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때문에 자다가 여러 번 깨다 보면 잠을 설쳐 결국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야뇨증 치료 후 “잠을 푹 잔다”고 자랑(?)할 정도니 숙면이 건강과 일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WRITER 윤종선
“51세 남자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3년 전부터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잔뇨감이 있습니다. 소변이 한번 마렵기 시작하면 참지를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다가 소변 때문에 한두 번씩 깹니다. 푹 자지를 못 하니 낮에 근무할 때 매우 피곤합니다. 수면제를 먹어야 하나요?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일까요? 몸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고민도 많아집니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진단
자다가 소변 때문에 깨는 야간뇨가 심해지면 일상생활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숙면을 청하지 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정밀작업을 수행하기 힘들고, 운전 등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도 졸리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적인 업무도 능률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비뇨 의학에서 야뇨증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야뇨증? 종류도 다양하다
야뇨증은 성인 야뇨증과 소아·청소년 야뇨증으로 구분한다. ‘다증상성 성인 야뇨증’은 빈뇨, 급박뇨, 절박뇨, 단절뇨, 약뇨, 압박뇨, 야간뇨 등 여러 가지 배뇨증상을 동반한 경우고, ‘단일증상성 야뇨증’은 다른 배뇨증상 없이 야간뇨만 있는 경우다.
‘소아·청소년 야뇨증’은 5세 이상에서 뚜렷한 비뇨기계 질환 없이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자는 동안에 소위 오줌을 지리는 경우다.
전립선비대증이 야뇨증의 가장 흔한 원인
51세의 상기 사례자는 잔뇨감과 절박뇨 증상과 함께 야간뇨가 있으니 다증상성 성인 야뇨증에 속하는데, 원인 중 가장 흔한 경우는 전립선비대증이다.
전립선은 방광 하부에 위치하며 이것은 40세를 전후로 해서 성장하게 되는데, 유전적 요인과 식생활 등에 따라 성장 속도는 차이를 보인다. 이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방광 저장 장애와 소변 배출 장애가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야뇨증, 직접적 원인 3가지
성인 야뇨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방광용적의 감소, 배출 장애, 호르몬분비 장애 등이다.
야간 방광용적의 기능적인 감소로 인해서 잠에서 깨는 경우는 저장할 수 있는 소변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원인은 배뇨 신경계통의 이상, 요로감염, 정신장애 등이 있다.
한편 소변 생산을 줄이는 항이뇨호르몬이 존재하는데, 밤이 되면 이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수면 중에 소변을 만드는 작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서 야뇨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72시간 배뇨일지’를 통해 이상 유무를 진단해야 한다.
이밖에도 기타 수면장애, 알레르기, 행동 장애 등도 원인이 되며,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야뇨증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야뇨증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비뇨기과를 방문하면 진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검사를 시행한다.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소변검사, 문진 등을 통해 요실금과 변비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변비가 있다면 이것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검사 결과 요로감염이 있다면 항생제 치료 후 재평가를 하게 되며, 그밖에 요로계에 대한 초음파 촬영과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한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CT 또는 MRI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약만 좀 지어주세요?”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야뇨증 예방법은 야간에 수분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카페인 함유 음료와 음주는 이뇨작용이 활발하게 되어 증상이 악화되므로 피해야 한다. 또 잠에 들기 직전에 소변을 보는 것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
한편 야뇨증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이러한 검사 없이 “약만 달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야뇨증을 감기처럼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기도 증상에 따라 해열제, 콧물약, 기침약 등을 선택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야뇨증은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고, 때로는 복합적이다. 그래서 검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약물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처방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할 수가 없다.
50대부터는 전립선 정기검사 필수
50~60대 남성중에 전립선암을 걱정하며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는 지금까지 전립선 검사를 한 번도 안 해 본 경우가 상당수다.
심지어 초음파 검사 결과 전립선비대증이 아주 심한데도 평소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환자도 있다. 나이가 들었으니 ‘정력이 약해져’서 소변 줄기도 약해지고 가늘어지며, 밤에도 자주 깨는 게 아니겠냐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경험상 이런 남성은 만사에 느긋하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대부분이다. 참 좋은 성격이기는 하지만,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마저 무던한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 시기를 놓치고 수술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50대부터는 전립선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자기 몸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즉각 병원을 찾는 사람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