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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속궁합 잘 맞으세요?’ 궁합, 뭣이 중헌디!

WRITER 윤종선 | 속궁합은 사실 사주 오행을 따져 두 사람의 합을 보는 것이다. 반면 최근에는 대체로 ‘잠자리’에서의 만족도를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연 속궁합이란 게 육체적인 관계만을 말하는 것일까.

 

남녀가 사귀거나 결혼할 예정이라면 궁합을 본다. 궁합은 ‘서로 어울림’을 예측하는 것이다. 궁합(宮合)이라는 단어는 자궁을 뜻하는 궁(宮)과 ‘합치다’의 합(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남녀 간의 궁합만 있는 건 아니다.


‘당구장에선 짜장면, 유치장에선 설렁탕’이라던 한 영화 대사처럼 ‘복날에는 삼계탕’, ‘파전에는 막걸리’, ‘이사는 손 없는 날’처럼 음식 궁합, 날짜 궁합, 약 궁합 등도 있다. 어쨌든 뭐든 궁합이 맞아야 제맛이 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남녀 간의 궁합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긴 하다.


잠자리=속궁합
남녀 사이의 궁합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겉궁합과 속궁합인데, 일반적으로 궁합이라고 하면 사실 속궁합을 칭하거나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속궁합은 본래 사주 오행을 따져서 합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시대가 변하면 그 의미도 달라지기 마련. 궁합도 그랬다. 요샛말로 겉궁합은 ‘성격과 외모, 생활습관’을 일컫는다면, 속궁합은 ‘잠자리’를 뜻한다.


그럼 ‘잠자리’로서의 속궁합이 ‘좋다’거나 ‘잘 맞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관계 만족도가 쌍방 모두 높다’고 하면 속궁합이 좋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자주 해도 질리지 않는다’, ‘성욕이 생기는 타이밍과 정도가 비슷하다’, ‘해도 해도 더하고 싶다’, ‘파트너의 체취가 향기롭다’, ‘파트너의 체액마저 사랑스럽다’ 같은 경우에도 속궁합이 좋다고 표현한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이런 속담이 있다. ‘속궁합이 좋으면 한 달을 굶어도 붙어있고, 속궁합이 짠하면 아궁이에 불을 때도 집에 냉기가 돈다.’ 오죽하면 정말 헤어지고 싶고, 헤어져야 하는데 속궁합 때문에 ‘FWB(friend with benefits, 잠자리만을 갖기 위한 친구 관계를 말함)’로 남는 사례도 있지 않은가. 그런 맥락에서 ‘속궁합이 좋다’는 걸 한마디로 정의하면 ‘낮에 싸워도 밤에 화해하는 사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부부 또는 커플이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면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니야!’, ‘장모님의 따님에게 감히 어떻게’, ‘함부로 씻는 거 아냐’와 같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런 경우 잠자리를 ‘의무방어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풍요 속 빈곤이라고 해야 할까. 안타까운 일이다.


속궁합이 좋은지 아닌지 맞춰볼 상대도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속궁합 얘기를 꺼내면 ‘맞고 안 맞고가 어디있어, 그냥 사는 거지’, ‘한 번만 더 속궁합 어쩌고 하면 감옥에 쳐넣겠다!’고 반응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서로 속궁합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며 사랑할 일이다.


‘의무방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만 서로 조금씩의 노력은 필요하다. 여성들에게는 ‘남자에게 가장 예쁜 여자는 처음 본 여자’라는 격언(?)을 기억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무리 예쁜 여성도 시간이 흐르면 외적인 매력만으론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기는 어려워진다. 익숙함의 함정이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의무방어전’ 같은 단어를 들먹이며 ‘잘 하고 못 하고가 어딨나’라며 그저 도장만 찍는다고 부부 관계가 이뤄진 건 아니다. 속궁합에 성적을 매긴다면 이런 케이스는 F 학점이다. 정성껏 해야 한다. 이런 생각해 봤나? 그런 F 학점은 당신이 아니라 누굴 데려와도 받을 수 있는 최소학점이라는 것.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요’라는 분도 있다. 현대인은 늘 바쁘고, 스트레스 요소는 많아지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케이스에는 딱 잘라 말하는 편이다. “격동의 시대, 그 난리통, 전쟁통에도 연애하고 잠자리도 했다”고. 최소한 바쁘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커야만 속궁합 좋다는 건 오해
비뇨기과 진료를 하다 보면 ‘작은 남자는 속궁합이 나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렇지 않다. 작은 것을 선호하는 여자도 있다. 다만 속궁합이 좋을 ‘확률’이 떨어질 뿐이다.


게다가 남녀 간의 크기에 따른 속궁합은 의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남자는 음경확대를, 여자는 질 축소술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삽입 가능한 사이즈로 잘 조절한다면 ‘지금까지 한 것은 진짜가 아니었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감을 키울 수도 있다. 특히 연애 초기라면 속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로 좋아하는 취향과 체위 그리고 성기의 모양 등이 다를 수도 있고,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다.


정서적 안정감도 속궁합에 영향
결국, 겉궁합은 성격적인 어울림을, 속궁합은 성적인 어울림을 말한다. 속궁합이 안 맞으면 잠자리를 하지 않으면 되지만, 성격이 안 맞으면 ‘같이’라는 단어 자체도 싫게 느껴진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 자체도 싫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속궁합이 인생과 관계의 전부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분명 속궁합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외적인 것을 떠나 내적인 정신적인 안정감과 만족감도 속궁합에 영향을 준다. 남녀 구분 없이 몸과 마음을 가꿔 자신의 매력을 유지하고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더없이 중요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