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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HOT STORY ①] 전주대 정진혁 감독의 가족 이야기

 

지이코노미 최태문 기자 | 승부의 세계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뒤에 숨겨진 이야기다. 2021년에도 많은 이들이 축구로 울고 웃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KFA 홈페이지’는 2021년을 빛낸 인물 3인으로부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들은 2021년을 어떤 이야기로 기억할까?


정진혁 전주대 감독은 지난 11월을 잊을 수 없다. 2021 U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의대를 물리치고 정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전주대는 2009년과 2017년 왕중왕전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1989년 전주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992년 감독으로 승격한 정진혁 감독은 올해로 30년이 넘는 시간을 한 우물만 판 우직함의 대명사다. 오랜 기간 한 자리를 지키면서 영광과 아픔의 순간을 모두 맛보았다.


하지만 U리그만큼은 유독 풀지 못한 숙제였다. 권역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왕중왕전과는 인연이 없었다. 결승에도 두 차례나 올라갔지만 우승 트로피는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지칠 법도 했지만 정진혁 감독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올해 전국대회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전주대는 U리그 우승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32강부터 준결승까지 순조롭게 통과한 전주대는 동의대와의 결승전에서 치열한 혈투를 펼쳐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2-1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정진혁 감독뿐만 아니라 팀의 모든 구성원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씻어내듯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정진혁 감독의 딸과 예비 사위가 있었다. 이들은 경기 종료 후 정진혁 감독을 껴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감독이 지녀야 하는 무게는 비단 감독만의 몫이 아니라 옆에 있는 가족들도 나눠 가지게 된다. 정진혁 감독이 U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승전 때 큰딸이 예비 사위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어요. 딸이 축구장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인데 운동장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봤잖아요. 끝나고 딸이 저를 안아주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고요. 저도 뭉클해졌어요. ‘이런 게 가족이구나’ 싶었고요.”


정진혁 감독의 아내는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정 감독의 아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의 지도자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다.


결승전처럼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항상 운동장을 찾아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지만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게 되면 마치 자신의 탓인 것 같은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올해 통영기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준우승과 태백산기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예선 탈락을 기록했기에 U리그 왕중왕전만큼은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경기장을 찾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대회 때마다 매번 아내가 경기장을 찾았거든요. U리그 왕중왕전 때도 결승전에 오라고 했죠. 처음엔 아내가 경기장에 가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오지 않았더라고요. 딸과 예비 사위만 보낸 거예요. 아무래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결승전에 갈 때마다 지니까 마음이 좋지 않았나 봐요. 학부형님들과 학교 관계자들 보기에 죄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한평생 전주대와 대학축구를 위해 산 정진혁 감독에게 가족들은 고맙고 미안한 존재다. 감독이라는 직업을 이해하고 묵묵히 뒷받침한 것도 이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특히 고맙고 미안해요. 30년 이상을 묵묵하게 뒷바라지했는데 정작 정상의 자리에 섰을 때는 없었잖아요. 본인이 징크스를 의식해 자리를 피했을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 고맙고 미안했어요. 아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처음 지도자를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과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원 박사 학위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뒷바라지 덕분입니다.”


오랜 숙원을 해결한 정진혁 감독의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가 있다. 정상의 기쁨을 다시 한번 맛보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정 감독은 가족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대학축구 정상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목표로 하는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아주는 것이 저의 바람이죠.”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올해 U리그 우승을 드디어 차지했는데 아직 전국체전에서는 우승한 적이 없어요. 은메달만 7개죠. 제가 은퇴하기 전에 꼭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도자로서 이 목표만은 이루고 정년을 맞이하고 싶어요.”


[뉴스출처 :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