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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본 2017 골프계 결산 下

[골프가이드 방제일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7도 이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PGA는 지난 10월 저스틴 토마스가 천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고, 새 시즌이 시작됐다. LPGA의 경우 박성현이 떠오르는 스타로 부상하면서, 박성현 전성시대를 열었다. PGA와 LPGA의 대표 스타들의 한 해 성적을 사자성어를 통해 살펴보자.

자승자박(自繩自縛) 리디아 고


지난해 리디아 고의 기세는 향해 LPGA의 여제로서 최소한 몇 년간은 ‘리디아 고’ 천하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시즌이 흐를수록 ‘천재소녀’ 리디아 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85주 간 지켰던 세계 1위 자리는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고, 그 이후에는 유소연, 박성현, 펑샨샨, 렉시 톰슨 등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슬럼프라면 리디아 고 입장에서는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복잡해 보인다. 먼저 올 한해 리디아 고의 성적이 추락한 것에는 리디아 고 자신이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만 스무 살이 된 리디아 고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 ㅅ이에 스윙코치와 캐디, 클럽 등을 바꿨다. 잘 나가던 리디아 고가 가장 먼저 교체한 건 캐디다. 제이슨 해밀턴과 호흡이 잘 맞았는데 지난해 10월 교체했다. 리디아 고와 캐디 간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리디아 고 캠프와 생긴 갈등이었다고 알려졌다. 스윙 코치는 통산 15승을 합작했던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지난 2월 개리 길크라이스트로 바꿨다. 클럽은 드라이버, 웨지, 아이언, 퍼터까지 모두 PXG로 바꿨다.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고 할 정도의 모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 또한 스윙 교정 등의 변화를 적응하는 것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그들보다 어리고 경력이 짧은 리디아 고가 이런 변화를 1년 안에 적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더 큰 문제는 서서히 바꾸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꿨기에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실히 알아내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리디아고가, 캐디, 스윙, 클럽이라는 이 3차 방정식의 해답을 내년에는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죽지세(破竹之勢) 박성현



LPGA 투어에서 신인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박성현이 최초다. 유소연에 이어 랭킹 2위였던 박성현은 지난 11월 6일 발표된 세계 랭킹 순위에서 8.4056점으로 1위였던 유소연(8.3818)을 약 0.02점 차로 앞섰다. 데뷔 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1위에 오른 한국계 선수는 신지애(29)와 리디아 고(20·뉴질랜드)로 당시 2년 차였다. 이로써 박성현은 한국 선수로는 신지애, 박인비(29), 유소연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월드 퀸에 올랐다.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한 박성현은 7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박성현은 데뷔 첫 해 주요 기록을 싹쓸이 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올해 초 박성현이 LPGA 진출을 밝힐 때만 해도 성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처럼 단시간에 박성현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반기만 해도 박성현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박성현은 올 해 누가 뭐라도 LPGA에서 가장 ‘핫’했고, 말 그대로 남달랐다.루키로서 이런 활약을 한 박성현이 과연 LPGA의 역사에 얼마만큼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절장보단(絶長補短) 펑샨샨



펑샨샨은 여자 골퍼 가운데서도 몸집이 큰 편이다. 날렵하기 보다는 육중한 편에 가깝다. . 그런 그가 올해 김인경과 함께 나란히 최다승을 거두면서 상금 170만 달러(약 19억원)를 벌어들였다. 통산 상금은 1000만 달러에 육박(971만 달러)한다. 2000년대 초 펑샨샨은 한국의 HSMG라는 에이전트사가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했다. 코오롱에서 만든 골프의류 엘로드의 후원을 받았다. 당시 HSMG 관계자는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키려고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펑샨샨이 ‘운동은 너무나 하기 싫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펑샨샨은 이후 조금씩 체중이 증가했다. 연습량도 많지 않다. 한국의 한 선수는 “경기 후 펑샨샨이 연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기 전에도 30분 남짓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LPGA 관계자들에 따르면 펑샨샨은 대회가 없는 주에는 거의 연습을 안 하고 대회를 앞두고 레인지에서 잠깐 샷을 점검한다. 밤낮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보면 억울할 일이다. 골프는 야구와 더불어 배 나온 선수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펑샨샨이 어떻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을까. 펑샨샨은 유연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백스윙이 크지도 않다. 거리도 짧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9야드로 97위다. 그러나 이런 펑샨샨의 단점들은 오히려 골프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펑샨샨은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안다. 샷거리가 짧기에 저대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친다. 그녀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80.2%(15위), 그린 적중률은 76.2%(6위)가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유연성이 부족한 덕분에 백스윙의 톱과 스윙 궤도가 기계처럼 일정하다.일반 선수들은 백스윙이 커지면서 궤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다운스윙으로의 전환동작에서 헤드가 한 번 출렁하고 내려와야 제 궤도로 돌아온다. 그러나 펑샨샨은 이런 동작이 필요 없다. 그냥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스윙 머신과 같다. 이렇게 백스윙 크기가 작으면 거리가 짧아진다. 펑샨샨은 이를 과감한 코킹과 손감각으로 만회한다. 운동량이 많지는 않은데 펑샨샨의 체력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체력이란  운동을 해서 나오는 힘과 잘 먹고 잘 자면서 생기는 스태미너로 구분할 수 있는데 펑샨샨은 스태미너가 좋다. 여기에 성격 또한 한몫한다. 펑샨샨은 낙천적이다. 여유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펑샨샨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클럽하우스에서 편하게 잔다. 이런 장단점들을 잘 받아들인 펑샨샨은 올해 중국 최초로 LPGA 세계 1위에 오르는 영광의 선수가 됐다.


방제일 기자 reijiro@naver.com 사진 LPG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