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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집안이 광산이다”

집 안을 둘러보면 조용히 잠든 것들이 있다. 서랍 속에 밀어 넣은 휴대폰, 고장 난 이어폰, 쓰다 남은 건전지, 전원이 꺼진 채 방치된 노트북.

 

우리는 그것들을 쓸모없는 물건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직 꺼내지 않은 자원이 들어 있다.

 

스마트폰 하나에는 금과 은, 구리, 코발트, 리튬, 희토류가 담겨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작은 기기 하나가 이미 하나의 광산이다.

 

에어컨과 세탁기, 컴퓨터와 각종 전자제품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자원 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쓰레기로 취급한다.

 

문제는 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원이 흐르지 않는 데 있다. 한 번 쓰고 난 물건은 서랍속으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새 물건이 들어온다. 이렇게 쌓인 것들은 점점 잊히고, 우리는 다시 외부에서 자원을 사들인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원을 얻는 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광산을 개발하면 숲이 사라지고, 땅이 깎이며,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가 무심코 새 제품을 사는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또 다른 부담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미 집 안에 같은 자원이 잠들어 있다면, 그 부담은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활 속 ESG는 멀리 있지 않다. 집 안에서 멈춰 있는 자원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쓰지 않는 휴대폰을 반납하고, 폐건전지를 따로 모으고, 고장 난 가전제품을 제도권의 수거지로 보내는 일. 작지만 방향을 바꾸는 행동이다.

 

특히 폐핸드폰은 밀도가 높은 도시 광산이다. 작고 가볍지만, 다양한 금속이 압축되어 있다. 서랍 속에 쌓아두는 것은 보관이 아니라 정지다. 움직이지 않는 자원은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는 다시 그것을 사오기 위해 다른 나라의 광산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전자제품과 금속 자원들을 생각하면, 문제의 본질은 결핍이 아니라 비효율이다.

 

이제는 버리는 기준이 아니라 돌리는 기준으로 생활을 바꿔야 한다. 물건의 마지막은 폐기가 아니라 순환이어야 한다. 한 번 쓰고 끝내는 방식에서 다시 흐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이 시작된다.

 

집 안은 이미 하나의 광산이다. 우리는 아직 집안의 광물들을 쓰레기로 버리고 있을 뿐이다.

 

 

정인자 ESG생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