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오명숙 기자 | ‘농촌이 떠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전남 강진에서는 농촌을 향한 진지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정착하는 실전형 귀농 교육, 공무원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선 일손돕기, 사료 자립을 향한 신품종 밀 보급까지. 강진군은 농업의 ‘현장성’에 집중하며 지역 농업의 체력을 다지고 있다.
강진군은 영농 초기 신규 농업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실전형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상은 영농 경력 5년 미만의 신규 농업인 6명. 교육은 총 5개월 동안 진행되며, 단순한 이론이 아닌 선도농가와 함께하는 체험 중심의 실무 과정이다.
작목별 재배 기술은 물론, 병해충 방제, 수확·선별, 유통 실무까지 영농의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교육생에게 월 80만 원, 선도농가에게 월 40만 원의 수당이 지급되는 구조로, 기술 습득과 생계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출결은 스마트폰 GPS로 관리되며, 하루 8시간 이상, 월 20일 이상 출석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귀농 창업자금이나 보조사업 신청 시 공식 교육 이수 시간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체류형 귀농사관학교를 수료하고 올해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한 김경섭 씨는 “현장 교육이 실제 영농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저도 후배 농업인을 양성할 수 있는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 앞에서 공무원들도 땀을 흘렸다. 강진읍사무소와 강진군청 건설과 직원 26명은 지난 11일, 허리디스크 수술로 농작업이 불가능했던 화전마을 딸기 농가를 찾았다. 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묵은 모종을 제거하고 다음 작기를 위한 준비 작업을 도왔다.
강진군은 매년 고령, 장애, 부상 등으로 작업이 어려운 농가를 중심으로 일손돕기를 실시하고 있으며, 6월까지는 중점 추진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자발적인 참여는 봉사를 넘어 농업 현장을 이해하고 돕는 실질적 역할로 확산되고 있다.
농가주는 “허리 수술 후 딸기 모종 제거를 생각만 해도 막막했는데, 공무원들 덕분에 큰 부담을 덜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농작물만이 아니다. 강진군은 축산 농가를 위한 조사료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 상승과 한우 가격 하락 이중고 속에서, 국내 육성 신품종 ‘당찬밀’ 보급이 축산 농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는 국립축산과학원과 함께 2023~2024년 2년간 ‘당찬밀’의 지역 적응 시험을 실시했고, 올해는 20ha 규모 실증사업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100ha로 확대할 계획이며, 2027년부터는 종자 자급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당찬밀’은 라이그라스 대비 수확량이 30% 이상 높고, 줄기 속이 차 있어 사일리지 품질과 소의 기호성이 우수하다. 단점은 배수 불량지에 약하다는 점. 도암면에서 해당 품종을 시험 재배한 이명자 농업인은 “수확량도 많고 소도 잘 먹어 기대가 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지금 우리가 투자하는 농업의 현장은 결국 미래 세대의 삶을 지켜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머물고, 기술이 쌓이고, 농촌이 지속 가능한 강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