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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 최강이 아니면 만들 필요가 없어요.” 호프만코리아 김성도 회장

아시아 호령한 고구려의 주몽
세계를 제패할 호프만의 주몽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사진 ㈜호프만코리아 | “우리는 세계 최강이 아니면 만들 필요가 없어요.” ㈜호프만코리아 김성도 회장의 말이다.

 

천문학적인 홍보비를 집행하는 세계적 메이커보다 좋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쓰이는 클럽을 만드는 데 주력해온 제조 업계에 대한 지적이자 세계 정상급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한 그 만의 각오다.

 

그의 목표는 아마추어에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프리미엄 제품을, 투어 프로에게는 대회에 가지고 나가고 싶을 만한 ‘전투용’ 클럽을 쥐여주겠다는 것과 골프채 시장에서도 K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당신의 드라이버, 믿음직하십니까?
드라이버는 골퍼들에게 ‘똑바로 멀리’라는 숙제를 안겨주는 존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골프라는 스포츠 안에서고, 드라이버는 사실 자존심이다.

 

1번 홀 티 샷을 앞두고 백에서 드라이버를 뽑을 때를 떠올려보자. 머리는 ‘힘 빼고 툭’, ‘풀스윙의 80%만’이라고 되뇌지만, 가슴은 홈런을 예고한 ‘베이브 루스’ 마냥 비장하지 않은가.

 

앞서 티샷을 한 동반자가 ‘오잘공’을 내기라도 했다면?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바싹 들어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정작 티샷 한 공이 러프를 벗어나 O.B.라인을 넘어간다면?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살릴 걸 그랬다’라며 후회하곤 한다.

 

때로는 그 후회가 18홀 내내 이어지기도 한다. ‘드라이버는 쇼’라지만 드라이버는 역시 믿음직해야 하는 이유다. 믿고 칠 수 있는 드라이버란 평소 연습처럼 스윙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주는 드라이버다.

 

“특히 드라이버라는 클럽은 자존심 문제예요. 백에서 드라이버를 뽑을 때는 자기의 최고 명검을 뽑아 드는 비장한 심정 아니겠습니까.”

 

 

드라이버가 브랜드를 살린다
자사 기술력만으로 풀 세트를 만들어온 호프만의 김성도 회장이 유독 드라이버에 방점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에게 ‘드라이버’라는 클럽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드라이버 제품의 성패가 브랜드의 흥망을 가릅니다. 바꿔 말하면 골프채 제조사는 드라이버 하나만 잘 띄우면 성공한다는 얘기입니다. 프로선수가 아니더라도 로우 핸디캐퍼들 사이에서 회자 되는 드라이버를 만들었다면, 그 브랜드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니까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강한 기업
호프만은 1948년에 미국에서 설립한 OEM 전문 클럽 제조사다. 현재까지 70여 년간 윌슨, 핑 시커, 벤 호건, 야마모토, 필라, 마쓰모토, 월트디즈니·워너브러더스(주니어 전용 모델) 등을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클럽 양산을 담당해왔다. 골프 클럽 OEM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래 축적된 기술력으로 자체 생산력을 보유한 강한 기업이다. 


2005년에 호프만을 인수한 김 회장은 이후 OEM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한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4년이 흐른 2009년, 호프만의 ZM-101 드라이버가 상해 롱기스트 콘테스트에 참가해 1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다시 약 10여 년 이상이 지난 지금 호프만은 그립, 샤프트, 패럴, 헤드에 이르는 4가지 구성품을 오로지 자사의 기술력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아직도 다수의 제조사가 카피한 금형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골프 치러 갔다가 한국 제품으로 라운드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선택받지 못할 채라면 만들지 말자는 거예요.”

 

선택받지 못할 채는 만들지 않겠다
“한국 제품으로 라운드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본 적 없다. 연습용 아니면 초보 시절에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일부러 국산 브랜드를 고집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 회장의 이 질문을 자꾸 곱씹게 됐다. 


“정규 홀에 나가서 한 70팀 백을 봐도 한국 클럽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죄다 미국과 일본의 양산형 클럽이죠. 그럼 이제는 한국 제품이 없어졌나요? 아니죠.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이 아니면 만들 이유가 없다는 의미가 바로 그겁니다. 만들어 놓고도 선택받지 못할 채라면 만들지 말자는 거예요.”

사이다 한 캔을 쭉 들이킨 것 같은, 한편으론 뭔가 실마리가 풀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몽과 소서노, 삼족오 달고 세계에 도전한다
“미국 쪽에서는 호프만 하면 골프채 잘 만드는 회사라는 걸 알아줍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자사 브랜드가 없을 뿐이었죠.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강했던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이름을 땄죠.” 


