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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귀지

귀지는 고막을 보호하는 수문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잘 생기고 멋지고 예쁜 사람도 귀지가 보이면 청결해 보이지는 않는다. 6개월~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 방문하면 안전하고, 쉽고, 빠르게 귀지를 제거할 수 있다.


WRITER 정순옥

 

청능사로서 난청인들을 위해 청력검사, 보청기 상담과 청능 재활, 그리고 보청기 수리 작업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때 다양한 이들의 귀속을 보게 된다. 보청기 착용자가 소리를 잘 듣도록 하기 위해 제일 먼저하는 건 외이도(귓구멍)를 보고 귀지가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청기 제작을 제대로 하려면 ‘귓본 채취’가 매우 중요한데, 귀지가 과도하게 많으면 고막을 볼 수도 없거니와 중이염까지 있을 때 무리하게 귀지를 제거하면 자칫 굳어버린 귀지가 고막과 함께 딸려 나올 수도 있어 미리 이비인후과에서 처치 후 귓본 채취를 해야한다. 이런 안내를 하다 보면 꽤 많은 이들이 평소 귀지를 제거해야 하는지, 그냥 놔둬도 되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외이도의 수문장, 귀지
어릴 적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서 귀지를 팠던 추억이 있을것이다. 그때마다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던 기억도. 영어로는 ‘이어 왁스(Ear wax)’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귓밥’이라고도 부른다.

 

대부분 귀지는 ‘지저분하고 더럽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적당한 귀지는 외이도 즉, 고막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귀지는 대기 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 날파리와 벌레 또는 박테리아 등의 세균 침투를 막아주고 보호해주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즉 귓속에 아예 없어선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귀지다. 물론 과도한 귀지는 제거하는 게 좋다.


귀지는 왜 생길까?
귀지가 생기는 건 생리적인 현상이다. 외이도의 땀샘과 이구선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피지 분비물과 단백질, 귀속에 있는 표재상피층의 각질인 세포들이 떨어져서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 등과 혼합되며 만들어진다. 귀지가 생기는 양은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귀지의 종류는 크게 눅눅하고 끈적끈적한 귀지와 푸석하고 마른 귀지로 분류된다. 눅눅하고 끈적한 귀지는 ‘우성 유전’이며, 푸석하고 마른 귀지는 ‘열성 유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끈적하고 눅눅한 귀지를 가진 사람은 서양인 유전자가 섞여서 체취가 강하고, 땀 냄새도 강한 편이라고 한다.


동양인들은 대부분 바스락거리는 마른 귀지다. 자주 귀를 파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기도 하고 집에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반면 끈적하고 눅눅한 귀지는 양에 따라 덩어리가 되어 외이도 입구를 막기도 한다.


귀지는 병원에서 제거하자
무리하게 귀지를 제거하려다 발생하는 사고들도 많다. 너무 깊이 후비다 상처가 나기도 하고, 아이나 반려동물이 툭 쳐서 고막이 터지기도 한다. 이때 소리를 듣는 뼈까지 다쳐 수술한 사례도 왕왕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송곳이나 심지어 뾰족한 대못으로 귀를 후비다 피를 흘리며 상처를 입은 사람도 여럿 봤다. 절대 안 된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귀이개를 주로 사용하는데, 귓속에 상처가 나면 염증성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외이도의 피부가 건조해져서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면봉으로 매일 귀지란 귀지는 모조리 없애 버려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도 있다. 면봉을 사용하는 것도 사실은 좋지 않다. 면봉으로 귀를 파면 귀지가 고막 가까이 더 밀려 들어가서 아예 고막에 붙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간혹 면봉에 붙은 솜이 귓속에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귀에서 바스락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날 수도 있고, 면봉 솜이 귀지와 함께 고막에 붙어버리면 주변 환경음이 먹먹하게 들리게 된다. 나무로 된 면봉이 부러져 귓속에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청기 고장 주범, 귀지
그렇다고 귀지를 방치하라는 건 또 아니다. 적당한 귀지는 벌레와 이물질로부터 내 귓속을 보호할 수 있지만, 너무 많으면 소리 전달을 방해하고, 고막을 자극하여 이명과 전음성 난청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보청기 고장의 약 60~80%가 보청기 리시버나 마이크의 고장인데, 이를 유발하는 주원인이 바로 ‘귀지’다.


귀지가 과도하면 소리막힘과 리시버 고장, 습기로 인한 보청기 부식으로 보청기가 쉽게 고장난다. 따라서 특히 보청기 사용자라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귀지를 제거하여 청결을 유지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