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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올림픽 가능성 작아도 포기는 없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연습 라운드 중인 이보미.
 "솔직히 가능성은 크지 않아요. 하지만 지레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해봐야죠."

이보미(28)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평정했다. 7승을 올리고 일본 프로골프투어 사상 최다 상금 기록까지 세웠다. 

이보미는 지난해 일본에서 거둔 성적을 토대로 세계랭킹 15위에 올랐다. 다른 나라 선수라면 거뜬하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갈 순위다. 같이 일본에서 뛰는 테레사 루(대만)는 이보미보다 5계단 낮은 세계랭킹 20위지만 대만 대표로 올림픽 출전이 확실하다.

하지만 한국 선수 가운데 이보미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가 7명이나 더 있어 국가별로 최대 4명으로 제한된 출전 티켓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이보미보다 랭킹이 높은 한국 선수는 모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한다. LPGA투어 대회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일본투어보다 월등히 높다.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이보미는 승부수를 던졌다. LPGA투어에서 세계랭킹 포인트가 가장 높은 메이저대회에 출전을 감행했다.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 나선다. 올림픽 출전 선수는 US여자오픈 종료 시점에 결정된다.

ANA 인스퍼레이션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이하 한국시간) 대회 개최 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만난 이보미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도 굳은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이보미는 "너무 잘 하는 선수가 많아서 내가 올림픽 출전권을 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걸 나도 잘 안다"면서 "그렇지만 아무 노력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면 내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할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보미의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 출전은 모험에 가깝다. 그는 작년까지는 5년 동안 LPGA투어 대회에 나온 적이 없다. 그만큼 생소한 무대다.

일찌감치 LPGA투어가 아닌 일본을 주 무대로 결정했고 일본에서 최고 자리만 보고 달렸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이동 거리가 엄청나고 음식과 문화가 낯선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잘할 자신이 있어서 일본을 택했다"는 이보미는 "작년에 목표로 삼았던 일본 상금왕을 차지하고 나니 이제 좀 여유가 생겼기에 올림픽을 


목표로 뛰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보미는 일본에서 정상급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스타다. 골프 실력뿐 아니라 빼어난 외모와 겸손하고 상냥한 언행으로 '보미짱'이라는 예쁜 애칭으로 불린다. 

일본 언론도 이보미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관심이 많다. 이보미는 "일본 기자들도 틈만 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에서 건너온 기자들은 다 올림픽 얘기만 한다"고 웃었다.

이보미는 지난 달 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24위에 올라 탐색전을 무난하게 치렀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우승 또는 적어도 5위 이내에 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대회에서 잘해서 최대한 포인트 격차를 줄여놔야 따라잡을 발판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이보미는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도 착실히 포인트를 쌓다가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역전을 노린다는 복안을 밝혔다.

은근한 자신감도 슬쩍 내비쳤다. 근거 없는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3년 동안 해마다 겨울 훈련을 이 지역에서 치렀다"는 이보미는 "올 겨울에도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두번 라운드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테라라고 골프장에서 겨울을 지내는 이보미는 "코스 특성을 아주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 점수를 줄이는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이 길고, 그린이 빠르고 단단한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 쇼 코스는 LPGA투어 대회 개최 코스 가운데 난도가 높은 편이지만 이보미는 "일본에서 전장이 길고 그린이 어려운 코스에서 우승해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보미는 올림픽 이후 하반기에는 LPGA투어 대회 출전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는 작년에 우승한 대회 타이틀 방어전이 많다"는 이보미는 "대신 한국 대회에는 종종 나가서 고국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