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공사 현장에서만 죽지 않는다. 돈이 끊기고, 신용이 무너지고, 다시는 일할 수 없게 될 때도 한 사람의 삶은 사실상 끝난다. 하도급 갑질은 그런 방식의 ‘보이지 않는 살인’이다. 광신건설을 둘러싼 하도급 갑질 논란은 더 이상 개별 기업 간 분쟁의 영역이 아니다. 원청의 우월적 지위 남용, 행정기관의 무대응, 제도의 방기가 겹치며 한 하청업체를 사회적으로 제거한 구조적 사건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가는 끝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국가에 보내진 7번의 경고,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본지는 올해에만 광신건설의 하도급 갑질 실태를 7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수년째 지급되지 않은 공사대금, 기성금의 ‘대여금’ 둔갑, 반복되는 재입찰과 정산 축소, 벌금 전가, 현장 내 압박과 폭언까지. 보도의 요지는 명확했다. 이 사안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피해로 치닫고 있으며, 국가 개입이 없다면 하청업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어디에서도 실질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명백한 구조적 무대응이었다. ◇ “소송 중이라 조사 불가”…국가는 문을 닫았다 피해 하청업체는 결국 공정거래
150조 원짜리 국가 프로젝트의 간판이 두 기업가의 이름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수많은 금융·산업 전문가를 두고 왜 박현주와 서정진을 선택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인선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성장펀드는 새 정부 경제정책의 ‘첫 문장’이자 한국 경제 프레임의 재설계를 향한 신호탄이다. 그 첫 문장에 정부는 관료도, 금융 전문가도 아닌 두 명의 기업가를 올려놓았다. 이 선택은 곧바로 정책의 정체성과 방향을 설명한다.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최대한 강하게 시장에 발신하려 하고, 그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상징할 인물로 박현주와 서정진을 택했다. 그러나 상징적 선택은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낳는다. 정책의 얼굴이 바뀌면, 정책의 책임 구조도 함께 바뀌는가? 150조 원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를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이미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성공 가능성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정부가 이 펀드를 설계하면서 5대 금융그룹을 사실상 배제했다는 것이다. 규모와 리스크를 고려하면 시중 금융사가 참여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구조처럼 보이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금융지주와 거리를 두는 선택을 고수했다. 그 배경에는 복합적인 계산이 깔려
조진웅을 둘러싼 과거 소환의 방식이 도를 넘었다. 30년 전 청소년기 사건은 이미 법적 절차와 사법 판단을 통해 종결되었음에도, 일부 보도는 이를 오늘의 도덕적 범죄로 재해석하며 낙인을 반복한다. 이 수준이면 공익 제기라기보다, 과거를 트래픽 소비 대상으로 재포장하는 감정형 콘텐츠에 가깝다. 문제는 사실보다 프레임이 먼저 작동하는 구조다. 권력·고위 영역에 적용되는 신중함과 절차적 확인은 문화·연예 인물에겐 거의 부여되지 않는다. 정치·관료·재계 인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완충 문구가 작동하지만, 문화 인물에게는 의혹 제기 단계에서 이미 도덕적 파산이 선고된다. 공적 영향이 클수록 감시가 완화되고, 오히려 문화 영역일수록 단죄가 앞서는 역전적 구조다. 소년법은 교화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조진웅의 사건 역시 그 제도적 틀 안에서 종결됐다. 그 후 30년을 배우이자 시민으로 살아온 기록은 회복과 성장의 시간이다. 그런데 지금의 소환 방식은 한 장면으로 이 시간을 삭제하며, 우리가 공동체적 제도로 마련한 회복권의 효력을 스스로 무효화하고 있다. 조진웅은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예명 사용 역시 숨기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더 나은 존재로
금융시장에서 타이밍은 곧 메시지다. 개인 투자자부터 대형 운용사까지, 모두가 숫자만큼이나 ‘언제’ 일이 일어났는지를 주목한다. 그런데 삼양식품의 1천억원 자사주 매각은 그 시점만으로 시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구조 개편이 예고된 나흘 전, 기업이 수년간 쌓아온 자사주를 한 번에 털어낸 것이다. 겉으로는 “성장 투자 재원 확보”라고 하지만, 법 개정이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이 같은 대규모 결정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부른다. 정말 필요한 돈이었는가, 아니면 규제가 닫히기 전에 출구를 찾으려 한 것인가. 경제정책 변화가 기업 재무 의사결정과 맞물릴 때, 그 계산법은 시장 질서와 주주권과 직결된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자금 마련’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삼양식품이 상법 개정안 발의 나흘 전 1천억원 규모 자사주를 ‘기습 매각’한 결정에서 시장이 가장 의심하는 대목은 명분보다 계산법이다. 설비투자 자금 마련이라는 설명이 존재하지만, 실제 숫자를 대입하면 ‘필요한 돈’과 ‘털어낸 돈’의 규모가 맞지 않는다. 업계는 “삼양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삼양식품이 내세운 명분은 중국 저장성 공장 증설이었지만, 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2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한국 재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장면을 연출했다. 그의 복귀 무대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아우르는 합작사의 초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정 회장은 전면에 나섰다. 이번 행보는 단순 직함 복귀가 아니다. 정 회장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5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이 알리바바 측 인사라는 구조 속에서, 공동 경영이라는 명목 뒤에 숨을 수 있는 경영 주도권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단순히 알리바바 견제 차원이 아닌, 신세계 리더십과 그룹의 전략적 자율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정 회장은 2013년 이마트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경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공식 직함은 피했다. 그 결과 비등기 오너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책임은 회피하면서 실권만 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복귀는 그 꼬리표를 스스로 떼고, 법적·경영상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결단이다. “실패해도 내 책임”이라는 메시지가 그의 선택을 관통한다. 이는 오너십의 본질을 다시 보여주는 행위다. 이번 합작사업은 한중이라는 민감한 조합에서
