갖는지 여기서 더욱 또렷해졌다. 이는 기념행위를 넘어, 나눔을 고흥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공 군수가 오스트리아에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던 그 무렵, 고흥에서는 또 다른 온정이 채워지고 있었다.
17일, ㈜해밀에너지(대표 이용)는 백미 10kg 300포, 총 1000만 원 상당을 군에 기탁했다. 이번 기탁은 지원을 넘어, 특수시설·복지관·취약계층과 오랫동안 이어온 해밀에너지의 ‘지역 나눔 시스템’이 집약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업은 이미 수년간 장애인복지관 정기 지원,지역 복지시설 협력,각종 기부·물품 후원을 꾸준히 이어온 지역의 튼튼한 동반자다.
기탁식에 장애인협회 회원들이 함께하며 보여준 따뜻한 분위기는,지역 곳곳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또한 군청 우주홀에서는 또 다른 따뜻한 장면이 펼쳐졌다. ‘한파 대비 따뜻한 겨울나기 이불 전달식’에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120가구에게 겨울 이불이 전달됐다.
겨울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위험한 계절이고, 난방비 부담이 큰 시기다. 고흥군은 이를 단순히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안전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고흥군은 올겨울 겨울철 복지위기가구 집중 발굴,취약가구 세대별 안전 점검,생필품·난방물품 지원,읍면 맞춤형복지팀과 협의체의 긴밀한 연계등을 이어가며 복지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할 예정이다.
행사에서 공영민 군수는 “이불 한 채가 큰 울타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군민의 삶을 세심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고흥군 행정의 기본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일련의 흐름은 ‘사람’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소록도의 두 간호사, 지역 기업 대표, 장애인협회의 회원들, 이불을 기다리는 할머니·할아버지들…각자가 다른 자리에서 살아가지만, 나눔과 연대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는 멀리 있고, 군청 우주홀은 가까이 있지만, 그 두 공간에 흐르는 정서는 같다.
바로 “사람을 향한 마음은 국경도, 세대도, 계층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고흥군이 말하는 ‘사람 중심 행정’은 슬로건을 넘어 군민이 체감하는 현실이 될 것이다.
“고흥의 행정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며 공영민 군수는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굳건히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