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사건에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2020년 기소 이후 5년 만에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장기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합병과 회계처리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며 "공소사실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4명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무죄 선고를 넘어 삼성의 중장기 경영 전략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혀 있던 삼성은 이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미래 사업 확대에 보다 자유롭게 나설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상당 지분을 매각해야 해 지배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열사 지분 정리 등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바이오 계열사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지배구조 조정에 시동을 걸고 있다. 5월 분할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로, 향후 이 회장이 활용할 지배구조 개편 카드로 주목된다.
사법 족쇄가 풀린 만큼 이제는 책임 경영의 무대가 본격화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어떤 전략적 결단을 내릴지에 따라 삼성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적 리스크가 사라진 자리, 이제 실적으로 채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