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지방이 성장해야 국가가 산다' 중앙집권에서 분권 전략으로"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2025년 대한민국은 위기와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 세계는 인구 감소, 산업 재편, 기후 위기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각국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낡은 프레임에 안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래로 가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는 길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방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는 이미 일상에서 체감되는 현실이다. 현재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학이 폐교되고, 산부인과나 응급의료센터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도 사라지고 있다.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의 공동체는 점점 텅 비어간다. 인구가 사라진다는 건 단지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 주거, 교육, 복지까지 모두 순차적으로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발전 속도의 격차를 넘어, 서로 다른 두 국가처럼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AI 중심도시’ 전략은 하나의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 산업 육성을 넘어, 지방이 전략산업을 주도하고 국가 미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실질적으로 입증한 성과다. 광주는 지난 몇 년간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융합교육센터 운영, 기업 대상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전국 900여 개 기업과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냈다. 이 과정에서 AI 스타트업부터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전문기업까지 다양한 기술 기업들이 광주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지방이 이렇게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데, 과연 중앙정부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방은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을 유치하며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 단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권한의 부족이다. 지역 특화산업을 위한 규제 완화도, 고등교육 정원 조정도, 의료 인력 배치도 대부분 중앙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심지어 지방정부는 자체적인 재원 확보조차 어려워 국비 의존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제한된 권한으로는 지방이 미래를 설계하는 실질적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출신인 이 대통령은 중앙집권의 한계와 지방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정부는 ‘중앙이 모든 걸 정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국정과제에도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균형발전 로드맵, 지방세 확충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도적 변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의지를 보여도, 실제로 권한을 실행하는 중앙부처의 움직임은 더디고, 부처 간 조율은 더욱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 개편과 정책 실행이다.

 

지방이 자율성과 실질적 권한을 갖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분명하다. 우선, 지방입법권과 자치조직권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분권형 개헌’이 추진되어야 하며, 지방세 비중을 대폭 확대한 재정 자율권 확보도 필요하다. 지역별 산업 전략에 맞춘 규제특례와 지역 맞춤형 인재 육성권 역시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 나아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정례적 협의 기구를 제도화해, 실질적인 정책 조율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방은 지금껏 수십 년간 묵묵히 기다려왔다. 수도권이 성장할 동안, 지역은 희생을 감내하며 국가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더는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지방은 ‘지원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주체다. 광주의 AI 산업처럼, 지방은 스스로의 비전을 설계할 수 있고, 국가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부산은 해양물류, 전북은 농생명, 대구는 로봇의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이 감당할 수 없는 산업과 인구 부담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성장의 방향을 새로 그려야 할 시간에 와 있다. 산업정책도, 교육정책도, 인구전략도 지방을 중심에 놓고 재구성해야 한다. 지방이 성장해야 대한민국이 성장한다는 말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로 지방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은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평가받는다. 지금이 바로 그 실행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