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or Game Changer
이게 바로 리브의 맛 아니겠나.
‘칠레의 박세리’ 호아킨 니만이 리브골프 개막 후 단 3경기 만에 2승, 상금으로만 11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따뜻한 개막철을 보내고 있다. 두 판에 백억. 그야말로 쾌조의 출발이다. 리브 골프가 깔아놓은 판에서 어엿한 ‘플레이어’가 됐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기에, 그가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하는 것까지가 리브 골프의 노림수였을 터다.
EDITOR 박준영 PHOTO 리브 골프
호아킨 니만(칠레)이 시즌 초반 뜨거운 샷감을 자랑하면서 2024시즌 리브 골프 개막철의 최대어로 급부상했다. 리브 골프 시즌 개막전인 마야코바 대회에 이어 한 달 만이다.
유망주로서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오던 니만은 올 시즌 개막 후 불과 3개 대회 만에 2승을 거두면서 총 828만 달러, 한화 약 110억6천만 원을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쾌조의 출발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한 해 농사 다 끝낸’ 수준이다. 니만은 “내가 항상 최고라고 느끼고 싶고 그렇게 생각하길 원한다. 그 방법이 골프를 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4월 마스터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돈방석 앉은 언더독, 흥행카드 될까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리브가 이렇게 돈을 푸는 건 여러 말 할 것 없이 ‘흥행’을 위해서다. 리브 골프는 흥행카드에 목말라 있다. 올해 앤서니 김의 재기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시점에 리브 골프 이적생 중 대표적인 유망주, 호아킨 니만이 3개 대회 만에 2승을 거뒀다는 점은 리브로서 꽤나 반가울 뉴스다.
호아킨 니만은 1998년생으로 아직 앞길이 창창하다. 이는 리브 골프에도 희망적이다. 스토리도 좋다. 니만은 PGA투어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칠레인이자, 현재 라틴아메리카 골프 열풍을 만든 주인공이다. LPGA가 박세리라는 동양인 여성의 선전에 힘입은 것처럼 리브 골프도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183㎝, 69㎏의 호리호리한 체형의 니만은 정확하면서도 긴 드라이브 거리가 일품이다. 2021~2021시즌 기준 평균 309.1야드(정확도 61.7%)다. 그의 경기력은 ‘젊음과 열정이 결합됐다’고 평가되듯 강력한 드라이브와 정교한 숏 게임이 어우러져 있다.
깜짝 스타? 스텝 밟아온 신예!
호아킨 니만의 시즌 초 깜짝 활약이 낯설 수 있지만, 깜짝 스타 소릴 듣긴 억울하다. 그는 엄연히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온 유망주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 무려 44주 동안 아마추어 랭킹 1위를 유지한 니만은 2017년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에게 수여하는 ‘맥코맥 메달’을 수상했고, 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18년 미국의 사우스플로리다대학으로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토플 점수가 발목을 잡아 프로로 전향한다. 특별 초청 선수로 초청된 5개 대회서 3번의 TOP10을 기록하면서 2019년 투어 카드를 획득한 그는 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뒀다.
2019년 9월 ‘밀리터리 트리뷰트 앳 더 그린브라이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칠레인 최초의 PGA투어 우승자이자, 1923년 이후 최연소 국제 PGA투어 우승자로서 주목받는다. 다음 우승까지는 2년 7개월이 걸렸다.
2022년 2월 21일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가 호스트로 나선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다. 1926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1969년 찰리 시포드(미국)에 이은 통산 2번째이자, 53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썼고, 일반 대회보다 1년 긴 3년짜리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이적한 유망주, LIV의 에이스 될까..아니 되어야
PGA투어에서 순조롭게 경력을 쌓아갈 것만 같던 호아킨니만은 그러나 지난 2022년 8월 리브 골프로 이적했다. 당시 리브 골프가 주로 이름값이 있는 베테랑 위주의 영입을 이어가던 때였기에 젊은 유망주인 그의 이적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리브 골프가 ‘미래의 먹거리’ 부문을 도외시하긴커녕 노련하게 새로운 파이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PGA투어 입장에서도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릴 것으로 기대되는 그는 아직도 25세다. 남은 건 리브 골프의 ‘노림수’대로 니만이 ‘간판스타’로 발돋움하는 일이다. 니만은 올 시즌 마스터스(4월)와 PGA챔피언십(5월) 초청장을 받아뒀다. 물론 디 오픈 출전권도 이미 확보했다.
지난 시즌까지 PGA투어와 리브 간의 대전에서 선봉장 역할을 했던 매킬로이가 정치 대신 ‘내 앞가림이나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한 게 바로 2024시즌이다. 매킬로이만이 아니다. PGA와 LIV가 이미 합병을 발표한 작년 이후 각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국가대항전 이상으로 이를 갈고 나올 기세다.
올 시즌 성적이야말로 앞으로 합병될 하나의 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만드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걸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런 올해, 리브의 에이스로 등극한 니만이 더 활개칠 수 있다면 그건 단순히 개인의 성과 이상의 의의를 지닐 것 같다.
'야망의 크기' 이제 니만의 '그릇'을 지켜볼 때다
예나 지금이나 투어의 흥행은 결국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 뜨거운 경쟁을 밑천으로 삼는다. PGA투어 톱 랭커로서 이적한 선수들만큼이나 호아킨 니만 같은 언더독들의 성장이 절실한 이유다.
통상 언더독이 권좌에 오르는 스토리에 빠지지 않는 게 헝그리 정신이다. 이미 돈방석에 앉은 니만이 여세를 몰아 더 높은 곳에 도달할지, 아니 더 높은 곳을 향할지는 리브 골프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한 줄기의 실마리도 될 것 같다.
니만이 그런 ‘흥행카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지, 2024시즌 리브 골프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
니만이 플레이어로 남을까, 아니면 게임 체인저가 돼 PGA투어에 비수를 꽂는 자객이 될까. 물론 니만이 가진 야망의 크기에 달린 문제고, 그 야망의 크기가 궁금해지는 2024시즌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4월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