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재개발 사업의 본질은 주거환경 개선이다. 그러나 장위15구역을 둘러싼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비리 의혹의 실체보다 먼저 드러난 것은 폭로자와 언론을 향한 전방위적 고소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언론 재갈’ 논란이다. 형사 고소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면서 사안의 중심이 사업 투명성 검증이 아닌 비판 봉쇄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명과 자료 공개보다 법적 대응을 앞세우는 방식은 공익신고 보호와 언론 자유라는 공적 가치와 충돌한다. 공공성이 큰 재개발 사업에서 의혹 제기와 검증은 공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장위15구역의 고소 남발 구조와 그 이면의 사업 운영 실태를 단계적으로 추적한다. 이번 시리즈는 결국 누가 질문을 막고 무엇을 숨기려 하는가를 묻는다.
■ 카카오톡 글에서 시작된 형사 사건
2024년 3월, 조합원 서호정 씨는 단체 대화방에 조합원 명부의 외부 전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발언은 지종원 조합장의 고소로 이어지며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 사건으로 비화했다.
그러나 2025년 11월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발언의 진위 공방을 넘어 외부에 존재하는 별도 형태의 조합원 명부 전달 정황이 언급되면서 사건의 초점이 ‘허위 발언’에서 명부 관리 문제로 이동했다.
■ 무죄 판결의 의미…종결이 아닌 출발
법원은 허위성, 허위 인식, 검사의 입증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개인의 형사 책임을 부정한 판단이지만, 동시에 조합원 명부의 외부 존재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건의 무게를 키웠다.
재판 과정에서는 당사자 간 통화 녹취가 증거로 제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녹취에는 복수의 정비업체 접촉 정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며, 재판부가 당사자 간 녹음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한정된 것으로, 명부 유출 사실 자체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실체 규명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건의 본질…‘발언’이 아닌 ‘명부’
재판에서 드러난 핵심은 명예훼손 여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조합원 명부의 실체였다. 해당 명부에는 조합원 1,776명과 가족 포함 2,336명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외지 여부는 물론 조합 설립 동의 여부와 반대 활동 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 행정자료의 범위를 넘어선 고위험 개인정보 집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합설립 동의 여부와 반대 활동을 색상으로 구분한 구조는 관리·분류 목적 자료 가능성, 나아가 블랙리스트 성격 논란까지 낳고 있다. 사건은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재개발 정보 통제와 권력 구조 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 남은 질문…작성 주체·유출 경로·확산 범위
형사 사건은 종결됐지만 본질적인 의문은 남아 있다. 누가 작성했고, 어떤 경로로 외부에 전달됐으며, 지금 어디까지 확산됐는가.
외부에서 임의 생성하기 어려운 구조는 내부 생성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식 자료와 다른 형태는 관리 체계 붕괴 또는 의도적 전달 가능성을, 확산 범위의 불확실성은 장기적 집단 피해 위험을 의미한다.
■ 100쪽 명부 파장…집단소송 가능성
해당 명부는 1페이지 약 25명씩, 전체 100페이지 안팎 분량으로 전해진다. 피해 조합원들이 집단 대응에 나설 경우 사회적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개발 전문 나도연 변호사는 “재개발 조합 명부는 고도의 보호가 필요한 민감 개인정보 집합”이라며 “유출이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뿐 아니라 광범위한 민사상 손해배상과 조합장 지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무너진 신뢰…재개발 거버넌스의 경고등
재개발은 수천억 원의 자산과 수천 명의 삶이 교차하는 공공 영역이다. 개인정보 관리 실패는 곧 거버넌스 신뢰의 붕괴를 의미한다.
무죄 판결은 끝이 아니다.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조합원 2천여 명의 개인정보는 △누가 만들었고 △어디로 흘러갔으며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 분쟁이 아니라 재개발 역사에 남을 개인정보 통제 실패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사실의 확인이다. 그리고 그 확인 과정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다음 편 예고
장위15구역 재개발 소식지 허위 기재 의혹 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