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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공급망을 건드린 중국, 일본의 선택을 묻다

공급망 압박으로 시작된 중국의 경고
일본, 통상 아닌 안보 시험대에
경제안보가 외교의 전면으로
동아시아 질서 흔드는 정책 신호

중국이 일본을 향해 경제 영역에서 분명한 압박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본산 디클로로실란(DCS)에 대한 반덤핑 조사 착수에 이어,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 용도 물자의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일본을 겨냥한 조치를 연이어 내놓았다.

 

 

형식상으로는 통상 절차에 따른 대응이다. 중국 상무부는 일본산 DCS의 가격 하락을 근거로 자국 산업 보호 차원의 조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조치가 일본 지도부의 대만 관련 발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석의 범위는 무역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특정 품목이나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DCS는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위에 실리콘층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일본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다. 중국 역시 반도체 자립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 이로 인해 이번 조치는 양국 간 기술·공급망 관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산 DCS 수입 가격 하락을 조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착수 시점이 일본의 안보 관련 발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판단과 외교·안보적 고려가 함께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덤핑 조사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조달선 다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조치의 파급력은 단기적인 수급 문제를 넘어 중장기 공급망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다 민감한 변수로는 희토류가 꼽힌다.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관리해왔으며, 미·중 기술 갈등 국면에서도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관영 매체에서 ‘레드 라인’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이 중국의 핵심 안보 이해와 연결돼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방산, 항공우주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중국이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하거나 심사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일본 제조업 전반에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일본의 대중 희토류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중국이 일본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 협력의 비중이 컸다면, 최근에는 안보 이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자로 평가하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방위비 증액, 반도체 공급망 재편,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은 이러한 인식 변화를 촉진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갈등을 완화하던 국면은 지나고 있으며, 의존 구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정책 수단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 그 시험대에 오른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 역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와 함께, 자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 소재 분야에서의 정책 선택지도 논의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이 경우 갈등은 양국 관계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일본만을 향한 메시지로 한정되기 어렵다. 안보 사안,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한 발언이나 행보가 어떤 경제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세율이나 조사 범위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된 영역으로 작동하던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으며, 통제와 허가, 조사가 외교 수단의 전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보다 근본적인 변화다.

 

경제가 전략의 일부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이번 사안은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전반에 시사점을 던지는 사례다. 변화한 질서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특정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