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의 과정에서도 규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올해 1월 2일,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규정과 원칙’을 강조하며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뒤, 그의 회사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은 임원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시장은 경악했고, 투자자들은 또다시 ‘농협금융의 윤리 리스크’를 떠올렸다. NH투자증권은 사건이 불거지자 즉시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윤병운 사장을 장(長)으로 하는 전담 TFT(태스크포스팀) 를 구성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임직원 계좌 전수조사, 외부 법무법인 자문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새롭지 않다. 지난해에도, 그 전에도 NH투자증권은 문제 발생 때마다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때마다 ‘투명성 강화’, ‘내부통제 고도화’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았다. TFT의 구성 자체도 회의적이다. 준법감시, 감사, 리스크관리 등 내부 임원들이 중심인데, 정작 외부의 독립적 감시 기능은 부재하다. 결국 ‘자기 점검식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금융기관의 근간은 신뢰다. 공적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협중앙회라면 투명한 절차와 리스크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이다. 수협은 최근 일부 대출 사례에서 절차적 미비와 내부통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수협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협의 사랑제일교회 관련 65억 원 대출 과정에서 일부 문서 작성 시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 진해수협 등 단위조합 간 협조 과정에서 심사 절차가 일관되지 않았던 점이 확인됐다. 이는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 평가 절차와 비교했을 때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당시 심사의견서 작성과 승인 절차가 일부 혼재되면서 대출 승인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과제로 지적됐다. 도이치모터스 및 계열사 관련 대출의 경우, 최근 2년간 600억 원대 규모의 여신이 집행된 가운데 일부 무담보 신용대출 사례가 논란이 됐다.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심사 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외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사법 리스크 평가가 충분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협 측은 “모든 대출은 당시의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하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은행이 ‘이자 장사’를 넘어 대부업 자금 공급에까지 나서며 서민금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대부업체에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이 서민을 돕기는커녕 고금리 대부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외형적으로는 금융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민을 대부업으로 내모는 구조적 모순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2020∼2025년 8월 국내 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1·2금융권이 지난 6년간 대부업체에 공급한 자금은 총 38조1998억 원에 이르렀다. 이 자금에서 금융권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만 2조5409억 원이다. 특히 은행의 대부업 대출은 지난해 2758억 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불과 8개월 만에 2370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도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대부업에 대한 은행권 자금 공급이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화된 금융 영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우리은행의 행보다. 동일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947억 원을 대부업체에 대출해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
 
								패션기업 LF(구본걸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이 또다시 전직 경제 관료 중심으로 이어지며 ‘전관예우’ 논란을 재점화했다. 기업 경영을 감시·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총수 방패막이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LF는 패션 기업이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 소비 트렌드 분석, 글로벌 유통 대응이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LF 이사회 구성은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과 괴리가 크다. 지난 20일 LF는 윤창호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부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이사는 재무부·금융위원회 출신 경제 관료다. 기존 사외이사 중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김재홍 이사를 포함하면,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관료 편중 인사는 우연이 아니다. 2015년 이후 LF가 선임한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관료 또는 법조계 출신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국무조정실장 등 공직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 이사회에 들어온 사례가 반복됐다. 이는 구본걸 회장 체제 아래 지속돼온 LF의 고유한 인사 패턴이다. LF 측은 “상법 시행령에 따라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여야 한다
 
								국내 라면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삼양식품과 농심은 글로벌 무대에서 K-푸드 열풍을 타고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오뚜기는 6분기 연속 수익성 하락이라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으며 소비자 신뢰를 상징했던 기업이 왜 라면 빅3 중 유일한 부진 기업으로 전락했는가. 오뚜기의 하락 곡선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원가 변수 때문이 아니다. 오뚜기는 성장 전략에서 근본적인 방향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뒤처졌고, 내수 중심에 안주한 채 혁신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매출은 유지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역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오뚜기는 변화를 위한 결단을 주저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하락은 뼈아픈 지점이다. 오뚜기는 그동안 착한 기업 이미지와 가성비 브랜드라는 평판을 쌓아왔지만 최근 가격 정책은 이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는 흐름에서도 오뚜기는 지난 정치 공백기를 틈타 라면·식용유 등 주력 품목 가격을 연이어 올렸다. 시장에서는 “원재료 부담 해소가 가능한데도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사가 울었다.” 그것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지석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정의가 조직적 외압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에 대한 고백이었다. 그는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라는 지시를 공개하며, 자신을 포함한 검찰 공무원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고통은 조직 전체의 문제를 보여준다. 검찰이 외압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수사보다 보고 체계가 우선되는 구조가 얼마나 공익을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건은 단순한 노동권 침해가 아니라, 기업과 권력의 압력이 사법 정의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법원 판례상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퇴직금 지급 의무가 명확함에도, 검찰은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부장검사는 “엄희준 당시 지청장이 무혐의 결론을 지시하고, 핵심 압수수색 자료를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자료에는 쿠팡이 “일용직 근로자
 
