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포스코퓨처엠(대표이사 엄기천)이 지난 13일 장 마감 이후, 총 1조 1,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친환경 핵심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 아래, 이차전지 핵심소재 사업에 자금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인 5월 14일, 주가는 4% 가까이 빠져 11만 5,300원에 마감됐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시장은 그 이유를 '기습 발표'와 '주주 가치 훼손'에서 찾고 있다.

신주 발행가는 9만 5,800원. 유상증자 발표 당시 주가보다 약 17% 낮은 수준이다.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 희석과 평가 손실이라는 이중의 부담이 가해졌다. 이같은 유상증자 구조는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자산가치를 직접 깎는 방식이다. 기업이 아무리 미래 성장을 이야기하더라도, 주주와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시장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공시는 장 종료 이후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관련 IR이나 투자자 설명은 발표 다음 날 언론 보도 이후에야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기업의 중대한 재무 결정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결과 통보’처럼 이뤄진 셈이다. 특히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약속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대가가 ‘지분 희석’으로 돌아온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발표 직후 “대규모 유상증자의 경우, 자금 사용 목적의 타당성과 기존 주주 보호 장치 등을 중심으로 중점 심사를 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경고를 날렸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른바 ‘금감원 유상증자 심사 강화’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이번 사례는 자본시장 전반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물론 유상증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주주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그것은 정당성을 잃는다. 특히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상장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업의 성장은 투자자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주주와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성장과 주주 가치는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며, 어느 한쪽이 희생되어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 금융당국의 중점 심사 착수는 이러한 균형을 다시 한번 점검하라는 신호다.
성장은 주주와 함께 가는 것이다. 주주가치 훼손 위에 세운 성장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포스코퓨처엠에 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