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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이 ‘봉’?” 호프만골프 김성도 회장

”100% 우리 기술만으로 세계 시장 뒤집을 수 있다”

 

김성도 회장은 클럽을 제조하는 데 공인된 장인이다. OEM을 위주로 사업을 해왔기에 자체 브랜드는 일부 클럽 챔피언이나 골프를 ‘쎄게’ 치는 이들에게는 알려졌지만, 대중들에게는 생소하다. 오랜 경험과 기술력으로 그는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넘어서는 클럽을 만들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과장 없이 말할게요. 세계 어느 브랜드와 겨뤄도 이길 수 있는 클럽을 이제 우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올해 69세다. 이제는 골프계에 살아온 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K-클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준 제품에 해외 브랜드 로고가 찍혀 수십, 수백 배 가격이 오르고, 이걸 다시 한국 골퍼들이 구매하는 아이러니를 뒤집고 싶다는 게 그의 마지막 꿈이다.


EDITOR 박준영  PHOTO 방제일

 

 

김성도 회장과의 두 번째 만남
“우리는 세계 최강이 아니면 만들 필요가 없어요.”
2021년 12월, ㈜호프만골프 김성도 회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얼핏 당찬 포부로만 들릴지 모르지만, 에디터로서는 당시 비애감도 들었다. 속뜻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브랜드 제품은 계속 출시된다. 그러나 주변에, 혹은 라운드 나갔을 때 여러 카트를 둘러봐도 미국과 일본의 양산형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국산 브랜드가 없어졌는가. 아니다. 지금도 출시되고 있다. 김 회장의 말은 결국 만들어 놓고도 선택받지 못할 채라면 만들지 말자는 얘기였다.

 

기술 하나로도 승산 있지만…
김성도 회장이 호프만을 인수한 건 2005년이다. 호프만은 1948년 미국에서 설립된 OEM 전문 클럽 제조사로 시작했다. 현재까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 제품 생산을 해왔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까지 각국 브랜드에서 호프만의 실력을 인정한다.


호프만을 인수한 김 회장은 OEM을 최소화하고 자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금형, 도금, 용접, 레이저프린팅, CNC 밀링, S/W, 생산 공장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호프만의 기술과 데이터에 김 회장의 40년 노하우가 집약됐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호프만골프의 드라이버 ‘ZM-101’은 2009년 상해 롱기스트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다. 탄력을 받았다. ‘기술’ 하나로도 승산이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많은 브랜드가 기존의 금형에 로고만 바꿔 판매하는 것과 달리 헤드와 샤프트는 물론이고, 그립과 패럴까지 메이저 양산 제품들보다 좋은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어느 하나라도 남의 걸 가져다 쓰고 싶지 않았다. 국산 골프 클럽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그러면 뭐해요. 사람들이 다 양산형 클럽만 쓰는데.”
김 회장의 일갈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꽤 오래전부터 한국 골프계에서는 K-클럽을 기대한다. 골프는 이제 우리에게 ‘서양인’들이 석권하는 귀족들의 사교 문화가 아니다. 물론 완전한 대중화를 이룬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가까워진 스포츠다. 한국 투어프로들이 LPGA 대회마다 리더보드 상단을 채우는 것도 놀랍지 않고, 이제는 PGA에서 활약하는 남자 투어프로들도 많아진 데다, 약관의 신인이 PGA의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는 판이다.

 

혹자는 ‘모든 것에 K를 붙일 셈이냐’, ‘세계화 시대에 꼭 그렇게 K를 붙여야겠느냐’고도 하지만, 우리가 K를 붙인다 한들 세계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리고 K가 붙은 우리 문화와 기술, 실력은 세계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이제 100% 대한민국 기술력으로 만든 K-클럽을 골프계는 원한다. 그럴 기술도 있다. 그러 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럼 뭐해요? 다 양산형 쓰는데”
“양산한 패럴에 로고 하나 넣어서 몇만 원씩 받는데도 다들 구매해요. 호프만은 더 좋은 소재를 사용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고요. 그래도 외면받는 게 지금의 국내 골프 시장입니다. 이걸 바로잡고 싶어요.”


