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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는 죽지 않는다” 올드보이의 품격을 보여준 최경주

 

골프만큼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스포츠가 있을까. 대개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선수들의 전성기는 20대에서 30대까지다. 간혹 40대까지 뛰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성기를 맞은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골프는 다르다. 40대 선수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자신의 실력을 맘껏 펼칠 수 있으며, 우승을 노릴 수 있다. 그것을 몸소 증명한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 남자 골프의 ‘GOAT(Greatest ONE ALL TIME)’인 최경주의 이야기다.

 

EDITOR 방제일

 

“연장전에서 세컨드 샷을 실수한 공이 자그마한 섬 위에 살아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실수를 딛고 기적처럼 파를 지킨 최경주가 말이다. 최경주는 3라운드까지 5타 차 앞선 선두였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샷이 흔들렸고 결국 뜻하지 않은 연장전을 겪어야 했다. 체력적으로 부치는 상황에서 그는 두 번째 연장을 맞았다. 여기서 파를 하며 그는 승부를 종지부를 찍으며 KPGA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생일에 써 내려간 새로운 역사

그야말로 죽지 않는 ‘탱크’였다. 최경주가 54세 생일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새 역사를 썼다. 최경주는 5월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1·7326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3오버파 74타를 치며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 박상현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2번째 연장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상금 2억6000만원을 차지했다.

최경주는 2012년 자신이 주최한 지난해 10월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에 KPGA 통산 17승째를 거두며, 2005년 매경오픈에서 최상호가 세운 50세 4개월 25일을 넘어 한국프로골프 역사상 최고령 우승을 달성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을 포함해 해외 정규투어 12승, 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1승을 거둔 최경주는 국내 투어 17승을 더해 프로통산 30승을 채웠다. 최경주는 또한 2003, 2005, 2008년에 이어 16년 만에 4번째 SK텔레콤 오픈 우승컵을 들고 자신이 보유한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주 PGA 투어 챔피언스의 메이저대회(리전스 트래디션)에 참가한 후 곧바로 귀국한 최경주는 5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전날 “몸이 무겁다”고 한 대로 7번 홀까지 2타를 잃으며 뒷걸음쳤다. 그사이 7타 차 공동 8위로 출발한 박상현이 15번 홀까지 버디 4개를 잡으며 1타 차까지 따라붙었고, 결국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최경주가 보기를 범하며 연장전으로 승부가 이어졌다.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

연장전은 기적 같은 드라마였다. 최경주는 첫 연장에서 5번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을 그린 앞 개울 가운데 자그마한 섬 위 러프(페널티 지역)에 빠뜨렸으나 3번째 샷을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이 장면은 KPGA 투어 역사에 남을 드라마였다. 이 샷으로 최경자는 극적으로 두 번째 연장에 돌입할 수 있었다. 기사회생한 최경주는 두 번째 연장에서 투온에 성공해 전세를 뒤집었고, 박상현은 세컨드 샷을 러프에 빠뜨린 뒤 보기를 범하며 승부가 갈렸다.

 

최경주는 우승 직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울먹였다. 눈물을 흘리며 한 인터뷰에서 그는 “SK텔레콤과 핀크스 골프장에 감사한다. 후배들과 열심히 싸웠고, 감격스럽고 영광이다”라고 말한 뒤 끝내 눈물을 훔쳤다. 공식 인터뷰에서 최경주는 “너무나도 간절히 우승하고 싶은 마음에 경기가 끝나고 감정이 솟구쳤다”며 “첫 연장전 세컨드 샷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없고, 하나님이 저를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 캐디와 함께 ‘기적의 현장’에서 기념 촬영을 한 최경주는 “18번 홀 앞 그 섬은 ‘KJ 최 아일랜드’로 이름 붙여 기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