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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생 2막, 이번엔 후회 남기지 않을 거예요” 끼쟁이 정수정 프로

연중 인터뷰 〈미디어프로를 만나다〉⑪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정수정 프로는 2018년까지 투어 활동을 했다. 2012년 KLPGA 정회원으로 프로턴을 하며 그해 8월 점프투어 7차전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9년부터는 출신지인 부산에서 레슨을 시작했다. ‘미디어프로’라는 직군이 본격적으로 조명되던 바로 그 시기와 맞물린다.

정수정 프로도 끼가 많다. 처음 미디어프로에 도전할 때 막연히 광고모델이나 콘텐츠 출연 정도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점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아지고, 넓어진다는 정수정 프로를 만나봤다.

 

‘미디어프로’는 기존에 티칭프로.투어프로로만 나뉘던 골프 전문가 그룹에 새로 생긴 직업군이다. 미디어프로는 요컨대 골프를 전문적으로 익힌 엔터테이너들이다. 투어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레슨부터 기업 행사나 방송 활동,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광고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디어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 물론 미디어프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전향해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미디어프로들을 골프가이드가 만나본다.

 

 

   Special Thanks   
“어릴 적부터 제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앞장 서주신 부모님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됐어요. 부모님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이 험난한 길을 같이 걸어주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자주 해요.

이 지면을 빌어서 키워주시고 함께 이 길을 걸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꼭 좋은 모습으로 보답 드리겠다는 말도요.” (정수정 프로)

 

골프로 다양한 활동 도전하는 게 최대 장점
“티칭프로가 좀 더 교육적인 역할을 한다면, 미디어 프로는 다양한 매체에서 색다른 활동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실제로 우리가 만난 미디어프로들은 끼가 많은 이들이었다. 이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이래서 미디어프로 하는구나’하고 느껴질 때가 많다.

 

정수정 프로도 그렇다. 그의 MBTI는 ESFP. ‘자유로운 연예인’ 성향이다. 쾌활한 성격에 잘 웃는 편인 그는 본업인 골프를 유지하면서도 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미디어프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투어에 대한 미련도 남지 않았다.


“사실 투어 시절에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요. 미디어프로로 나서면서 새로 도전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는데, 그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잘해보자는 욕심이 오히려 더 생겼어요.”

 


 

골프 예능 MC에 도전하고파
“예를 들면, 작년에 개그맨 변기수, 장기영 님과 유튜브 촬영을 했었는데, 재밌는 분들과 촬영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죠. 처음에는 막연히 모델이나 광고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그 촬영 후로는 코믹 예능 분야의 콘텐츠에도 관심이…아니, 솔직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여러 목표가 있지만, 지금 그가 도전하고 싶은 건 골프 예능의 MC다. 마이크를 잡고 남들 앞에 서서 능숙하게 진행을 하는 모습을 그리곤 한다. 입담도 좋은 편이다. 물론 자타공인이다. 주변에서 유튜브 채널을 열고 도전해보라는 권유가 많다.


“당장 꼭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교육적인 콘텐츠 쪽으로 준비는 하고 있어요. 골프 프로로서 더 많은 골퍼를 대상으로 골프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스텝을 밟아가다 보면 원하는 활동도 하는 날이 오겠죠.”

 

그가 투어를 내려놓고 티칭 현장으로 들어온 게 2019년이다. 그리고 2020년은 유례없는 골프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해다. 이제 막 입문한 골퍼들에게 프로로서 매너와 에티켓이라는 골프의 ‘기본’을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었다.

 

귀환을 앞둔 긍정왕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 올해 2월, 레슨 하던 중에 골절상을 입었다. 백스윙을 든 상태에서 멈추라고 한 뒤 다가갔는데 아이언이 뚝 떨어지며 복숭아뼈를 강타했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해당 회원도 황망했지만, 몇 달이나 통깁스해야 한다는 진단에 정수정 프로의 좌절감도 상당했다.


“지금은 골프도 칠 정도로 많이 회복됐어요. 멘탈도 돌아왔고.”


2달이 넘도록 왼발을 아예 쓰지를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일상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 킥복싱을 우연히 접하게 됐었어요. 펀치로 미트를 칠 때 속이 정말 시원해져요(웃음). 조만간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하려고요. 그러면 이번에는 춤도 배워볼 예정이에요! K팝 댄스 해보고 싶어요.”

