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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 속에서 오롯이 ‘골프’와 마주하다 〈아소 스카이블루 골프 리조트〉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청명한 하늘과 병풍처럼 펼쳐진 삼림은 일본 최초 국립공원인 아소산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아소스카이블루의 전매특허다.

 

일본엔 너무나 많은 골프장이 있지만, 아소스카이블루가 가장 좋은 건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은 고요한 절경 속에서 ‘골프’ 그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국내 그린피에 한창 시달릴 무렵 해외 골프 투어에 물꼬가 트였다. 최근에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이들은 “특히 골프백을 트롤리에 실은 여행객이 상당히 많다”고 입을 모은다.

 

“어지간한 지역은 이미 한국 골퍼들이 점령했더라”는 후기들도 자주 보이고, 심지어 “한국인 골퍼들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그 때문에 현지 물가도 오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정도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해외 골프 투어 수요는 상당히 많았다. 대신 국내 라운드를 즐기기 어려운 혹서기와 혹한기에 주로 몰렸다. 그러던 것이 최근 엔데믹 국면에서는 조금 성격이 바뀌었다.


특히 ‘골린이’ 2년 차 이상이 된 MZ세대의 니즈와 맞물려 해외 골프투어는, 단순히 골프장에 가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경험’과 ‘플렉스 거리’를 제공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는 평을 받으면서 여행 업계의 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세계에서 스윙하듯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병풍처럼 두른 산속으로 들어가면 세상과는 동떨어진 별천지에 와있는 듯 자유로우면서도 ‘골프’ 자체에 집중하기가 좋다.

 

숲이 워낙 깊으니 공기는 청량하고, 편백나무 숲이 뿜어내는 산소와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싼다. 카트를 몰아 홀 간을 이동하면 마치 폐가 뻥 뚫리는 느낌에 세포가 맑아진다는 환상마저 든다. 비교적 평탄한 코스에 더해 홀을 거듭할수록 지치기는커녕 기운이 솟았다.

 

 

“그림 같다.”
아소스카이블루에서 라운드를 하다 보면 느끼는 감상이다. 높은 해발로 도심에서 동떨어져 있다 보니 앞뒤 팀 간격이 멀어질 때면 심산유곡에 ‘딱 우리만 있는 것처럼’ 고요하다. 아소산 전체를 통으로 전세 낸 것 같은 착각마저 생길 정도. 특히 아이언 샷 정타라도 맞는다면 프로대회에서나 들은 것 ‘같은’ 공기 가르는 소리가 묘한 희열까지 선사한다.

 

Natural Dynamic
혼마가 기획·설계한 정통 챔피언십 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잘 살렸다. 산악지형에 익숙한 국내 골퍼에게도 꽤나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건, 특히 해발 900m 고원에 자리했음에도 약 20m에 불과한 고저차와 200만 ㎡(약 65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레이아웃 덕분이다.


높은 해발 덕분에 공기저항계수가 낮아 비거리가 평소보다 더 나오며, 특히 여름철에는 낮은 공기밀도까지 더해 평상시보다 10%가량 늘어난 비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자연이 주는 큰 즐거움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야간 조명은 구비 돼 있지 않아 어지간한 플레이 타임으로는 하루 27홀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신 오후 9홀을 마친 뒤 대욕장에 들어가 앉으면 그런 아쉬움도 금세 날아가 버린다.

 

(하긴 이런 심산유곡에서 너무 늦게까지 머무는 것도 사실 조금은 겁날지도…날이 어둑해지면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 대신 슬슬 고라니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오니까 말이다.)

 

팬데믹 중 라운드에서 아쉬웠던, 라운드 후 ‘무용담’을 펼치는 ‘온탕 좌담’을 지하 1,500m 암반에서 추출한 천연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더없는 메리트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풀고 나면 차가운 맥주와 식사, 칠흑의 심야를 수놓는 별구경까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몽땅 누릴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연평균 기온 약 16℃, 한여름에도 일 최고 기온 28℃를 넘지 않고, 겨울 또한 비교적 온난해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한 한적한 명문 코스다.

 

운이 좋다면 밤에는 말 그대로 쏟아질 듯한 별구경을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일품이다. 특히 가로등마저 꺼지는 심야에 호텔 숙소 입구를 나서는 순간 그야말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유년을 태백에서 보낸 본지의 모 기자마저 “이만한 별 밤을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앞 팀이 밀렸다고? “오히려 좋아”
일본의 골프장 대부분이 그렇듯 노캐디 셀프 라운드로 운영되고 있기에 조금 더 여유롭다. 혹시라도 진행이 잠시 밀리더라도 이곳에서는 짜증보다는 설렘이 앞선다.

 

잘 관리된 티 박스 주변에 잠시 앉아 발아래 깔린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멘탈 관리가 자동으로 된다. 거의 모든 티 박스가 포토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중간중간 만나는 오두막에서도 운치있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특히 홀과 홀 사이가 꽤 널찍하게 떨어져 카트로 약 3~5분가량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골프고 뭐고 그대로 잔디 위에 누워 낮잠이라도 자고 싶을 정도다.

 

 

일본 최남단 규슈 중심부의 구마모토현은 겨울철 온천 관광지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가깝고, 아소산과 구마모토성 등 볼거리와 먹거리도 풍부하다. 물론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골프 여행지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이 인수한 골프장도 많고, 일본 기업 소유라도 한국어 가능자를 고용하는 분위기라 언어의 장벽이나 음식·서비스에서 불편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이동에 부담이 덜하고, 요금도 저렴한 편이다. 주말만 잘 활용해도 54홀 라운드와 함께 온천까지 즐기고 돌아올 수 있기에 비싼 국내 그린피를 피해 패키지를 찾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