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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스타플레이어 이나리


“꾸준히 오른 별은 쉽게 지지 않습니다”

2013 JLPGA투어 시즌 2승
이나리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함께 인기몰이를 하며 사랑 받는 새내기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했다.
지난해 9월 29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미야기 TV컵 던롭 레이디스오픈(총상금 7천만엔)’에서 생애 첫 프로데뷔 우승을 맛 본 이나리(25)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달도채 안돼 10월 20일 ‘후지쓰 레이디스(총상금 8천만엔) 오픈’까지 석권하며 당당히 태극낭자 대열에 합류했다.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 등록을 마친 그는 같은해 일본 Q스쿨에 응시. 조건부 시드를 확보하게 됐고 홀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약 6년을 무관으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긍정의 마음과 노력은 결코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이에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아버지의 진심어린 격려 또한 한몫했다.
“‘반짝 뜨는 별은 금방 지지만 꾸준히 오른 별은 쉽게 지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응원이 항상 힘이 됐지요”라며 미소짓는 이나리를 한양대학교 HIT 빌딩에서 아버지 이상열(52) 씨도 함께 만나 그동안의 생활, 골프에 대한 마음가짐, 일본무대 점령기, 앞으로의 계획 등 이모저모를 나눴다.

인터뷰 심용욱 기자 / 사진 박형진 기자



 





‘늦깎이 골퍼’ 이나리, 하지만 더 발전 늦춰…

이나리는 비교적 늦은 골프를 했다. 1988년생 동갑내기 김하늘(KT), 김인경(하나금융그룹), 오지영, 박인비(KB금융그룹), 신지애(미래에셋) 등 선수들이 10살도채 안돼 골프클럽을 잡은 것에 비해 중학교 2학년에 골프에 관심을 보인 이나리는 갈 길이 너무나도 멀었다.
입문이 늦은터라 마음도 조급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버지 이 씨는 딸에게 조금도 그러한 티를 내지 않았다.
“많이 답답했었죠. 연습장에서는 잘 치는 것 같은데 대회에 나가면 항상 예선탈락의 연속이었죠. 우선 전문적인 골프를 시작하기로 한 이상, 그에 맞는 환경은 최대한 조성해 주돼 절대 ‘운동만이 살 길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는 않았어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목표만을 논할게 아닌 저 멀리 미래까지를 생각한거죠”라며 “나리가 어느날은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그만 둘 것을 선언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전혀 말리지 않았어요. 스스로 골프를 사랑해서 진심으로 임하기까지를 기다렸던 거죠. 강압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과연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을 수 있을까요?”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나리도 “물론 제가 좋아서 시작한 골프였지만 항상 불안감이 없잖아 있었어요.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항상 저를 다독여주시곤 했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위로는 ‘괜찮다, 힘내라’ 등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어요. 말씀에 항상 ‘왜’라는 이유와 구체적인 설명이 붙어 있었죠. 그랬기 때문에 저희 부녀 사이에 크나큰 믿음이 생긴거라 생각해요”라며 “그러면서 운동에 있어 제게 강조하신 유일한 한가지는 다름아닌 ‘공부와의 병행’이었습니다. 가끔씩 힘들때 연습을 쉬기는 했어도 이것만큼은 꼭 지켰죠. 물론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해 왔던 것들이 제게는 더 없이 큰 강점들로 다가오고 있지요”라고 밝혔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받아들인 이나리는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서문여중을 거쳐 서문여고로 진학 한 그는 입문 5년 차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중고연맹)에서 주관하는 ‘2006 경희대학교 총장배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보다 훨씬 앞서갔던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경희대 골프산업학과 입학과 등록금 면제 혜택까지
받게 된 이나리는 그렇게 스스로 골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갔다.