								한 시대를 상징했던 ‘세기의 결혼’이 이제 ‘세기의 이혼’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오는 16일, 대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선고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부의 결별이 아니다. 재벌 총수의 사적 일탈이 기업과 사회 전체의 신뢰를 어떻게 흔드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재산이 아니라 ‘품격’이다. 2015년, 최 회장은 한 장의 ‘공개 편지’로 혼외 관계를 세상에 고백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편지는 사과가 아닌 선언이었고, 책임이 아닌 변명이었다. 법원이 지적했듯, 이는 관계 회복의 여지를 스스로 닫아버린 일방적 통보였으며, 사적 일탈을 공적 해명으로 포장한 시도였다. 총수의 언어가 자기 정당화의 수단이 되는 순간, 품격은 이미 무너진다. 법원은 최 회장이 혼외 관계를 유지하며 최소 219억 원을 지출한 사실을 적시했다. 이는 단순한 사생활의 흔적이 아니라, 공적 자산을 관리해야 할 경영자의 자기 절제 실패로 읽힌다. 재벌 총수의 삶은 언제나 기업의 윤리와 맞닿아 있다. ‘사생활’이라는 단어로 가릴 수 없는 이유다. 사적 욕망이 기업의 신뢰
 
								“가맹점 안정 위해 가격을 올렸다”던 본아이에프가 정작 가장 기본적인 ‘위생 안정’은 외면했다. 소비자의 밥상 위 신뢰를 팔아 수익을 메우는 본사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때 ‘건강한 한 끼’의 대명사로 불렸던 본죽. 그러나 식약처가 공개한 최근 5년간 위생법 위반 통계를 보면, 그 이름이 더 이상 ‘신뢰’의 상징일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본아이에프 계열의 ‘본죽’과 ‘본죽&비빔밥’은 식품위생법 위반 101건으로, 전체 249건 중 무려 40.6%를 차지했다. 2위 ‘두찜’(71건)이나 3위 ‘한솥’(61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말 그대로 ‘위생 적발 1위’의 불명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 9월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3.3% 인상하며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안정’은 소비자의 신뢰를 희생시킨 대가였다. 유해물질 검출 등 ‘기준·규격 위반’이 46건, 위생교육 미이수 36건에 달했다. 본사 차원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민 건강’을 내세운 브랜드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소비자에게는 더 비싸진 메뉴를 내밀고, 가맹점엔 방치된 교육 체계를 남겼다. 더구나 본아이에프는 오너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수년째 ‘불용 컴퓨터 처분권’을 일부 보유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업무용 PC에는 고객 정보와 내부 문서가 남을 수 있어 철저한 폐기가 필수지만, 우리은행은 이 가운데 상당량을 노조가 직접 처분하거나 기부하도록 배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에서는 “유례없는 특혜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4~5년이 지난 PC를 전량 은행 명의로 폐기하거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한다.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 모두 기부 물량과 회계 처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연간 1,500~2,000대 중 약 3분의 1가량을 ‘노조 몫’으로 배정한다. 겉으로는 기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산 처분권이 노조와 은행 간에 분할된 구조다. 이 관행의 뿌리는 과거 한빛은행 시절, 상업·한일·평화은행 통합 과정의 타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의 ‘과도기적 합의’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은행이 여전히 내부 단체에 자산 처분권을 나누어주는 행태는, 공공성과 투명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조가 그간 물량을 기부 형태로 처리해왔다는 점은 긍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불안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무제한(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과 맞물린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 안정과 국제 신뢰 확보를 좌우할 결정적 분수령이다. 국민의 기대 또한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에 쏠리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중앙은행이 미리 합의한 환율로 통화를 맞교환하고, 만기에 되돌리는 금융 안전망이다. 필요 시 즉시 달러를 확보할 수 있어 환율 급등과 단기 자금 경색을 막는 효과가 있다. 실제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최후의 달러 백업라인’이 존재한다는 신호만으로도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준다. 과거 한국은 한시적 300억~600억 달러 규모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으나, 이번 요청은 ‘상설·무제한’ 형태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다. 이는 한국 금융시장에 사실상 ‘달러 안전판’을 상시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협상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통제하는 기축통화국으로, 상설 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소수(유럽·일본·영국·캐나다·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