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프로’는 기존에 티칭프로·투어프로로만 나뉘던 골프 전문가 그룹에 새로 생긴 직업군이다. 미디어프로는 요컨대 골프를 전문적으로 익힌 엔터테이너들이다. 투어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레슨부터 기업 행사나 방송 활동,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광고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디어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 물론 미디어프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전향해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미디어프로들을 골프가이드가 만나본다. |
홍주연 프로는 유튜버 3년 차다. 미디어프로와 KLPGA 드림투어를 겸하고 있는 그에게 유튜브 채널 ‘쭈리쮸골프TV’는 좌절의 시기에 ‘숨 쉴 곳’이 필요해 선택한 공간이었다.
‘무명인 나한테 구독자가 얼마나 생기겠어’라며 시작했던 유튜브를 통해 생각지도 않던 격려와 응원, 지지를 받았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EDITOR 박준영
홍주연 프로는 승부욕이 강하다. 여러 가지 운동을 했고, ‘신동’ 소리도 들었던 그에게 승부란 ‘열심히 하면 이기는 것’이었을 수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우슈를 했다. 그냥 체력 단련이 아니다. 시합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선수 생활이었다. 검도와 태권도도 좋아했다. 그가 정말 좋아하던 건 달리기다.
“달리기를 좋아했죠. 네,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냥 달렸구요(웃음).”
워낙 활동적이었고, 축구를 좋아해 남학생들 사이를 누비고, 그들과 경합했다. 여자친구들보다는 남자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렸다. 그 모습을 인상 깊게 봤는지 학교장의 권유로 육상대회도 출전했었다.
‘대체 왜 1부에 못 올라가?’
‘나도 어렸을 때 뽈 좀 찼지.’ ‘찐 축구인’들, 아니 포장은 그만두자. 조기축구회 OB 모임에서 나올 듯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홍주연은 ‘축구를 했다’ 대신 축구를 ‘찼다’고 표현한다. 홍주연에게 축구란 어린 시절 공놀이 정도가 아니라는 증거다.
“축구는 제가 정말 좋아했던 종목이라 거의 매일 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아버지가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키려고 하셨어요.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됐지만요.”
골프도 다르지 않았다. 주위 동기생들보다 늦게 시작해 설움(?) 당한 적도 있지만, 5년 만에 PGA까지 따고 2부 투어 우승까지 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4 KLPGA 카이도골프 드림투어 10차전 우승, 홍주연이 20세가 되던 해였다.
“솔직히 1부까지 쭉 치고 나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아니 대체 왜 1부를 못 올라가?’라고 의아해할 정도로 자신감도 충만했고요.”
“골프, 넌 나에게 좌절감을 줬어”
그런 홍주연에게 찾아온 부상, 부상은 슬럼프로 이어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골반을 다쳤다. 2년간은 골프채를 잡지도 못했다. 아예 침대에 누워서 3달이나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학생 때 고생했던 손목부상에 이어 팔꿈치 부상도 겹쳤다.
“돌아갈 수 있다면 스무 살 우승 당시로 돌아가고 싶어요. 늘 걱정 없고 과감하게 나 자신을 정말 믿고 살아왔는데, 언제부터인지 걱정도 많아지고 확신이 떨어졌어요. 우승 이후에 뭔가 증명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이 길이 맞나, 내가 집안 말아먹는 주범인 게 아닐까’ 시쳇말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골프는 끝이 없는 게 묘미죠”
골프의 묘미가 뭐냐고 묻자 “(골프는)끝이 없다”고 운을 뗐다.
“뭐든 배우면 금방 따라 하고 1등 하기 정말 쉬웠는데 골프는 아주 대단한 게 해도 해도 끝이 없더라고요(웃음). 사실 다른 사람들을 이기는 게임이 아닌 ‘나 자신을 이기는 게임’이라 더 재미있는 게 아닐까요?”
깊고 긴 슬럼프를 겪고 나온 2022년의 홍주연에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을 물으니 ‘슬럼프라는 건 그냥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그는 제법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슬럼프라는 단어는 그냥 ‘수식어’ 같아요. 슬럼프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질 때 특히 찾아오는데 자기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었다면 프로가 되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자신을 믿고, 꿋꿋히 해나가면 언젠가는 밝은 날이 온다고 믿어야죠.”
6번 떨어지자, 숨 쉴 곳이 필요했다
“시드전은 다 떨어졌어요.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두 끗 차이가 부족했어요. 시드전에 6번 떨어지고 나니 ‘숨쉴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자신만만 도전하던 시드전에서 자꾸 미끄러지자 트라우마마저 생겼다. 숏 퍼트만 앞두면 손이 떨릴 정도였다. 운동이라면 뭐든 ‘잘 한다’ 소리만 들어온 홍주연에게 입스는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시작한 게 유튜브 채널 ‘쭈리쮸골프TV’다.