 



일장일단(一長一短), 현실적 선택으로 찾은 ‘가시밭길’

주니어를 마친 이나리는 절차대로 2007년 KLPGA 준회원을 거쳐 바로 정회원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프로가 됐다고 끝난게 아니란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은 이때부터 더욱 하나하나 만전을 기하고 신중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투어를 기점으로 국내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대개 선수들과는 달리 이나리의 선택은 다소 남달랐다.
같은해 JLPGA 투어 Q스쿨에 응시, 조건부 시드를 받게 된 것.
“이상하게 국내무대 보단 외국진출이 더 끌렸어요. 국내투어가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저로써는 어차피 해야할 외국어도 필요했고 선수를 위해 필드를 개방하는 등 좋은 연습환경이나 더 많은 시합경험을 통해 저를 발전시키고 싶었거든요. 타지 생활이 쉽지는 않을걸 알면서도 일본행을 결정짓게 됐죠”라며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해인 2008년, 일본에서 투어 데뷔를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시즌 첫 해 부터 상금랭킹 82위에 그쳐 다시 Q스쿨을 봐야했고 한국땅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맘을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2013 상반기까지 약 6년의 세월을 무관으로 지내야 했다.
이에 대해 이나리는 “당시에도 저 스스로를 알았기에 충분히 예상했던 일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 이하였죠. 아버지께도 너무 죄송스런 마음만 생기더라구요”라며 “하지만 그런 덕분에 제 골프가 많이 늘게 됐습니다. 면역력이란게 생겼다고나 해야 할까요?”라고 말하며 금새 밝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평소 기본기를 중요시 했던 이나리는 차츰 성적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음해 상금랭킹 25위를 마크했고 그 후로는 매 대회마다 20~ 30위권을 유지했다. 2012년 3월, 이보미(24·정관장)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에서는 한국 선수 6명(이보미·안선주·강수연·전미정·김나리·이나리)이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 낸 가운데 이나리도 공동 10위의 성적으로 한 몫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 이상열 씨와 함께 다정한 한컷



‘노력에 결과’의 표본, 이나리 

이윽고 2013년 9월, ‘긍정의 소유자’ 이나리는 미소 짓게 됐다. ‘던롭 레이디스오픈’에서 일본여자프로골프의 ‘베테랑’인 미야자토 아이의 매서운 추격을 따돌리고 당당히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에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아이와 같은 조가 아니었어요. 배정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지만 만약 같은 조 상황에서 마지막 홀(1타차)을 함께 쳤다면 결과가 어찌 됐을지는 또 장담할 수가 없었겠죠?”라며 “지금까지의 컨디션으로 봤을때 우승에 대한 확신은 조금씩 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후반, 아이가 갑자기 페이스가 무너지는 등 이렇게까지 상황이 오니 ‘오늘만큼은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안들더라구요”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첫 우승이 터진 이후의 이나리는 승승장구했다. 대개 첫 우승을 맛본 골프선수들에게 나타난다는 ‘우승 후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 등 부진’에 대한 징크스를 뒤로 한 채 그의 상승세는 꺾일 줄 몰랐다.
3주 만에 또 한번의 우승이 나온 것이다. 10월 20일 ‘후지쓰 레이디스 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이나리는 3라운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 우승을 확정지으며 또 한번의 기쁨을 만끽했다.
“첫 우승보다 더 기뻤어요. 골프에 대해 새로이 눈뜨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전날부터 날씨가 계속해서 좋지는 않았지만 ‘악천우가 아닌 상황’에도 얼마든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었어요. 그동안 누적됐던 많은 경험을 통해 컨디션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안정하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나리는 올해의 각오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값진 경험들을 승화시켜 올 2014 시즌에도 국내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더 즐기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늦은 입문 이후, ‘시간을 헛되이 하지말고 운동에만 전념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생존수단의 골프가 아닌, 진심으로 골프를 사랑하기 까지의 과정’, ‘공부와의 병행’ 등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해 성장을 늦춘 그는 1월 중순, 태국 남루까(Lamlukka)로 한달 반 동안 동계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사서 고생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쓴 맛도 필요하다’고 전하며 말을 마친 그의 옆에서는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 아버지, 이상열 씨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Lee Na Ri
이나리(JLPGA)


생년월일: 1988년 7월 6일
신체: 163cm, AB형 / 취미: 음악감상
경희대학교 골프산업학과 학사
프로데뷔: 2007

<해외투어 주요기록>
2012 T POINT Ladies Golf Tournament 공동5위
2012 NICHIREI LADIES 공동5위
2012 ltoen Ladies Golf Tournament 4위 

<우승>
2013 미야기 TV컵 던롭 레이디스오픈
2013 JLPGA 투어 후지쓰 레이디스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