패럴만이 아니다. 피팅 아이언 제품도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무명 브랜드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일본 단조 브랜드, 미국브랜드가 김 회장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골퍼에게 인정받은 그 제품들을 만든 건 ‘우리’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왜 우리만의 브랜드가 없느냐는 거죠.”


김성도 회장이 말하는 ‘우리’는 ‘호프만골프’이기도,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요새 ‘약이 오른다’며 개탄한다.

 

“우리가 만든 헤드에 로고만 그려 넣고는 수십 배, 수백 배 가격을 붙여 파는 걸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한국시장이 봉이에요, 봉“
김 회장은 호프만골프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산형은 미국이,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은 일본 브랜드가 공고하다.
“90년대 골프 붐이 일었을 때부터 명품 클럽으로 유명했던 모 브랜드는 1억 원에 달하는 클럽을 가져다 놓았더니 십수 명이 구매했다고 해요. 우리가 미국, 일본 브랜드 클럽을 70년이나 만들어준 회사 아닙니까. 기능 면으로나 기술적으로도 우리가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은 포인트가 많은데도. 한국시장이 봉이에요, 봉.”


한국시장에서 그동안 고가 라인으로 성공했던 일본 브랜드들은 지금 양산형으로 전환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추세지만, 비싼 라인업은 한국시장에 내놓는다. 그래도 사니까.

 

 

‘독사’들이 인정하는 호프만골프
호프만골프의 제품은 골프를 소위 좀 ‘세게 치는’ 이른바 ‘독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세가 있다. “최근에는 인천의 한 클럽 챔피언이 5개를 가져가셨어요. ‘세상에 내가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봤는데 이건 진짜네’라는 반응이었죠. 제주 매장에서 시타하면 고객들 반응이 대체로 그래요. 헤드와 샤프트는 물론이고 그립이며, 패럴 하나까지 모두 한국 기술로 만든 거라고 하면 더 놀라죠. ‘이런 기술력이 있는데 어떻게 이제까지 우리가 몰랐느냐’고 해요.”


기술은 이미 능가, 브랜딩과 펀딩 필요해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된 지금은 해외 브랜드를 이길 수 있는 (고반발이 아닌)일반 라인업도 필요해요.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이나 브랜딩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솔직히 쉽지 않아요.”
최근 출시한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는 강남 일대 프로들에게 베타 테스트를 거쳤다. 샤프트, 헤드, 타감, 샷 결과 모두에서 호평을 받았다. 남은 건 브랜딩과 마케팅이다. 백세시대라지만 내년이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최신 트렌드와 니즈를 맞추는 건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K-클럽이라는 걸 나는 반드시 만들겠다고 각오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해요. 후계자도 필요하고.”

 

한국 골프채 시장은 세계에서도 선두권이다. 몇몇 해외 브랜드는 한국시장만을 위한 제품 라인을 몇 년째 유지하기도 하고, 수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세트도 한국에만 내놓는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고가의 모 피팅 전문 아이언 헤드는 로고만 박고 수백 배가 올라 한국시장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팔린다.


“그런 구조, 사슬을 끊어야 해요. 이제 끊을 때가 됐어요.”
김 회장의 말이다.
“과거에는 해외 브랜드가 더 뛰어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니고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은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구현하는 데는 투자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유관기관과의 협력과 국민 공모주 등의 아이디어로 K-클럽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OEM도 물량을 대부분 줄였고, 이미 들어온 물량 이후로는 아예 하지 않을 계획이다.

 

 

“15년 전에도 대한민국 제품이 세계에 수출됐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찾아볼 수가 없게 됐죠. 기술력 문제가 아닙니다.”


골프 장비에 해박한 골퍼들이 인용하는 명품 클럽의 공법과 소재, 기술력과 성능, 기능성. 어떤 부분에서도 우리 기술이 나으면 나았지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가운데 유독 골프 산업만은 아직 산업화 시절의 사대주의에 몰입해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김성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 늘 ‘뜨거움’이 느껴진다. 그립과 패럴부터 샤프트와 헤드까지 모든 부품이 좋은 소재와 공법으로 다듬어진 호프만골프의 ‘K-클럽 프로젝트’는 김성도 회장의 마지막 도전이자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