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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투 와이어로 통산 2승 임진희, 6월 징크스 생길까?

 

사실 임진희는 올 시즌 TOP10에 3차례나 진입했고, 홀인원도 잡아내며 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선수였다. 그러자 임진희는 아예 3라운드 내내 리더보드  상단에서 밀리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까지 차지해버렸다.

 

EDITOR 박준영

PHOTO KLPGA 제공

 

임진희 프로의 우승 클럽
드라이버 TSi3 (9°), 18 HI (TPT골프)
우드 TSi2 (15°), 디아마나 ZF-50s(미쓰비시)
유틸리티 TSi2 3번/5번(18°/24°), 투어AD HY-75s(그라파이트디자인)
아이언 타이틀리스트 T100 (5~P), 다이나믹골드 95 R300
웨지 보키 SM9(48°/52°/56°), 다이나믹골드 95 R300
퍼터 스카티카메론 팬텀X 5s
타이틀리스트 프로v1x

 

심상찮았던 홀인원
임진희가 눈에 띈 건 지난 KLPGA 투어 DB 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6/17)였다. 파3 11번 홀에서 139.9야드 거리 티샷을 홀인원으로 만든 임진희는 대회 첫날 신예 윤이나가 대회 1호 홀인원을 기록해 부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톱10에 3차례 진입했음에도 눈에 띄지 않던 그의 이름이 갤러리와 골프 팬의 머릿속에 각인된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Q 윤이나의 막판 추격이 매서웠다.
진짜 무서웠다. 파5홀 투온에 성공하는 선수를 처음 봤다. 그래도 마지막 한 홀 남았고, 2타 차라서 내 플레이만 잘 하자는 마음이었다.


Q 본인의 강점은?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 드라이버 비거리가 약점이었는데, 이제는 평균 드라이브 거리 15위 안에 들 만큼 거리가 늘었다.


와이어 투 와이어
그런 임진희가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건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맥콜·모나파크 오픈 with SBS golf’에서 3일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로 트로피까지 순항했다.


첫날 5언더파로 공동선두에 오른 뒤 2타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임진희는 전반 라운드에서는 1번 홀 버디 이후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2위 그룹의 추격은 없었다. 중계석에서도 ‘2위 이하 그룹에서의 추격이 없어 다소 싱겁다’는 평을 내놨다.

 

10번 홀부터는 임진희의 시즌 2승을 위한 쐐기가 한 홀 건너 한 홀마다 징검다리로 박히기 시작했다. 10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5개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에 성공한 임진희는 2위 그룹과의 차이를 5타수로 벌렸다.

 

Q 실수가 나왔을 때 표정 변화가 없었다. 원래 실수를 잘 극복하는 편인지?
실수가 나왔을 때 실수의 이유를 찾으면 다음 플레이가 잘 된다. 대신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표정 변화가 없다고 보인 건 아마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

 

Q 그래서인지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팬들이 늘고 있다. 마음에 드나?
나쁘지 않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도 불교이긴 하고.

 

섬뜩했던 윤이나의 추격
물론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격언은 이번에도 활약했다. 넉넉하게 우승하겠다 싶던 임진희가 15번과 16번 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이번 대회 최장 약 290m의 비거리를 자랑한 같은 조 루키 윤이나에게 2타 차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심지어 18번 홀(파5)에서는 윤이나가 두 번째 샷을 홀컵에서 7m 지점에 붙여 이글 기회까지 잡았다. 윤이나가 퍼트에 성공하면 연장전에 들어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이 장면은 대회가 끝난 지 2달이 된 지금도 골프 팬 사이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될 정도로 임진희에게는 섬뜩한 순간이었을 터다. 실제로 대회에서 파5 투온에 성공한 여자 프로는 드물다. 멘탈이 흔들릴 만도 했다.

 

그러나 임진희는 3번째 샷을 홀컵 근처로 떨어뜨리는 것도 모자라 백스핀으로 끌어당겨 1m 내외의 거리에 붙였다. 윤이나의 장타력과 임진희의 정교함이 맞불의 정점을 이룬 명장면이었다. 갤러리의 긴장감은 화면을 넘어서 전달됐다.

 

Q 골프를 시작한 계기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가 정말 잘 치는 줄 알았는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도 골프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다.

 

Q 골프 말고 다른 취미가 있는지?
특별한 취미는 없다. 내가 골프를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고, 더 노력하자는 생각이 커서 평소에도 골프 위주로 생활한다.

 

임진희의 맞불 작전
윤이나의 이글 퍼트가 조금 약해 보였다. 구르는 속도가 느려지던 볼은 홀컵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결국, 윤이나는 버디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임진희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막판 기세를 올린 신인의 막판 뒤집기를 막아냈다.

 

우승 인터뷰에서 “윤이나의 기세와 공격적인 플레이에 똑같이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았던 것이 잘 들어맞았다”고 밝힌 임진희는 상금 순위를 12계단 올려 8위(약 2억9천만 원)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도 31계단 상승한 84위로 크게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올해 목표는 상금 7억 원”
임진희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올해 목표인 상금 7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임진희의 목표는 첫 우승과 상금 3억 원이었다. 상금은 약 1.5억 원으로 본인의 목표에 미달했지만, 그보다 더 값진 첫 우승을 낚아냈다.


메인스폰서인 안강건설은 임진희에게 벤츠 E 클래스 250을 선물했다. 지난 5월 “상반기 우승을 거두는 선수에게 고급 승용차를 주겠다”고 했던 안재홍 회장의 공약대로다. 안 회장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프로정신”이라며 “우승의 기운이 다른 선수에게도 전해져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고 임진희의 우승을 축하했다.

 

Q 통산 2승이다. 다음 우승은 언제쯤으로 기대하면 될까?
마음대로 우승할 수 있다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싶다. 제주도 중문이 고향이라. 현실적으로는 시즌 13번째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26번째 대회쯤 다시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징크스 되길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도 생길 것 같다”며 “(이번 시즌 목표인)상금 7억 원과 시즌 2승을 향해 정진하겠다”고 말한 그는 작년 우승한 ‘2021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열리기 전까지 그야말로 ‘무명’ 선수였다. 누구도 그의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작년 첫 우승 때와 소감이 다른지를 묻자 “작년 첫 우승은 ‘ 럭키’로 달성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임진희는 “이번 우승은 스스로 쌓아 올려 만든 기분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골프에는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하지만, 어떤 우승이 운만으로 가능하겠는가.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지난 6월 22일이 생일이었다는 임진희는 “매해 생일 때쯤에 하늘에서 선물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6월 27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의 첫 우승 얘기였다. 그러고 보면 올해는 6월 18일의 홀인원, 7월 3일의 통산 2승까지 두 번의 선물을 받았다. 스포츠 선수에게 징크스는 중요하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그가 하늘로부터 ‘세 개의 생일선물’을 받은 선수로 성장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