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몰 임대차계약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쟁이 다시 ‘공정 경쟁이냐, 특혜 유지냐’의 구도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가락시장 형성 과정과 정부의 이전 정책, 당시 공문과 현재의 계약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면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 시장은 자유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정책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계약 논리 역시 그 출발선 위에서 다시 해석돼야 한다.
가락몰 논쟁을 제대로 보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공개입찰을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 시장이 처음부터 공개경쟁으로 형성된 공간이었느냐”다. 공사 검토 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 당시 도심 정비 정책에 따라 용산시장 등 기존 상권에서 이전한 상인들이 집단적으로 입주하면서 형성됐다. 이는 자연 발생적 경쟁 시장이 아니라 정책 이전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단순한 입점자가 아니었다. 기존 상권을 떠나 정책에 협조했고, 시장의 조기 정착과 유통 기능 안정에 기여했다. 그 결과 형성된 것이 수의계약과 반복 갱신 관행이다. 공사 문건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계약이 계속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돼 왔다”는 대목은 현재의 계약 구조가 특혜의 산물이 아니라 정책 과정에서 축적된 질서임을 보여준다.
이 서사는 1984년 정부합동민원실 회신공문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상인들의 영업 공간 문제와 이전 대책은 단순한 민간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와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공적 과제로 다뤄졌다. 정부는 이전 이후의 영업 지속 가능성까지 정책의 일부로 인식했다. 이는 “이전은 하되 이후는 각자 경쟁으로 해결하라”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의 공개입찰 논리는 균열을 드러낸다. 출발선이 정책이었다면, 현재의 계약 구조 역시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입찰을 주장하는 쪽은 이 구조를 ‘특혜’로 규정한다. 이 지적은 겉으로 보면 타당하다. 특정 사업자가 장기간 동일 공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만을 놓고 본 판단이다. 형성 과정을 제거한 채 현재의 형태만으로 특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출발선을 지운 해석이다. 정책 협조를 전제로 형성된 지위를 사후적으로 일반 경쟁 구조로 환원하는 것은 공정의 확장이 아니라 맥락의 삭제에 가깝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정책 신뢰 보호가 곧 무기한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뢰는 조건 없는 권리가 아니라 조건부 보호의 대상이다. 시장 안정 기여, 유통 기능 유지, 계약 이행 능력과 같은 기준 위에서 평가돼야 한다. 이 기준 없이 신뢰를 주장하는 순간 그것은 곧 기득권으로 변질된다. 문제는 신뢰를 폐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유지할 것인가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은 신규 진입의 문제다. 시장은 폐쇄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사업자의 참여 기회 역시 공정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기존 상인과 동일한 출발선 경쟁이어야 한다는 전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 이전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동일 조건 경쟁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든다. 신규 진입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이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공사 내부 문건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문건은 최고가 낙찰제 도입 시 임대료 상승이 식재료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곧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본력을 가진 특정 사업자의 점포 집중이 유통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양, 울산, 마포 사례에서는 임대료 급등, 기존 상권 붕괴, 장기 소송과 행정력 낭비까지 발생한 바 있다. 공사 스스로도 공개입찰이 항상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가락몰은 일반 상가가 아니다. 공사 문건이 밝히듯, 이 공간은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연계된 식자재 유통 보조 인프라다. 즉 임대료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유통 질서 유지와 물가 안정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계약 방식 역시 단순한 임대차 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 공공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다농 측이 제시한 논리 역시 이 맥락 위에 서 있다. 다농은 자신들이 1985년 시장 형성과 함께했고, 이후 식자재 공급망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정책 이전 과정에 협조한 주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단순히 “오래 있었으니 계속 있게 해 달라”는 요구와는 다르다. 오히려 “정책으로 형성된 지위를 사후적으로 일반 경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결국 이 사안의 해법은 공개입찰과 수의계약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설계다. 가격만으로 결정하는 공개입찰이 아니라, 업력·유통 기능·공공 기여도·계약 이행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평가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제한경쟁, 단계별 평가, 협상 계약 방식 역시 현실적인 선택지다. 경쟁은 열되, 기준은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가락몰 논쟁은 공정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공정은 모두를 같은 선에 세우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재단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공정이다. 공공이 만든 질서를 공공이 스스로 부정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계약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개입찰이냐 수의계약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신뢰와 경쟁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