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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이름 따라 홍콩 간다, 남자도 골프도!

“남자의 인생은 이름 따라 간다”는 말,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가수의 인생은 노래 제목 따라 흐른다’는 말이 있다. 가수 윤하는 ‘비밀번호486’, ‘혜성’, ‘사건의 지평선’처럼 우주와 별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다 과학 유튜버와 결혼했다. 1994년에 데뷔한 진성은 2005년에 발표한 ‘태클을 걸지마’가 기나긴 무명 생활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했지만 2012년 ‘안동역에서’로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이어진 히트곡이 ‘태클을 걸지마’ 였다.

탤런트 김자옥은 생전 남편 오승근의 ‘떠나는 님아’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송곡으로 이 노래로 함께했다. 남진은 ‘님과 함께’로 국민 애창곡의 주인공이 되었고, 주현미는 ‘비 내리는 영동교’로 트로트 여왕의 자리를 꿰찼다. 김연자는 ‘아모르파티’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런데 이 공식이 남자의 인생에도, 골프에도 통한다면? 우리는 가끔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타이거 우즈’란 이름을 상상해보자. 바로 호랑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의 이름은 이미 전장의 포효고, 티박스 위의 사자후다. 역시 '타이거'란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더스틴 존슨’은 어떤가. 어쩐지 묵직한 장타 한 방이 기대되는 이름이다. ‘리키 파울러’는 정교하고 감각적인 아이언 샷이 떠오른다.

 

여기에 ‘조던 스피스’는 왠지 심리전과 퍼팅에 강할 것 같은 이름이다. 이렇게 보면, 이름이 실력을 만들었다기보단, 자기 이름에 맞춰 본인이 이미지를 구축하고, 몰입하게 되는 자기암시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존 람’은 어때요? 이름만 들어도 둔중하고 강력한 스윙이 상상되지 않나요? 실제로 그는 유럽과 미국 투어를 넘나들며 골프계의 파워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이쯤에서 잠시 자기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가? 만족스러운가?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환자를 만난다. 환자들 가운데 ‘성기’, ‘장군’, ‘도한’, ‘기찬’ 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기운차고 씩씩한 사람이 있다. 이와 반대로 ‘춘봉’, ‘만복’,‘갑수’ 같은 이름은 어쩐지 시골스러우면서 정겹다. 그러다 문득 과연 이런 이름을 가진 이들의 ‘밤은 어떨까’라는 묘한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름이 성 기능을 결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름이 자기 이미지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자존감으로 이어지며 성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심리학적으로도 타당하다. ‘이름-자기 일치 이론(Name-letter effect)’ 이라는 심리 현상이 실제 있다. 예를 들면, 내 친구 가운데 ‘하태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다. 늘 “나는 핫(hot) 하다”며 자기 이름으로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 이름과 말처럼 정말로 어디서든 존재감을 불태우며 살았다. 반대로 ‘소심한 기철이’는 늘 말끝에 “괜찮겠지?”를 붙이며 망설이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스타일이다. 이름은 일종의 자기 인식의 시작점이다.

 

‘강철’이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강해질 수 있고, ‘용만’이도 충분히 용맹할 수 있으며, ‘덕배’가 침실에서 덕후 같은 정성을 보이면, 파트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름보다 ‘자기 이름을 빛내는 삶’이며, 그 이름에 걸맞은 태도를 갖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우성’이란 이름은 목소리까지 잘 생겨야 할 것 같다. 반면 ‘강인’은 이름만으로도 “이 형은 필드에서 스윙할 때도 어깨에 힘 빡 들어가 있겠구나” 싶고, ‘현무’는 묘하게도 정확한 퍼팅을 날릴 것 같지 않나요?

 

이쯤 되면 골프에서도 이름이 경기 스타일을 암시하는 재미있는 코드가 된다. 장타형 선수는 대개 ‘무게 있는’ 이름을 갖고 있고, 예민한 퍼터들은 ‘세심한’ 이름을 가진 식이다. 예를 들어, 김건우 같은 이름은 드라이버 헤드스피드가 이미 120mph쯤 나올 것 같고, 윤정민은 왠지 핀 주변에서 58도 웨지로 톡톡 쳐내는 스타일일 듯싶다. 오히려 박만호같은 이름은 필드 위에서 캐디에게 늘 정중히 묻고, 중간중간 ‘잠깐만요’를 많이 말할 듯하다.

 

실제 유명 골퍼들을 떠올려도 그렇다. ‘브룩스 켑카’는 이름만으로도 뭔가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지요. 장타력 과 대담한 플레이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콜린 모리카와’는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이미 이름을 새기듯 코스를 공략한 다. 또 다른 예로는 ‘톰 키트’라는 이름의 아마추어 골퍼가있다. 이름 때문에 늘 ‘키(tee)’에 집착한다는 농담을 들었지만, 진짜 그는 티샷 하나로 모든 경기를 뒤흔들곤 했다.

 

‘피터 펑’은 볼을 칠 때마다 소리 효과까지 만들어낸다며 별명이 '사운드맨'으로 통했고, ‘장백산’이라는 선수는 필드 위에서 '백돌이' 소리 안 듣기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연습장을 찾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이름과 이미지, 그리고 실력은 묘하게 맞물리기도 한다. 물론 이름이 골프 실력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이름이 자기다움을 만들어주는 건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는 종종 이름 속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읽고, 능력까지 예단한다. 그리고 그런 시선 속에서 자라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프레임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산다. 그것이 골프 스윙이든, 연애 스타일이든, 침실에서 의 자신감이든 말이다. 그래서 저 또한 종종 말한다. “형,이름은 좋은데 문제는 그 이름에 못 따라가는 형 자신이야.” 우리는 타이거 우즈가 될 필요도 없고, 존 람처럼 볼을 320야드 보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이름값을 어떻게 하느냐다. 필드에서 자기 이름값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멋진 골퍼다.

 

그리고 침실에서도 마찬가지다.이름은 작을지 몰라도, 진심이 크면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ㅡ있다. ‘덕배’가 덕후처럼 섬세하게 파트너를 배려한다면, ‘태양’이나 ‘천룡’ 못지않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입은 당신이 어떻게 살아 가느냐”하는 것이다. 이름을 빛내는 골프, 그리고 이름을

존중받는 사랑. 그 둘이 조화를 이룰 때, 남자의 삶은 더 멀리, 더 곧게 날아간다. 당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