LS그룹이 또다시 ‘오너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섰다. 구자은 회장이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를 강행하면서, “주주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상법 개정 이후 대기업발 중복상장 첫 사례인 만큼, 재계 전반이 “최악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논란의 파장은 LS가 이미 ‘주주와의 소통’을 공식 약속했다는 점에서 더 크다. 지난 3월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명노현 ㈜LS 부회장은 “IPO 추진 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그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하며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중복상장 강행’으로 돌아선 LS의 행보는, 그 약속이 주주 달래기용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인식을 굳히게 했다. 결국 명 부회장의 말은 “주주와 시장을 살피겠다”가 아니라 “오너의 뜻을 살피겠다”로 해석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7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이는 상법 개정 후 첫 대기업발 중복상장 시도다. 상법 개정의 핵심 취지는 ‘주주 충실 의무 강화’였다. 즉, 핵심 자산을
한화그룹 3세 경영인 김동원 사장이 주도한 한화생명의 ‘공격적 확장’이 위태로운 궤적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도약’이라는 구호 아래 속도전을 벌였지만, 남은 것은 급감한 순이익과 부실 인수의 후폭풍이다. 지표로 포장된 성장 뒤에는 내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었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8% 줄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무려 48.3% 급감했다. 보험손익은 35.9%, 투자손익은 12% 각각 감소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신계약보험마진(CSM) 증가를 내세우며 성장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숫자만 부풀린다고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신계약이 늘어도 현금이 빠져나가면 내실은 무너진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GA)의 단기납 종신보험 확대와 설계사 리크루팅을 위한 사업비 증가는, 결국 단기 지표를 위해 장기 수익성을 희생한 전형적인 ‘엑셀 경영’의 그림자다. 김 사장은 해외 M&A를 ‘종합금융그룹 도약’의 발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인수 한 달 만에 드러난 결과는 냉혹했다. 한화생명이 인수한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는 최근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유는 내부통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5년간 UI·UX 디자이너로 살아온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아름답게 해결하는 순간, 사람들은 말했다. “엘리샤 디자인은 애플 같다.” 그 디자이너가 이제 골프용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하나의 감성 브랜드 맥컬티(MacKulty). 지금, 필드 위 공기를 바꾸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Simple, Bold & Unique” 감각으로 완성한 디자인의 문법 ‘MacKulty’라는 이름에는 엘리샤 대표의 두 영감이 담겼다. 그녀가 존경하는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그리고 완벽주의 골퍼 로리 맥킬로이(Rory McIlroy). 그 두 이름이 만나며 ‘감성의 언어’가 탄생했다. “보기엔 간결하지만, 쓸수록 편리해야 합니다. 애플의 철학이 그렇죠. 제 디자인도 늘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움’을 지향합니다.” 그녀의 디자인 슬로건은 명확하다. “Simple, Bold & Unique.”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강렬한 한 줄의 감각만 남긴다. ‘에어그립(Air Grip)’ 공 하나에 담긴 디자인 철학 맥컬티의 대표작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가 마침내 ‘분기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숫자만 보면 그룹 역사상 가장 화려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 성과의 주연은 금융 영업력도, 혁신 전략도 아니다. 이름조차 낯선 ‘염가매수차익’ 회계 장부 속의 착시가 만들어낸 일회성 이벤트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헐값에 인수하면서 생긴 회계상 이익이다. 겉으로는 ‘인수 효과’처럼 포장됐지만, 실상은 ‘한 번뿐인 회계 이벤트’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본업 둔화를 가린 종이 위의 착시”라고 입을 모은다. 숫자는 커졌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텅 비어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2444억 원. 시장의 예상치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 중 5810억 원이 염가매수차익이다. 세후 기준으로 약 3600억 원, 실질 이익 기여분은 그뿐이다. 이를 제외하면 본업의 이익은 뚜렷한 둔화세다. 증권가 역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된 요인은 인수 관련 일회성 회계효과”라며 “은행·비은행 부문의 영업 흐름은 둔화 중”이라고 진단했다. 즉, 이번 실적은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장부를 다시 써서’ 만든 것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일본 도쿄에 고급 자택을 신축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주택의 가치가 1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지만, 롯데 측은 “과장된 추정치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위기 속 ‘총수의 사생활’이 불러온 상징적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도된 1000억 원대는 추정치에 불과하다”며 “실제 가치는 그보다 훨씬 낮고, 실거래가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도쿄 중심부의 높은 토지가격을 감안한 업계의 단순 추정치일 뿐”이라며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사비로 건축한 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독 저택이 아니라 5가구가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 형태이며, 초호화 개인 저택으로 묘사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그룹은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비상경영 체제 속에 놓여 있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유통·화학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도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의 일본 자택 신축이 언급된 것 자체가 ‘리더십 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