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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Go get'em Tiger!

"귀여웠는데요...귀엽지가 않습니다"
무서운 20세, 김주형 프로

 

그렇다. 이건 설레발이다

'Go get'em Tiger!'

자주 쓰이는 관용구다. 응원할 때 주로 쓴다. 굳이 이 말을 고른 건 김주형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마음이고, ‘타이거 우즈의 팬’이라는 김주형에게 가서 ‘타이거’를 붙잡으라는 설레발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DITOR 박준영   PHOTO CJ제공


수많은 선수가 그렇듯 김주형에게도 타이거 우즈는 우상이다. 우즈를 본 것만으로 감격했던 소년은 조명 시설도 없는 골프 연습장에서 휴대전화로 손전등을 켜놓고 퍼트 연습을 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돌며 골프를 익혔다고 ‘골프 노마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제 막 스물이 된 김주형의 골프인생은 역마살로 가득했다.

 


고진영의 후배, 김주형
김주형이라는 유망주를 처음 알게 된 건 공교롭게도 당시 세계랭킹 1위 고진영 프로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였다.


2020년 3월 5일 고진영의 개인 채널 〈고진영고진영고〉에 업로드된 샌디에이고 전지훈련 브이로그에서 김주형은 17세의 귀여운 유망주로 영상에 얼굴을 비쳤다.

 

고진영은 마치 이모가 조카를 대하듯 챙기기도, 반쯤 놀려먹기도 했다. 고진영은 김주형에 대해 “골프 정말 잘 치는 후배”라면서도 김주형의 스윙을 보고 “너 진짜 귀엽게 친다”며 ‘이모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년의 반응이 범상치 않다. 그 나이에 딱 맞게 수줍어하거나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다가도, 골프에 대해서는 애어른 같은 코멘트로 고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았던 그가 나는 참 인상적이었다.


KPGA에 나타난 김주형
다음으로 김주형을 발견한 건 KPGA에서다.

 

엊그제 17세의 유망주로 유튜브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미 아시안투어의 신성으로 주목받고, 2021년 드디어 국내 무대에 입성한 김주형 ‘프로’였다. 그때도 김주형을 지켜보는 내 기분은 대견함과 기특함에 가까웠다.


나는 그가 KPGA에서 경력을 잘 쌓아서 PGA에도 진출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데뷔 후 최단 기간 우승(109일), 최연소 우승(18세 21일)이라는 괴물 같은 타이틀을 아무렇지 않게 따내 버린다.

 

다음 시즌에는 14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준우승 3회, 9차례 톱10 마저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주형 본인의 코멘트대로 ‘거침없던 2년차’였다. 그때도 김주형을 지켜보는 내 기분은 여전히 대견함과 기특함 같은 것이었다.

 


무서운 20세, 김주형
지금,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보다 8개월 빨리 PGA를 정복한 무서운 20세가 됐다. 최연소 기록은 조던 스피스(19세 11개월 18일)의 차순위지만, PGA 첫 2000년대생 챔피언이라는 기록적인 타이틀을 역사에 써넣었다.

 

PGA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을 기록하고도 우승을 차지한 첫 사례도 새겼다. 향후 2시즌 동안은 PGA 출전자격을 얻었다.


윈덤 챔피언십 최종일 18번 홀 다소 까다로운 파 퍼트를 남긴 김주형은 설령 보기로만 막아도 우승할 수 있었고, 우리는 모두 그의 우승을 짐작했다. 그러나 기어코 퍼트를 집어넣은 김주형에게 이제 대견함이나 기특함 같은 단어를 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요정 김주형
김주형은 인터뷰에서 “월요일마다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고맙고도 예쁜 말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골퍼들에게는 월요병 대신 월요요정 김주형이 전하는 소식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기대감이 컸던,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3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김주형은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실망감은 없다. 김주형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Tom Kim! Go get ’em 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