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동요 ‘반달’. 1924년 작곡된 동요다. 한글 가사로 만들어진 우리나 창작 동요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 동요의 노랫말을 짓고, 곡을 붙인 사람은 윤극영 선생. 아동문학가이자 작곡가다.
‘은하수(銀河水)’는 세상 사람들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우리은하’다. 밤하늘에 보이는 거대한 별무리로, 밝은 띠 중간에 검은 줄무늬가 포함된 꼴이다. 지구를 안고 있는 태양계도 이 별무리에 속한다. 우리 민족은 이 별무리를 ‘은빛 강’처럼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라 불렀다.
2024년은 동요 반달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0년 동안 은하수는 여전히 밤하늘 속에서 은빛 강물로 흐른다. 인류가 계수나무와 토끼가 산다는 달에 올라 발자국을 남겼다. 탐사선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반달도, 보름달도 옛 모습 그대로다.
지구는 지난 100년 동안 크게 변했다. 지구촌 구석구석의 땅과 바다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도 열었다. 그런데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고 망가졌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서울의 경우, 열대야 발생 일수가 근대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가을의 문턱인 입추가 지나도 열대야는 사라지지 않았다. 9월로 들어선 이후에도 열대야는 계속됐다. ‘앞으로 견딜만한 여름은 없다’는 예측도 나왔다. 한 기후 전문가는 “2030년대 이후엔 더위와 폭염이 일상화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여름의 폭염은 재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30년 이후엔 그 수준이 더 높아지고, 그 재난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매년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다. 유엔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2019년 우리나라가 제안해서 지정됐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오염 저감과 청정대기를 위한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기념일이 정해졌다.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동연구와 기술적 지원을 포함한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협력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해당 기념일을 유엔총회 기후행동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국제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다. 유엔 기념일인 ‘푸른 하늘의 날’을 제안했다는 나라가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에 버금가는 ‘기후 악당’이다.
아이들은 오늘도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을 부른다. 그뿐 아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라는 애국가도 배워서 부른다. 설령 가을 하늘이 높고 넓고 푸르게 보일지언정 그 속엔 미세 먼지와 오염 물질이 그득한데, 어쩌면 좋으랴. 아이들은 평생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일상화된 여름을 매년 보낼 텐데, 이 일은 또 어쩌랴.
산유국 버금가는 세계적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 구호가 아닌 실천을 통해 국제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발 벗고 나설 때가 아닐 거나.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