원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그러다 ‘최남매골프TV’에 출연하게 됐고, 시청자 반응이 좋았던 게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생각보다는 금방 구독층이 생겼다. 부상으로 시작된 난조, 한창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나도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마음을 가지게 해준 게 바로 ‘쭈리쮸골프TV’였다.
홍주연이 친한 언니이자 환상의 콤비라고 소개하는 소하윤 프로가 홍주연을 ‘쭈리야’라고 부르다 ‘쭈리’. ‘쭈리쮸’, ‘쮸쮸’ 등으로 배리에이션 되면서 자연스럽게 별명이 된 것 중 가장 귀여운 걸 유튜브 채널명으로 골랐다고.
장점은 감각, 약점은 멘탈?
“제 강점은 ‘감각’이 좋은 골퍼라는 점, 약점은 ‘주변 환경’에 많이 휘둘린다는 점입니다. 좀 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홍주연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연습과 더불어 여행을 다니며 ‘마인드 셋’에 집중하고 있다. 여러 인터뷰와 콘텐츠를통해 ‘멘탈’ 이슈를 거론했던 홍주연이기에 납득이 됐다. 미디어프로라 부르게 됐지만, 1부 투어에 대한 도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1월에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기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손보게 될지를 묻자 ‘심상과 호흡’, ‘선택과 집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연습한 샷을 과감하게 구사하는 능력과 디테일하게 그린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좀 더 심리적으로 접근해서 심상과 호흡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항상 걱정이 많아서 골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도 영향이 많이 갔었던 것 같아서 좀 더 ‘선택과 집중’을 중점으로 훈련할 계획이고요.”
아는 약점은 약점이 아니다
“사실 좌절은 정말 많이,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극복하는 방법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번 극복하면서 알게 된 건 ‘자신을 마주하고 약점을 드러내’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약점을 보완해야 극복되는 거니까요. 아직도 극복 중인 거 같긴 해요(웃음).”
그런 말이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약점은 더이상 약점이 아니다’라는 말. 아, 물론 아는데 고치지 않는 약점은 약점이 맞다. 그런 맥락에서 이런 말도 있다.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는 게 아니라, 성공과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홍주연은 그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신년 목표는 ‘모든 일에 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만큼 사람을 강하게 하는 게 있을까. 그 어떤 골프 기술보다도 홍주연을 강하게 만들 겨울 시즌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홍주연의 2023
2023년 홍주연의 위시리스트는 ‘드림투어 상금 랭킹 20위 안에 들기’, ‘유튜브 구독자 3만 명 만들기’란다. 우리가 위시리스트를 적는 이유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위시리스트는 이루고 싶은 소망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을 정하는 일이다. 적기만 해도 사람을 성공으로만 이끌 것 같은 ‘위시리스트’가 때로는 독이 되는 이유다. 위시리스트의 달성 여부보다 중요한 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는 거다. 달성하든 못하든 나아가고 있다면 언젠간 닿을 테니까. 물론 홍주연 프로도 그 점을 이미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
골프계의 핵인싸, 개그우먼을 자처하는 홍주연은 늘 유쾌하고, 활기차다. 맛있게 먹고 호탕하게 웃어 재낀다. 2023년의 홍주연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도 바로 그 모습이고, 실제로 그런 모습일 것 같다. 그래서 다행이고, 고맙다. 2023년 홍주연의 도전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Q 나는 ○○○한 프로다.
Q 골프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하게 됐는지.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Q 골프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Q ‘명랑 라운드’는 나갈 기회가 좀 있는 편인지? 주로 함께 하는 동반자들은 누구?
Q 아마추어들에게 겨울 시즌에 대해 조언한다면?
Q 만약 겨울 전지훈련을 간다면 어디를 추천할지?
매너는 내가 남에게도 하는 거지만, 남이 내게도 해주는 서로의 배려예요. 꼭 ‘하지 말라는 게 많다’고만 여기기보다 서로 배려하면서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시면 분명 골프가 더 좋아질 거예요.
Q 딱 한 번 누구든 함께 라운드할 수 있다면 같이 가고 싶은 동반자 3명을 꼽아 달라.
Q 세계 어느 곳에서든 라운드할 수 있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이유는?
Q 올겨울 해외여행을 한다면 가고 싶은 여행지와 이유는?
Q 유튜버로서 가장 재미있을 때?
Q 유튜버 3년 차, 유튜브에 입문하고 싶은 골프계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Q 개인적인 목표와 꿈이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