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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희망과 생명의 상징 ‘초록’ 초록별 지구의 위기

필자는 초록별 지구를 ‘그리니’라는 예명으로 부르곤 했다. 녹색은 늘 ‘좋은 것’을 상징하는 색이다. 걱정인 건 이 녹색의 기운이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긍정의 빛으로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그린’ 색이 주는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본다.

 

WRITER 이승엽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를 흔히 ‘초록별’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 보이는 지구가 아름다운 초록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에메랄드빛 맑은 물과 푸른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지구! 초록색은 건강한 생명의 빛을 상징했다.

 

①‘그린’ 색 바다와 위기 신호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여름 휴가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역시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는 바닷가일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녹색 빛깔로 반짝이는 바다가 마냥 좋다고 생각하기만은 어려울 듯싶다. 기후변화가 적도 근처 열대지역의 바다색을 푸른색에서 녹색으로 바꾸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센터와 MIT 연구진은 최근 20년간 전 세계 바다 56% 이상의 색깔이 바뀌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7월부터 20년간 자료를 수집했고, 전 세계 바다의 56%가 자연 발생적인 변화라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색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적도 부근의 열대지역의 정도가 심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 식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햇빛이 비칠 때 붉은색을 흡수해 파란색을 띠지만 물속에 엽록소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도가 높으면 녹색을 띤다.

 

플랑크톤이 느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스테파니 두트키에비츠 MIT 수석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변화’는 생태계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지구 해양 시스템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보다 앞서 2021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진은 해수 온도상승에 따른 플랑크톤의 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플랑크톤의 크기와 종의 변화는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어획량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태계의 불균형은 모든 생물을 ‘적자생존’ 체제로 변화시킨다. 종 자체의 유지를 위해 각기 변화에 적응한 모습으로 대응하는 것이지만, 적응기에 이르기까지 생물의 다양성 또한 현저하게 감소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이는 곧 인간에게도 식량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위험과 관련 바이러스의 변화 또한 불안의 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② 녹색 바다의 플랑크톤 증가와 긍정적인 견해

바다를 떠올리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해양 동물들이 전부인 것 같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초록색 갑옷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식물 플랑크톤이다. 육지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광합성을 통해 영양염과 탄소를 흡수하고 에너지(유기탄소)와 산소를 합성한다.

 

해양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자가 영양생물로 먹이사슬의 탄탄한 기반을 이룬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체로 꼽힌다. 다시 말해서 식물 플랑크톤은 바다에서 '바다 생물의 먹이인 유기탄소를 합성' 하고,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생산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상승이 결국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성을 감소시켜 해양 생태계를 뒤흔들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의 탄소를 흡수하던 식물 플랑크톤의 부재로 기후위기 역시 악화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기초과학연구원과 미국 하와이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다른 방향의 결과에 도달할 수도 있었다. “해양 생태계의 생산자이자 탄소 흡수원인 초록색 방패막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022년 12월 22일자 게재)

 

공동연구팀은 북태평양 해양과학기지의 관측자료와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한 결과 바다 ‘표층부의 수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량이 더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적응’ 위해 신진대사 전략까지 바꾼다

지난 30년간 하와이 부근 해양에서 관측한 자료를 시간 순서로 보면 식물 플랑크톤은 표층의 영양염이 매우 적은 시기에도 생산성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생존이 힘들 정도로 열악한 조건이 되자 ‘인(P)’ 대신 ‘황(S)’을 광합성에 사용한 것이다. 기존에 사용한 영양염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인산염과 질산염으로 여기에서 인과 질소를 얻었다.

 

그러나 표층 수온이 높아지며 환경이 변하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적응한 건데 이러한 현상을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이라고 한다. 선행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은 새로운 변수다. 황은 따뜻한 바다에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칼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식물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신진대사 전략을 바꾼 것”이라며 “적은 양의 인을 사용할수록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플랑크톤 종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영양 흡수 조절 능력

열악한 조건에서 식물 플랑크톤은 인(P) 대신 황(S)을 광합성에 사용하며 영양염 부족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같이, 스스로 흡수할 영양염을 선택하여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이 해양 생산성에 미칠 영향

(1) 전 지구 표면 온도가 약 4℃ 상승하는 2100년까지 플랑크톤 생산성은 전 지구적으로 약 5% 증가

(2)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이 강화되어 바다는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 즉, 바다 식물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규모의 바다 생태계 변화에서 교란을 막는 완충 작용을 한다.

(3) 플랑크톤 세포를 이루는 원소 함량 혹은 플랑크톤 종 변화가 일어나 해양 먹이사슬 구조가 변화 가능하다는 부정적인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플랑크톤 덕에 바다 생태계 교란 완충될 것

그렇다면 식물 플랑크톤의 강인한 생존력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까. IBS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알레프’에 기반한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식물 플랑크톤의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이 전 지구 해양 생산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영양 흡수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210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8%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연구결과들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식물 플랑크톤이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을 발휘하자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전 지구의 표면 온도가 4℃ 오르는 2100년까지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오히려 약 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위원은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강화되면 바다는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생명체를 유지하는 식물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생태계 교란을 완충해주는 방패 역할도 하는 셈이다.

 

지구의 구원투수, 식물성 플랑크톤

물론 식물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아예 피해 간다는 뜻은 아니다. 전반적인 생산성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플랑크톤 세포를 이루는 원소의 함량이나 앞서 말한 플랑크톤의 종 변화로 먹이사슬이 바뀔 수 있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해양 생물의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식물 플랑크톤이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를 포함한 복합적인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 플랑크톤이 지니고 있는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은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미래 기후를 좌우할 강력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바다의 생산성이 강화될수록 더 많은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늦춰줄 반가운 구원투수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초록’의 상징성,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위기라는 제목이었으나 또다른 희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 듯도 하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생태계의 혼란, 먹이사슬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금 변화를 겪는 중이다. 먹이사슬의 변화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위험과 위기의 순간을 가져올지 모른다. 기후나 환경의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증가하는 플랑크톤으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정도로는 막을 수 없으며, 또한 먹이사슬의 변화나 이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가 가져올 후폭풍은 또 어떤 방법으로 인간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바로 몇일 전까지 3년여 기간 동안 길고 긴 코로나19에 시달렸다. 필자는 이 글을 마감하기 몇 시간 전에 지인의 코로나 감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부부가 각방을 쓰고 소독제를 다시 꺼내고,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등 잠시 잊었던 불안감이 되살아났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변이와 변종으로 4차에 걸친 예방주사를 맞게 한 그야말로 생태계 내지는 먹이사슬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점쳐지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바이러스도 변화 내지는 환경에 따른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게 학계의 생각이기도 하다.

 

생태계의 변화는 이러한 위험지수를 감히 우리에게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녹색으로 변화하는 바닷속은 우리에게 어떠한 위험을 감당하게 할지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희망 초록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우리의 자녀들은 어떤 색깔을 희망의 상징으로 여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