현재 호프만은 트리플 엑스, 마루야마는 엑스칼리버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축했다. 여기에 추가될 새로운 브랜드가 바로 주몽(남성용)과 소서노(여성용)다. 로고로는 고구려의 상징이기도 한 삼족오를 로고로 사용한다. 


주몽과 소서노는 MBC 드라마 ‘주몽(2006~2007)’의 주인공들로 고구려를 세운 인물들이며, 삼족오는 당시 드라마 속에서 주몽이 이끄는 ‘다물군’이 사용하는 상징이다. 고구려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시기이자,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국가다.

 

 

“우리 클럽도 고구려처럼 세계를 제패할 기술력이 충분합니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삼족오를 로고로 사용하기 위해 지적 재산권 문제도 마무리해놨습니다. 70년 역사의 호프만이 쌓아온 데이터와 40여 년 업계에 몸담은 제 노하우로 어떤 드라이버를 가져야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지를 알잖아요. 그리고 만들었습니다. 인정받았고요. 남은 고민은 알리는 일이겠죠.”


1954년생인 김 회장은 고려대 정경대를 졸업했다.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해 스물여섯 살에 정치에도 입문했지만, 스스로 ‘골프채 만드는 공학자’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그 정체성에 자부심이 강하다.


“저는 스스로 조금 질이 다른 장인 그룹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괜히 폼만 잡는 게 아니라 클럽 제조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해요.”

 

 

 

OB 없는 채, 기본 스윙만 해도 200m 쉽게 날려
호프만에서 기존에 출시했던 드라이버는 2가지다. 호프만의 트리플 엑스와 마루야마의 엑스칼리버다. 김 회장은 두 제품을 두고 “오비가 없는 채”라고 설명하고는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채를 실제로 경험한 클럽 챔피언들과 소위 ‘독사’라고 부르는 내기 골퍼들이 평가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와이드 스팟 테크놀로지’로 임팩트 존을 늘려 미스샷에 대한 제어력을 향상시킨 헤드도 그렇지만, 특히 여기에 채용된 옥트(OCTRIB) 샤프트가 압권이다.


옥트 샤프트는 김 회장이 USGA 공인과 미국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유리섬유 터널 안쪽에 4개의 심을 넣어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토크 값을 낮췄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샤프트를 선호하는 최근의 소비자 트렌드가 있기 이전부터 선도적으로 채용한 스펙이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강했던 고구려, 이를 건국한 주몽의 이름을 땄죠”

 

 

 

샤프트 아직도 S, R? 자기 헤드 스피드 맞춰 고른다
호프만과 마루야마에 채용한 옥트 샤프트는 적정 헤드 스피드와 CPM이 기재되어 있다. 자기 스윙과 기호에 맞는 샤프트를 고르도록 한 배려다. 아마추어 골퍼 중에는 샤프트의 무게보다 더 중요한 진동수(CPM)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도 많다. 그러나 실제 스윙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샤프트는 스펙을 너무 획일적으로 나눠놨어요”라고 지적하는 김 회장의 말을 들으며 세계 70억 인구를 ‘A, B, O, AB’에 끼워 맞추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시절이 떠올랐다. 샤프트는 ‘클럽의 엔진’이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중요한 부품인 데다, 요즘은 어지간한 남자보다 근력과 유연성, 운동신경이 좋은 여자가 흔하다. 여성용 스펙을 약하다고 느끼는 여성들은 그저 남성용 R 스펙을 고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샤프트에 헤드 스피드를 기재한다는 건 참신한 아이디어다. 


CPM도 그렇다. 샤프트의 객관적인 강도를 볼 수 있는 지표인데 양산형 클럽은 사실 같은 제품이라도 CPM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드라이버로 유명한 브랜드도 생산 오차 때문에 헤드에 달린 무게추 무게가 많게는 10g까지도 다르게 나온다. 샤프트에 CPM을 기재한다는 건 그만큼 품질 일관성에 자신 있다는 증거다. 

 

 

“이거 뭐지?” “계좌번호 찍어줘”
제주도는 30여 개의 골프장이 있는 자타공인의 골프 메카다. 김성도 회장이 이곳에 500평 규모의 매장을 마련한 이유다. 


“시타장에 와서 드라이버 몇 번 휘둘러보시면 ‘이게 뭐지?’ 하는 반응들입니다. 그만 치라고 안 하면 계속 치면서 갸웃거려요. 솔직히 자기들한텐 생소한 브랜드니까 반신반의하면서 시타나 해보자고 쳐본 거거든. 그런데 몇 개만 쳐봤는데 딱 신세계가 열린 것 같으니까(웃음).”