 

골프, 결국 꾸준함이 답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2년 동안 키가 20㎝나 컸어요.”
그가 골프에 입문한 건 삼촌의 권유였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폭풍성장’을 보고서 한 권유였다고.


“새삼 어릴 때부터 다른 친구랑은 많이 다른 길을 걸었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겨울 방학 때는 따뜻한 나라로 전지훈련을 갔었고, 평소에는 책가방 대신 골프 백을 들고 버스 타고 집으로 퇴근하던 기억이 많이 남아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정수정 프로에게도 골프는 즐거움만큼이나 고통도 줬다. 대표적으로 입스였다. 그의 경우에는 드라이버가 문제였다. 챙겨간 공을 다 잃어버려서 기권한 적이 한 번도 아니고, 몇 번 있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스윙을 바꾸면서 결국 극복했지만, 거기에 들인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때론 몸서리가 쳐진다고.


“정말 많이 연습하고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았는데도 ‘스윙이 아직도 완성이 안 됐네’ 싶을 때가 정말 야속하죠.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릴 것 없이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때가 있죠. 지독한 입스도 겪고, 난조도 겪으면서 17년간 골프를 해보니 결국 꾸준함이 답이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준회원 선발전
“준회원 선발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KLPGA 프로 자격시험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섞여 있다. 커트라인 순위가 상대평가고, 그 순위 안에 들어도 규정 타수 안으로 평균 타수를 내지 못하면 프로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들도 ‘선수마다 기량 차는 분명 있겠지만, 막상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 오랜 투어 생활로 관록이 붙고, 우승 경험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능적인 차이가 적다는 건 결국 자격시험의 변별력이 높다는 얘기다.


“처음 출전한 준회원 선발전이었어요. 3일 내내 바람이 너무 강해서 정해진 평균 타수 안에 들지 못한 응시자가 너무 많았어요. 정원이 35명이었는데 결국 다 채워지지 못하고 23명에게만 프로자격증이 주어졌었죠. 저도 그 23명 안에 들어서 자격을 얻었거든요. 저절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골프의 매력을 발견하다
정수정 프로가 만약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 시절도 바로 그 무렵이다. 스스로와 자신이 그때까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 바로 프로턴을 했을 때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패기 있고 과감해야 할 때였는데, 너무 안전한, 소심한 플레이들만 했던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죠.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만하지도 않고, 묵묵히 성장하는 선수로 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선수 시절에는 골프 자체를 즐길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골프채를 든 매 순간이 긴장이었고, 잘 쳐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징크스가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징크스가 없으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늘 긴장이 묻었다.


최근 들어서야 가족들과 1달에 1번 정도 명랑 라운드를 가지기로 했다. 사실 명랑골프란 정수정의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골프가 멋진 운동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투어를 내려놓고서야 보인 매력도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기 마시면서, 좋은 추억과 좋은 시간 보내는 골프만한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해요.”

 



도전에 감사하니 긍정이 찾아와
“매번 감사해요.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늘 힘이 나는나이 때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는 시기다. 마냥 신나고, 해방감을 느끼던 스물과는 아예 다르다. ‘서른 즈음에’라는 오래된 곡이 매년 서른 즈음의 청년들에게 여전히 애창되는 이유가 아닐까.


정수정 프로도 다를 리가 없다. 어떻게 하면 30대를 알차게 보낼까에 대한 계획(이라고 쓰지만, 고민인)으로 늘 고민이다. ‘힘든 점은 없는지’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매번 감사할 뿐’이라며 일 욕심을 내는 모습은 엄연한 프로의 면모였다.


실제로 자기관리 면에서는 오히려 현역시절보다 더 철저해졌다. 누가 시켜서는 능률도 낮고, 꾸준히 하기가 어려운 게 자기관리다. 동기부여가 다르니 결과도 확연히 달라진다.


