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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비오만 '희생양'이 됐다.

김비오가 1일 KPGA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과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상벌위원회(위원장 김규훈)가 지난 1일 김비오(29) 선수에게 내린 ‘△3년간 자격정지와 △벌금 1천만 원,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서 거둔 모든 기록 순위 제외’란 중징계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는 물론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과 골프채널 등 미국 골프 전문매체에서도 화제가 됐다.
어떻든 이번 징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먼저 징계 수준, 특히 3년간 자격정지 부문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프로 선수에게 3년간 자격정지란 선수생활을 그만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김비오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는 분명 치명타다.
외신에선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지난 2002년 US오픈에서 한 팬을 향해 손가락 욕을 했지만 공식 징계는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이번 김비오에 대한 징계가 이례적임을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다르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오히려 더 세게 징계를 해야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터무니가 없다.
또 일부에선 김비오가 3년 자격정지를 받아 국내 대회에서 뛰지 못하게 되자 “해외투어에서 뛰면 되겠네”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빈정대듯 얘기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투어 프로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선수 생활을 하는 기간이 아주 짧다. 국내 선수들의 경우 30대 중후반이 되면 거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이다.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이 한창 물이 오를 때 군에 갔다오면 예전처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예를 자주 봐 온 것도 선수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힘과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KPGA 상벌위원회가 징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근거로 ‘자격정지’ 징계양정기준표 6항 : 회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회원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를 제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3년 자격정지 징계가 아주 적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납득시키기엔 타당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김비오가 손가락 욕을 하게 만든 갤러리가 원인제공자라는 점이다.
선수가 갤러리의 잘못 없이 스스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중징계를 받고 경우엔 따라선 퇴출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우승이 턱 밑에 와 있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 있는 선수가 스윙을 하는 순간 갤러리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 낸 소음 때문에 샷 실수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 때문인가. 왜 갤러리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수만 매도하는가. 갤러리는 제멋대로 해도 되고 선수는 그런 방해 때문에 샷 실수를 해도
성인군자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지 않는가.
프로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것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재미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경기 하나 하나가 그들의 밥줄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들은 경기 때 받는 상금이 곧 생계 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기에 전력을 쏟는다. 특히 김비오는 그날 그 순간까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신경이 곤두서 있던 순간이었다. 3개 홀만 무난히 마치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그 중요한 시점에 선수가 티샷을 하는 도중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소리를 내 스윙을 방해했다는 것은 갤러리로서 자격미달이다.
더군다나 김비오가 티샷을 하기 전에도 진행요원들이 몇 번이고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도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 선수가 티샷을 실수하게 만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그 갤러리가 아니었다면 김비오도 그런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건이 있은 뒤 김비오는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김비오에게 어떤 사과를 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
따지고 보면 그 갤러리로 인해 김비오의 골프 인생이 막을 내리는 위기에 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실수를 하든 ‘갤러리’니까 괜찮고 선수는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 아닌가.
아무리 갤러리가 있어야 투어 대회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선수 없는 투어 대회도 있을 수 없다. 갤러리가 없어도 대회는 열 수 있지만 선수가 없으면 대회는 불가능하다.
협회 입장에선 갤러리만 우선시 할 게 아니라 선수 입장도 충분히 고려했으면 싶다.
선수들이 모인 단체가 바로 협회 아닌가. 그런데 왜 협회는 선수에 대해선 그렇게 가혹한가. 먼 훗날 이번 징계 수준이 아주 떳떳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 선수들이 이번 징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협회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대회를 주최하고 진행하는 책임을 진 협회가 당초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땅히 대책을 충분히 세웠어야 한다.
예컨대 대회 마지막 날 특히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하는 팀에는 진행요원들을 많이 배치해 갤러리들이 경기 중 소음을 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도대체 대회를 어떻게 진행했길래 선두를 달리는 선수가 티샷을 할 때 바로 뒤편에 있는 갤러리가 사진을 찍으며 소음을 내 샷 실수를 하게 만드는가.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16번홀이면 곧 경기가 끝날 시점인데 말이다.
협회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제대로 신경을 써지 않고선 선수만 탓하고 징계하면 다 되는 일인가.
거듭 얘기하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협회의 임무다.
투어 대회에서 선수가 경기 도중 갤러리의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소리 때문에 방해를 받아 티샷 실수를 했다는 것은 갤러리의 수준이 낮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회를 주관하고 진행하는 협회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도 협회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직 선수에게만 그 책임을 물었다.
협회는 징계 결정 발표 때 이우진 운영국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갤러리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인성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흡사 남의 일 얘기하듯 했지만 협회의 책임 부분에 대해선 어떠한 표현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2일엔 양휘부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역시 협회가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와 관련, 김비오만 ‘희생양’이 됐다.
선수에게 3년 자격정지를 내릴 사안이라면 대회 진행을 책임진 협회 누군가는 그에 상응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 일 아닌가. 또 원인제공을 한 그 갤러리에 대해선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협회가 여론에 과민하게 반응한 것은 아닌지, 또 남자대회가 활성화되지 못한 게 순전히 선수 때문인지 곰곰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