김 회장에 따르면 자신의 주력 드라이버와 호프만 제품을 비교 시타하면 대부분 고민에 빠진다. 그가 쥐여준 드라이버에 불만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똑바로 가?’, ‘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 ‘기계를 조작한 거 아니야?’ 시타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라운드를 나간다는 지인에게 드라이버 하나를 주고 쳐보고 오라고 했다. 지인 중에서도 까다롭고 예민한 성향인 골퍼였다. 고질적인 슬라이스 때문에 늘 고민하던 골퍼기도 했다. 라운드 중에 전화가 왔다. ‘지금 그늘집인데 계좌번호 찍어줘.’ 150만원이 그 자리에서 입금됐다. 그의 동반자 중 2명은 라운드를 마치자마자 매장에 들러 트리플 엑스를 구매해갔다. 

 

 

고반발 제품은 약하다? 소재·기술력 차이
“우리 제품은 쉽게 말하면 하프스윙만 해도 200m는 가버립니다. 드라이버 한 세 개 정도 쳐본 손님들은 죽어도 안 나오던 거리가 잘 나오니까 벌써 표정부터가 신이 나 있죠.”


남자나 여자나 드라이버 거리를 자존심처럼 생각하는 국내 정서에 걸맞은 드라이버가 아닌가. 하지만 일반 고반발 드라이버의 내구성 이슈가 우려됐다. 


“우리 제품이 고반발이라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반발 계수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비공인이 아니라 인증된 수치기도 하고요. 방향성과 관용성이 TV에 광고하는 다른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것은 특정 성능을 억지로 끌어올린 제품이 아니에요. 무엇보다 반발 계수만 높인 클럽은 헤드 스피드가 100마일 이상일 때 스윙 로봇으로 테스트해보면 서른 번이면 다 깨져요. 우리 드라이버는 내구성을 보장합니다.

1년 이내에 깨진 드라이버를 가져오시면 그 자리에서 새 제품을 드리죠. 마음은 3년까지도, 평생도 보장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극렬히 만류해서 제가 양보를 했습니다(웃음).”


이미 호프만 제품으로 바꾼 골퍼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독사’라고 부르는, 소위 쎄게 치는 재야의 고수들이죠. 이 사람들이 쓰는 장비라면 공신력을 얻어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한국산 명품 클럽 못 만들 이유 없다
“어떤 드라이버가 좋으냐를 볼 때 우리는 판매량도 보고, 해외에서 나오는 리포트도 보고 그렇죠. 그런데 저는 소위 ‘내기 골퍼’들이 뭘 쓰는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웃음), 중문 골프장에 김기수, 김석종 프로도 그렇고 이미 제주에서는 아마추어 강자들이 요새 다 우리 제품을 받아 쓰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좀 쎄게’ 하는 사람들요. 우리가 ‘독사’라고 부르는 재야의 고수들, 이 사람들이 쓰는 장비는 진짜죠. 저도 지금 잡지사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프로선수가 대회에 참가하면서 해당 클럽을 가지고 나온다? 아시다시피 그 어떤 홍보 채널보다도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 클럽으로 우승하면 더할 나위 없고요. 

이제 LPGA의 박세리, PGA의 최경주가 화면에 잡히길 손꼽아 기다리는 시대가 아닙니다. LPGA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톱 랭크를 석권한 지 오래죠. 그럼 최소한 LPGA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로 골프 잘 치는 나라예요.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클럽 하나가 없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골프 클럽 제조사의 재산은 금형과 소프트웨어, 생산 공장이다. 이를 모두 갖춘 유일한 제조사가 호프만이다. 


김성도 회장이 고반발만이 아니라 투어용 드라이버를 출시하려는 이유다. 골프 클럽 제조사의 재산은 금형과 소프트웨어, 생산 공장이다. 이를 모두 갖춘 유일한 제조사가 호프만이다. 


“현재까지는 솔직히 남이 쓰던 금형을 빌려서 클럽을 만들고 자기 브랜드만 갖다 붙이는 식의 클럽 제조를 해왔어요.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주몽이라는 드라이버가 나왔다’, ‘쳐보니까 좋더라’, ‘나도 하나 사야겠네’라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그다음 궁금한 게 뭘까요? ‘이거 어느 회사에서 만든 거지?’겠죠.

 

그때 명확하게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찾아보니 70년 역사의 오래된 회사에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는 호프만 코리아라는 회사라는 식으로 설명이 돼야만 제품에 대한 공신력이 생기니까요.”


김성도 회장이 골프 클럽에 담는 철학은 마치 명품 가방을 만드는 장인 정신과도 같았다. 그는 확실히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제 제품을 알려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