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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부 명문 캐롤라이나CC, 1세기만에 흑인 입회 허용

오거스타내셔널GC보다 23년 오래된 골프장, 흑인에 '빗장 풀어'


[소순명기자 ssm667@naver.com] '꿈의 골프 토너먼트'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명문클럽 오거스타내셔널GC가 미국 남부에서 마지막으로 흑인 입회를 허용한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더 오랫동안 백인들만의 골프를 즐겨온 클럽이 있다.

미국 남부의 초입인 노스캐롤라니아주 수도 랄리에 있는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이 그곳이다.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은 오거스타내셔널이 개장하기 23년 전인 1910년 문을 연 이래 백인만 회원으로 입회했다.

지역 유력지인 뉴스앤드옵서버는 4일(현지시간) 랄리에서 백인 엘리트 모임으로 군림해온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이 개장 후 처음으로 흑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인종의 벽을 무너트린 주인공은 미국 최대의 전력회사인 듀크에너지의 힐다 피닉스 부회장 부부다. 여성인 피닉스 부회장은 듀크에너지 창사 이래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이 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일부 회원들 사이에 인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 측은 그동안 백인 회원들이 흑인의 입회를 막아온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의 백인 회원인 프랭크 대니얼스는 "주위 흑인들에게 입회를 권했는데 유일한 유색인종 회원이 된다는 이유로 '속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이것은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사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 인근에 있는 명문 듀크대의 윌리엄 새퍼 역사학 교수는 이번 조치는 때늦은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새퍼 교수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백인의 총에 암살됐을 당시 2,500명의 듀크대 학생들이 총장에게 4가지를 요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종을 차별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며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의 결정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이 뒤늦게 흑인에게 문을 열긴 했지만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있는 남부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유명한 골프클럽 대부분은 소수인 흑인이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퍼 교수는 캐롤라이나 컨트리클럽의 흑인 입회 허용은 상징적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이름난 골프클럽들은 백인의 특권과 배타성이 유지되는 마지막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