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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주타누간, 올해 적수 없는 1위 유지한다.

작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측정 기록 싹쓸이

 

2018 CME 챔피언십 트로피, 우승상금을 손에 넣은 주타누간.

[골프가이드 김남은 기자] 아리야 주타누간의 적수가 없다. 2018년은 주타누간의 해였다. LPGA 사상 처음으로 모든 개인상을 독식했다. 데뷔 초반에는 실력은 뛰어나나 정신력이 약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이제는 약점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전관왕의 면모만이 아니라 LPGA가 매해 선수들을 분석해서 내놓은 기록에서까지 그렇다. 한국낭자들에게 2019년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듯 하다.

 아리야 주타누간의 기세가 무섭다. 그는 2015년 LPGA에 데뷔했다. 2016년 3월 무렵부터는 급격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 그 후 리디아 고에 밀려 오랜 기간 1위에는 올라서지 못하고 만년 2위였지만, 작년 5월부터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세계 골프 랭킹 1위에 대부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2인자와 격차가 더 벌어진 채로 주타누간이 독식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LPGA가 분석해서 매해 내놓는 경기력 지표들이 미래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야(왼쪽), 아리야(오른쪽)주타누간 자매. 사진=위민스골프

평균 타수, 그린 적중시 퍼트 수 등 대부분 지표에서 1위

 아리야 주타누간은 꾸준한 경기력의 지표인 평균 타수에서 69.42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1월 14일 기준) 요즘 주타누간과 세계 랭킹 1위 경쟁중인 박성현은 70.65타로 23위에 머물러 있다. 그린 적중시 퍼트수도 1.72로 1위다. 일단 그린 위에 공이 올라가면 퍼팅을 가장 잘한다는 뜻이다. 그밖에 대부분의 주요 지표들에서 주타누간은 1위를 차지했다. 사상 최초다. 지난해 LPGA의 개인상을 독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LPGA 선수 중에서는 그와 견줄만한 선수가 없다.

한때 주타누간은 골프 경기가 두려워 덜덜 떨었다

 주타누간은 아직 만 23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실패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골프를 통해 여러 번 겪었다. LPGA에 정식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대회 연속 예선탈락을 겪었다. 이 때 주타누간은 골프 경기에 나서기가 두렵다고까지 말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겨내고 성장을 계속했고, 우승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우승의 문턱에서 또 번번히 좌절하기 시작했다. 우승을 앞둔 결정적인 순간 손발을 덜덜 떠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 순간 역전패를 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위)스윙 코치 길크리스트와 주타누간 자매(아래)심리전문 상담팀 비전 54의 닐슨과 메이어트

새로운 스윙 코치와 심리 전문 상담팀 영입으로 180도 달라져

 이렇게 영원히 2인자에 머무르거나 약한 정신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더 아래로 추락하는가 싶었지만 그는 불과 몇 달만에 변신해서 나타났다. 변화의 원인 중 하나는 스윙 코치 게리 길크리스트 덕택이었다. 남아공 국가대표 출신 길크리스트는 미셸 위, 청야니, 펑산샨을 지도했던 경력이 있다. 길크리스트는 주타누간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인 면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았다. 그리고 주타누간은 심리전문 상담팀인 ‘비전54’를 영입했다. 비전 54의 피아 닐슨과 린 메이어트 코치는 경기가 잘 풀리지않거나 우승이 결정되기 직전 등 중요한 순간일 때, 주타누간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맥박이 급하게 뛰고, 경기 진행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마음에 안정을 주는 ‘스마일 프리샷 루틴’ 개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길크리스트 코치와 비전54 팀은 ‘스마일 프리샷 루틴’을 개발했다. ‘스마일 프리샷 루틴’이란, 미소를 짓고 난 뒤에 샷을 하는 일련의 동작을 경기 때마다 반복 시행해서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 프리 샷 루틴은 주타누간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시행한다. 루틴을 만들어야 긴장을 풀고, 경기마다 차이가 없이 항상 일정한 스윙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경기를 분석하고 있는 비전 54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 만들어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보통 몸을 푸는 데에 집중해 루틴을 만드는 데 비해, 주타누간은 미소를 통해 정신적인 긴장을 푸는 데에 더 집중했다. 긴장되거나 침울한 상황에서는 입꼬리가 자연히 더욱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 때 억지로라도 입꼬리에 힘을 주면서 입술을 좌우로 잡아당겨 미소를 만드는 것이다. 주타누간은 ‘스마일 프리샷 루틴’을 2016년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처음 선보였다. 비록 이 대회 4라운드 15번 홀까지 1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3개 홀에서 좋지 않은 성적으로 또다시 우승을 놓쳤지만 말이다.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스마일 프리샷 루틴’이 아직 미완성이었던 듯 했다. 하지만 그 후 주타누간은 확실히 달라졌다.

 중요한 순간에 더 이상 리듬이 무너지지 않아

 약한 정신을 완벽히 극복해냈는가 아닌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성적이 무엇보다 확실한 변화의 증거다. 주타누간은 2018년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LPGA투어를 독식했다. 그리고 미스 샷을 내더라도 전처럼 리듬이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만만했다. 경기 중 자기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동안 동료에게 음식을 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US여자오픈에서는 우리나라의 김효주와 연장까지 가는 격전을 벌이면서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김효주가 먼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자 “나이스 퍼트”라고 칭찬하며 박수를 쳤다. 예전이라면 상대의 선전에 침울해지고 당황해서 실수를 연발했을 터였다. 결국 이날 주타누간은 우승했다.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주타누간

골프를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무엇보다 그는 경쟁에 신경쓰기보다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인터뷰에서도 그런 모습이 엿보였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세계 랭킹 1위라는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은가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타누간은 "나는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플레이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여지껏 작년과 올해를 비교한 적이 없다. 업 앤 다운이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숙련되고 배울 수 있었다. 내년 계획은 없다. 그저 즐길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2019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대해서는 “가장 좋아하는 대회 중 하나다. 내년에 빨리 그곳에서 뛰는 것이 기다려진다"라고 답했다. 주타누간이 골프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승패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하루 하루 현재를 살아가며 골프를 플레이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골프를 넘어 만 23세에 벌써 인생에 대해 달관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처럼 주타누간은 프로 선수 생활 경력 초반에,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최대 단점을 극복하고 반등한 선수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주타누간은 이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낭자들에게는 아쉬운 소리겠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주타누간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일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