“(현역 때는)어리기도 했고, 코치님이 계시니까 지시하는 것들을 수행하는 느낌이 더 컸다면, 이제는 스스로 관리하죠. 아침마다 비타민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웃음). 공복 유산소와 폼롤러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목표는 매 순간의 최선
“단기적인 목표라면 정수정이라는 이름을 좀 더 널리 알리자는 게 있고요(웃음). 장기적으로랄까, 그냥 평소 늘 가지고 있는 목표는 ‘매 순간의 최선’이에요. 투어의 길을 마무리하고, 미디어프로로서 인생의 제2막이 열렸다고 늘 생각하거든요. 언젠간 3막도 있겠죠. 후회 없이 이 길을 걷고 싶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프로턴이 인생의 1막이었다면, 미디어프로가 된 건 인생 2막이라는 정수정 프로. 프로턴 하던 시점에 대해 ‘가장 패기있고 과감할 수 있을 때였는데 너무 안전함을 추구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엔 ‘미디어프로턴’을 한 거니까.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자신의 끼와 매력을 발산하기를 기대하게 됐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MBTI는 ESFP. 무려 자유로운 연예인 성향이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의 기회가 정수정 프로를 기다리고 있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 찾아내기를 응원한다.

 

 


  거꾸로 해도 정수정 프로와의 Q&A  

Q 초면에 실례지만 혹시 별명이…
맞다. 거꾸로 해도 정수정. 그냥 줄여서 ‘거꾸로’라고들 하기도하고.


Q 내 이랄 줄 알았다! (feat.최민식)
다른 별명도 있다. 추수정. 2012년도에 트로피를 들고 찍힌 사진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우승했을 때 사진보면 추성훈 선수님을 닮았다고 해서.


Q 별명은 그만 알아보자. 최근의 공통질문이다. MBTI가 골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까?
MBTI가 성격유형검사 아닌가?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성향에 따라 확실히 플레이 분위기나 공략방식이 바뀌는 게 골프다. 당연히 MBTI 결과가 골프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Q 누구든 함께 라운드할 수 있다면 선택할 동반자 3명을 꼽아보자.
로리 매킬로이, 타이거 우즈, 김효주. 특히 김효주 프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교과서 스윙’이라는 별명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스윙을 하는 선수다.


Q 세계 어느 곳에서든 라운드할 수 있다면?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PGA나 LPGA 시합이 열리는 코스기도 하고, 2003년부터 2021년까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미국 100대 퍼블릭골프장 중 1위를 차지한 정말 멋진 골프장이라 꼭 한번 라운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다.


Q 레슨 중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을 2가지 꼽는다면?
코어 힘을 길러야 한다는 얘기. 골프는 모양만 따라 해서는 결코 좋은 스윙을 만들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다양한 힘을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다른 건 ‘스윙을 여유 있게 하시라’는 얘기다. 공만 보면 급해지는 분들이 많다.


Q (뜨끔) 우…우리도 아는데 안 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웃음) 프로도 긴장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리듬이 깨지곤 한다. 그럴 때일수록 ‘스윙은 부드럽게. 백스윙은 여유 있게’를 기억하시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Q 급발진 사과한다. 골프 시즌이 한창이다. 필드에 나가는 골퍼들에게 조언한다면?
스윙에 대한 조언보다는 골프라는 운동을 충분히 즐기시라고 말하고 싶다. 공에 집중하는 것도 골프의 재미지만, 옆에 나무와 뒤의 산도 보시고, 위에 새들도 보시라고. 물론 동반자들도. 상쾌한 공기와 푸른 잔디를 즐기시는 마음이라면 굿샷도 절로 따라온다.

 

Q 최근 입문자들이 많아지면서 한편으로는 ‘매너’ 논란이 이어진다. 프로로서 입문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매너(에티켓)가 있다면?
골프는 홀컵에서 먼 사람부터 치는 것이 매너이자 순서다. 요즘 입문자들은 특히 그린에서 순서 없이 먼저 치기 바쁜 경우가 많다. 그린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마크도 하고 라인도 보면서 기다렸다 본인 순서가 왔을 때 공을 놓고 샷을 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익히면 좋겠다.

 

Q 언젠가 내 자녀가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한다면?
응원도 해주고 적극적으로 함께 골프 세계에 뛰어들겠지. 다만 권유는 하고 싶지 않다.
어릴 적부터 골프만을 알고 지내왔는데, 투어를 접고 한발 물러서서 보니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관심거리들이 많았다. 나의 자녀는 다방면으로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6월 계획이 있다면?
깁스하는 동안 살이 좀 붙었다. 지금도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는 중이지만 음식을 많이 좋아해서 쉽지가 않다(웃음). 깁스 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Q 그럼 7월 초쯤 계획 성공했는지 연락해봐도 되겠나?
인터뷰가 매번 이렇게 끝나는 게 컨셉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