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도와 함께 날갯짓을 준비하는 카이도 시리즈 



KPGA 코리안 투어가 살아남고 있다. 대회 수, 상금 규모,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 면면부터 지난해와 차이를 보인다. 한국 남자골프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지난해 대비 대회 수와 상금 총액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골프 강국으로 한국은 그동안 세계 무대를 호령해 왔다. 특히 KPGA에서 분리돼 나온 KLPGA는 유수의 세계적 스타들을 배출하며 현재 세계 여자 골프계의 이끌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다. 반면 KPGA는 KLPGA의 부상과 반비례해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국 남자골프의 추락을 목도하며 팬이자 골프 기자로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2017 KPGA 코리안투어 - 카이도 시리즈’를 발표를 보며 어렴풋이 KPGA가 부활의 날개를 펼칠 것 같은 기대감은 설핏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풀 꺾인 날개가 다시 한번 날개를 펼 수 있을까란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2017 절반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KPGA와 카이도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매우 고무적이다. 선수들과 스폰서, 한국남자골프협회가 맞물려 정확하게 비상을 위한 준비를 차분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시점에서 다시 날갯짓을 펼친 KPGA 코리안 투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번 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대회 수의 급감으로 인해 흥행 부진을 겪었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가 부활의 기지개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08년 총 20개(발렌타인 챔피언십 포함)가 열려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18개 대회 이후 매년 대회 수가 감소한 KPGA 코리안 투어는 2011년 17개 대회 개최 이후 2012년부터 3년간 14개 대회가 열렸다. 2015년 12개, 2016년에는 13개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비해 규모가 작아질 뿐 아니라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총상금 규모 또한 대회 수에 비례해 꾸준히 줄어들었다. 2011년 132억 원을 기록한 뒤 2016년에는 9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KLPGA 정규 투어 총상금이 200억 원(약 212억 원)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카이도 골프가 메인 스폰서를 맡으며 8개의 대회에 관여하면서 KPGA 코리안투어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총 19개의 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카이도가 단독 주최하는 대회 상금이 3억 원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뛰는 유명 선수들을 끌어당기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KPGA와 카이도골프는 4개 대회를 합쳐 상금 규모를 늘리는 것을 놓고 고민했다. 고민 끝에 KPGA는 대회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양휘부 회장은 "상금 규모가 작아 대회 수를 늘리는 것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남자 골프 대회 수가 적었다. 그래서 대회 수를 늘려달라는 그런 요구가 많았다. (카이도골프와) 첫해이기 때문에 대회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지자체와 지역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대회를 하는 도중에 상금을 늘리고자 하는 합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7 KPGA 코리안투어는 총 19개 대회와 총상금 138.5억 원의 규모로 치러지게 된다. 19개 대회 개최는 2008년 20개 대회를 개최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대회 수이며 총상금은 지난 2011년 132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규모다. 

 대회 우승에 따른 혜택 또한 풍성해졌다. 먼저 9월에 열리는 총상금 12억 원 규모의 '신한동해오픈'은 아시안 투어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세계 랭킹 포인트 배점도 높아 한국을 대표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0월 19일 개최 예정인 국내 유일 PGA 투어 정규대회 'CJ 컵@나인브리지'에는 최소 10명 이상의 국내 선수가 참가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참가 자격요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참가수당만 6000만 원에 달해 해외파 선수들은 물론 국내 선수들의 참가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께 2017 KPGA 코리안 투어의 공식 일정과 관련한 기자 회견 자리에서 양휘부 회장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국내 투어로 부르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그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강하지 밀어붙이는지가 고민이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 해외 투어를 뛰더라고 국내 투어에서 뛸 수 있도록 조정을 해야 된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양휘부 회장의 노력과 카이도 배우균 대표와의 협력으로 이뤄진 KPGA의 부활의 노력은 또 다른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그동안 해외 투어에 집중했던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눈에 띄게 참가하고 있다. 먼저 JGTO 김경태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김경태는 프로 데뷔 10년의 베테랑으로 2007년 국내에 데뷔했을 때 ‘괴물 신인’으로 등장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 아마추어 선수권을 2회 연속 제패했고, 2006년에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KPGA 코리안 투어에서 2승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경태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10년간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 나갔다.



