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을 결정하며 글로벌 조선업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7일 양사 이사회에서 흡수합병안을 의결하고 오는 12월 1일 ‘통합 HD현대중공업’을 공식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존속회사는 HD현대중공업, 소멸회사는 HD현대미포다. 합병 신주는 12월 15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대형선에 강점을 가진 HD현대중공업과 중형선 전문인 HD현대미포가 하나로 뭉치면서 분리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통합된다. 회사 측은 “분산된 기술과 인력, 자원을 결집해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일본이 이미 조선사 대형화를 추진한 만큼, 이번 통합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의미가 크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실적과 수출 경험을 갖고 있고, HD현대미포는 함정 건조에 적합한 도크와 설비,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의 결합은 글로벌 방산 시장 확대 국면에서 기민한 대응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회사는 2035년까지 방산 부문 연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신규 함정 발주 규모를 약 2,100척, 금액으로는 3,6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체제도 새롭게 정비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법인과 함께 싱가포르에 해외사업 총괄 투자법인을 설립한다. 이는 베트남·필리핀 등 기존 해외 조선소를 관리하고 신규 투자 및 파트너십을 전담하는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싱가포르는 해운·금융 허브이자 안정적인 법·세제 환경을 갖춘 만큼 해외사업 거점으로 최적지라는 평가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지향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통합법인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미래 조선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