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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구는 비온 뒤 갬

 

지이코노미 이민기 기자 | 경기가 끝난 후 만난 대구FC 이병근 감독은 “하~”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들었다.” 첫 마디를 내뱉은 이병근 감독의 표정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훤히 드러났다.


이병근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8강전에서 김천상무에 2-1로 승리했다. 정규시간 종료 8분 전 김천에 골을 허용한 대구는 7분 뒤 장성원이 만들어낸 페널티킥으로 세징야가 동점골을 넣는데 성공했고, 추가시간 2분 주장 김진혁의 극장골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는 대구에게 꽤나 중요했다. 그간 줄줄이 이어진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리그 2연패로 인해 분위기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1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선수단의 체력 문제까지 있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대구는 승리가 절실했다. 이병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베스트 일레븐을 기꺼이 포진시켰다”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오히려 김천의 흐름이 좋았다. 김천은 최근 4경기 무패와 더불어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K리그2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와 비교했을 때 일정도 여유 있는 편이었다. 김천 김태완 감독은 이번 8강전에서 아직까지 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병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체력 싸움에서 더욱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다.


이날 경기의 흐름은 대구의 날씨와 비슷했다. 경기 전, 어려운 여건 속 쉽지 않은 상대와의 토너먼트 경기를 표현하듯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내렸다. 그러나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비가 그쳤고 점차 하늘이 갰다. 마치 극적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대구의 모습을 예고하는 듯했다.


대구는 시작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세징야와 에드가의 합작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반면 오랜만에 경기를 뛰는 김천의 신병 선수들은 패스 미스를 하거나, 골문 앞에서 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기회에도 대구가 득점하지 못하자 김천의 역습이 시작됐다. 후반 15분 이후부터 김천이 계속해서 대구의 골문을 위협했다.


양 팀은 주도권을 번갈아 쥐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후반 종료 10분 전까지 득점을 터뜨리지 못한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던 도중 후반 37분 김천이 첫 득점포를 터뜨렸다. 10분 전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가 대구 홍정운과의 몸싸움 끝에 골을 넣은 것이다.


후반 막바지 터진 골로 인해 패색이 짙어진 상황이었지만 대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5분 뒤 장성원이 페널티킥 기회를 만들어냈고, 후반 44분 세징야가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이후 경기 종료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대구는 김천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2분 김진혁의 극장골에 힘입어 대역전극을 써냈다. 맑게 갠 하늘처럼 대구에 4강 진출이라는 해가 뜬 것이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이병근 감독은 “한 골을 내줬을 때 선수들이 무표정이었다.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동점에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승리로 그간 쳐져있던 팀 분위기를 씻어냈다고 생각한다”며 리그에서의 반등도 예고했다.


대구에 극장골을 선물한 수훈갑 김진혁은 “솔직히 연장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마지막에 좋은 찬스가 와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끼리 결과를 가져오자며 각성한 뒤 경기에 나섰는데, 승리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리그의 좋지 않은 흐름을 끊고, 14일 있을 강원FC와의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한 어려움은 대구가 계속해서 극복해야할 과제다. 김진혁은 본래 스트라이커이지만 지난 7일 전북현대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센터백으로 기용됐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공수 모두를 담당해야 하는 김진혁은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개인은 물론 팀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근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은 와중에 K리그1과 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선수층은 얇은데 경기가 너무 많다.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머지않아 부상이 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FA컵도 4강까지 진출했는데 우승을 노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마스, 박기동 등 부상 선수들이 들어와서 로테이션을 해준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뉴스출처 :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