특히 JGTO 첫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던 김경태는 KPGA의 부활과 함께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하려 노력 중에 있다. 한편, 일본에서 돌아온 선수는 김경태뿐 아니다. 김형성 또한 작년에 비해 꾸준히 코리안 투어에 얼굴을 내비치며 시즌 첫 승을 노리고 있다. 또 다른 해외파인 황중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황중곤은 또한 김경태, 김형성과 마찬가지로 일본 투어와 코리안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황중곤의 캐디를 친형인 황중석 씨랑 호흡을 맞추며 지난 6월 열린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중곤은 필드에서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하고 있다. 황중곤은 이번 KPGA 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2022년까지 KPGa 코리안 투어 시드권을 확보했고,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PGA 투어 ‘CJ 컵 나인브릿지’ 출전 자격도 획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전역 후 돌아온 허인회 등과 더불어 투어는 보다 많은 선수들의 면면을 볼 수 있도록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돌아온 스타들의 활약도 있었다. 지난 2014년 시즌 2승 이후 돌연 군 입대를 선택했던 김우현(26)은 카이도 드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데상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2014년 상금왕과 대상, 신인왕을 석권한 김승혁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2016 시즌 KPGA 코리안 투어에서는 5개 대회만에 시즌 다승자가 나타났다. 지난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우승자 최진호가 그 주인공이다. 최진호는 5번째 대회인 넵스 헤리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첫 다승자가 됐고, 그 뒤를 이어 8번째 대회와 11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주흥철이 두 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진호는 시즌 2승과 더불어 대회별로 부여된 제네시스 포인트 합산에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어 2016 연말 제네시스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진호가 최고의 활약을 한 해를 보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사실 시즌 후반쯤 최진호의 제네시스 대상은 이미 트로피에 이름을 새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제네시스 대상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올해는 상황이 지난해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제5차 카이도 시리즈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 오픈 with 블랙캣츠까지 총 11개 대회가 치러진 현재까지 다승자는 아무도 없다. 11개 대회 모두 다 다른 선수가 우승할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됐다. 생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든 선수들도 나오고 있으며, 오랜 시간 우승에 목말랐던 선수들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새로운 재미 요소와 다양한 기록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시즌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의 우승자 맹동섭은 8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고, 이어 바로 다음 대회인 카이도 전남오픈에서는 김성용이 11년 만에 우승을 기록했다. 아시안 투어에서 활약하는 장이근 또한 아시아 투어 시드로 한국오픈에 출전해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이변을 일으켰다. 카이도 골든 V1 오픈 우승자 이정환 역시 지난해까지 약 2년간 PGA 투어 차이나에서 활약하며 코리안 투어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돌아온 스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지난 2014년 시즌 2승 이후 돌연 군 입대를 선택했던 김우현은 카이도 드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데상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2014년 상금왕과 대상, 신인왕을 석권한 김승혁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해외파의 실력 또한 명불허전이었다. 매경오픈 우승자는 JGTO를 주 무대로 활약하는 이상희였고, KPGA 선수권대회 우승자 황중곤 역시 JGTO에서 활약하다 JGTO 휴식기를 맞아 한국 리그에 돌아와 3년 만에 한국리그 승수를 쌓았다. 9번째를 맞는 카이도 군산 CC 전북 오픈에서는 KPGA 선수권 최종라운드에서 무너져 준우승을 차지해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이형준이 결국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7월의 대미를 장식했던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 오픈에서는 개인 통산 10승째와 더불어 4년 2개월 만에 강경남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올해 ‘규모의 경제’가 커졌고,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KPGA는 KLPGA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갤러리와 골프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2017 다시 비상하는 KPGA 코리안 투어 中 편에 계속

방제일 기자 reijiro@naver.com 사진 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