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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왜 '시간'에 목매는가?

현대 스포츠 행정가들에게 있어 최대 화두는 '시간 단축'이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를 의미하는 올림픽 모토와 같이 대중은 더 빠르고, 더 강한, 그리고 더 높은 레벨의 스포츠를 원하고 있다. 이에 스포츠 행정가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주력하고 있는 종목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보다 대중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현재 그들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화두'다.





한 때, 스포츠는 '여유'와 '부'의 상징이었다. 노동하기도 바쁜 시간에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은 최대의 여가였다. 이런 스포츠가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노동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스포츠를 하지는 않아도 보고, 듣고,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를 산업화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각 스포츠 종목은 이제 대중과는 유리될 수 없는 산업의 결정체가 되었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와 행정가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단 한 정목으로 한정하기에는 지나치게 만흔 스포츠 종목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축구나 농구, 야구, 미식축구, 테니스, 골프, F1 등 스포츠 종목은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은 너무 많고, 그에 따라 거대 시장을 형성했다. 그중 자신의 종목의 열성 팬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최대 화두는 '속도'가 됐다. 과거와 달리 몇 시간이고 TV 앞에서 하염없이 스포츠만을 보는 팬들이 줄었기에, 가장 빠르게, 가장 강하게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했다. 관련 영상과 다양한 통계가 발달했고, 유려한 지식을 가진 스포츠 캐스터들이 쉴 새 없이 정보와 지식을 뽐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대중들은 스포츠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에 열광한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나오기까지는 분명 절대적 '시간'이 소요된다. 가령 축구가 한 경기에 양 팀 합쳐 '10골' 이상이 나온다면 누구도 축구의 '골'에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축구의 골은 전후반 도합 90분간 2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며 나온 최대의 결과치이다. 따라서 한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치게 된다. 과거에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이라이트를 통해 주요 장면만 모아서 볼 수 있기에 딱히 90분간 계속해서 축구를 즐길 이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축구 행정가들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최신 카메라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확장성을 가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미식축구와 농구와 같이 쿼터제로 축구를 해보면 대중들이 축구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대안이 나왔다. 이에 수많은 축구팬들은 오히려 반발했다. 쿼터제로 하면 선수들의 체력 비축은 물론이거니와 더 양질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고, 광고 수익도 분명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축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논의였다. 이 논의는 수많은 축구팬들과 은퇴한 선수들의 반대로 무색함만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시간을 단축하고 양질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 해도,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전통과 규칙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외 축구 쪽에서는 골키퍼 공 소유를 6초로 제한하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단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야구 쪽에서 도입한 방식은 고의사구를 던지지 않고 바로 1루로 보내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반발은 있었다. 고의사구를 던지는 와중에도 다양한 플레이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시간 단축'이라는 대명제 아래 룰의 개정이 있었다.  이뿐 아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했고, 투수 교체 및 연습 시간을 10초 축소했다. 그러나 올해 메이저리그의 평균 시간은 지난해 보다 10분가량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이유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경기 속도를 현저하게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도입 이후 오심이 줄어들었고, 공정성이 확보됐다. 야구팬들도 오히려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비디오 판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쪽을 다수 의견이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 리그는 시간 단축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년대비 경기 시간이 약 10분가량 단축한 KBO 리그는 향후에도 보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농구의 경우 한국이 세계적 추세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2014년 김영기 총재 취임과 함께 수비 선수가 속공 파울 할 시 상대에게 자유투 2개와 함께 공격권을 함께 넘겨주는 개정을 했다. 초기에는 비판받았던 이 규칙은 현재 세계농구연맹도 받아들여서 공식적인 농구 룰로 자리매김했다. 
골프도 이런 시간 단축 현상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프로 골프의 인기는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면적인 이유는 골프가 농구나 축구, 야구에 비해 정적인 운동인 것과 경기 특성상 화면 구성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농구나 축구, 야구는 하나의 '공'으로 모든 플레이가 이뤄진다. 테니스도 마찬가지도 배구도 마찬가지다. 반면 골프는 수십 명의 선수가 중첩적으로 플레이가 이뤄진다. 카메라는 각 홀마다 배치돼 있지만, 사실사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에는 제약이 따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적이고 심리 게임인 골프의 묘미가 역동적과 연속성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층을 유혹하기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드라이버의 묘미는 홈런의 묘미보다 덜하며, 퍼트의 카타르시스는 축구의 '골'보다 짜릿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골프 또한 보다 빠른 플레이를 위해서 룰을 대폭 개정했다. 골프 룰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골프협회(USGA)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룰'을 도입했다. 모든 선수는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시간 지연이 흥미를 반감시키는 대표 요소인 만큼 선수들의 적극적이고 빠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실된 공을 찾는 시간도 기존 5분에서 3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3분 이내에 자신의 공을 찾지 못한 경우 분실구로 처리한다. 나아가 양파 때는 자동 홀아웃으로 개정됐으며, 플레이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준비된 사수'부터 공을 치는 '레디 골프(Ready Golf)'도 시행 예정이다.




정지해있는 볼이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는 벌타 없이 경기를 진행한다. 퍼팅 그린 위에서 실수로 공이나 공 마커가 움직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경기가 속행된다. 이 개정된 룰은 2019년부터 공식 적용된다. 한편, '40초 룰'의 경우, 내년 유러피언 투어에서는 6월 오스트리아 대회부터 도입돼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40초 룰의 경우' 루틴을 포함해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가고 각 조에 심판 한 명씩이 배치돼 바로 타이머를 스타트할 것으로 보여, '거북이 골퍼'들에게는 치명적인 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는 단순 경고이지만, 2번째 '40초 룰'을 어긴 경우 1벌 타가 주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스포츠는 현재 '시간'과의 전쟁 중이다. 스포츠 관람 자체의 제약 조건은 돈과 시간이다. 이 중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시간 부분에 유독 해당되는 이유는 당연히 '돈'보다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선수나 협회, 그리고 시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절대적 시간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종목이 가진 전통과 의의를 헤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스포츠 행정가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