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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 자존심 그리고 세상의 오해 속에서

며칠 전, 아끼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지금 뭐 해요?”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칼럼 쓰고 있어.” 그랬더니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생은 이렇게 외친다.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먹고 산다!”라고 써요. 참 간단명료하다. 그런데 그 말에 과학, 사회, 심리학적으로 반박할 겨를도 없이 이 동생은 열애 중이거나 최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중’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단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 5학년에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물으면 “밥이 아니라 공기를 먹고 산다!”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아는 동생은 “여자의 사랑”이라고 했지만, 정작 많은 남성은 공기, 밥, 사랑보다 더 현실적인 것에 흔들린다. 그것은 자존심, 사회적 인정, 그리고 속궁합이다.

 

첫째로 수컷으로서의 삶으로 이것은 유전자 보존과 자존심이 걸려있다. 먼저 남자는 수컷으로 태어난다. 진화론적으로 수컷에게 주어진 임무는 간단하다. 생존하고, 번식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경쟁한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매력적이기 위해 이성의 ‘큰 가슴과 넓은 엉덩이’에 끌리는 것도, ‘젊고 건강한 파트너’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 본능의 소리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5년 대한민국의 남성은 호랑이 사냥 대신 야근과 육아를, 부족의 리더 대신 회사와 가정의 가장을, 생존 경쟁 대신 '좋아요' 수와 월급 통장 잔고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수컷으로서의 본능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줄타기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남자들의 숙명이다. 두 번째로 남자는 ‘오해’ 속의 삶으로 이것은 크기, 시간, 능력의 강박에 달려있다. 남자가 태어나면서부터 끌어안게 되는 3대 콤플렉스가 있다. 조루, 발기부전 그리고 음경 크기이다. 어릴 적 화장실에서 친구들 고추를 힐끗거리던 남자애들은 사춘기엔 야동 속 괴물 배우들을 보며 좌절한다.

 

성인이 되면 파트너 앞에서 ‘혹시 나 부족한 남자 아닐까’라는 정체성 불안에 시달린다.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대부분 정상 범주다. 한국 남성의 평균 발기 시 크기는 13.5cm 그리고 사정시간도 평균 3분 안팎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늘 ‘나는 평균 이하일지도 모른다’는 왜곡된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기에 조루와 발기부전까지 겹치면 “나는 수컷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하지만 이 모든 콤플렉스는 대부분 심리적 오해에서 시작된다. 야구 시합에서 공 하나 헛스윙했다고 은퇴를 고민하는 4번 타자처럼, 단 한 번의 실패에 인생 전체를 포기하려는 남자들의 심리가 있다.

 

세 번째로 남자는 사랑으로, 자존심으로, 그리고 속궁합으로 산다. 사실 남자가 무엇으로 사느냐고 묻는다면 진짜 대답은 복합적이다. 사랑으로 산다. 사랑하는 사람의 한마디, 따뜻한 눈빛, 인정과 위로. 그것이 남자의 삶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자존심으로 산다. 조루도, 발기부전도, 크기 콤플렉스도 ‘내가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끝으로 속궁합으로 산다. 말하자면, ‘밤의 궁합’이다. 낮에는 싸워도 밤에 화해할 수 있는 관계. 그것이 남자에게 삶의 활력이자 존재 이유가 된다. 남자는 잠자리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싶고, 선택받고 싶고, 능력 있어 보이고 싶다’는 본능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한 번의 실패, 몇 번의 비교에서 자기 가치를 깎아내리지 말 일이다.

 

마지막으로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남자의 삶을 위한 작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발기하는 시간보다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다. 조루는 훈련과 노력으로 발기부전은 심리적 안정과 파트너의 이해로, 콤플렉스는 정확한 정보와 상담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남자는 숫자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자존심,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로 사는 존재다. 서양에 이런 격언도 있다. “A real man is not the one who never falls, but the one who always stands up again.” 진짜 남자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남자다. 그러니 오늘도 자기 스스로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묻는 대신 이렇게 외쳐보자. “나는 오늘도 사랑하고, 웃고, 내 자존심을 지키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