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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이슈&이슈] 파크골프장, “새로 짓지 말고 다시 쓰자”

전국 지자체, 신설 파크골프장 갈등
기존 시설 재활용형 파크골프장이 대안

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파크골프가 대표적인 국민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파크골프장 신설이 이어지며 주민들의 건강과 여가를 책임지는 핵심 복지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 훼손과 특정 동호인을 위한 공간, 예산 낭비 논란으로 주민 갈등도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 짓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자”라는 발상의 전환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북 제천시 중앙시장의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 사례처럼 활용이 낮은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파크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 전국적 대안으로 떠올리고 있다.

 

 

전국 곳곳 파크골프장 조성 붐

주민 건강‧복지‧화합 효과 뛰어나

 

노년층의 건강 관리와 사회 교류를 위한 대표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자체들이 잇따라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2019년 약 226곳에서 최근 약 423곳으로 늘어났다. 불과 몇 년 만에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전국에 500여 곳에 달하는 골프장 수를 곧 따라잡을 기세다. 영남과 전남 등은 이미 군 단위마다 1~2개의 구장을 갖추었고, 수도권 역시 한강변·공원녹지·하천부지를 활용한 신규 조성이 이어지고 있다.

 

파크골프장이 전국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건 아니다. 주민 복지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지역 간 시설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용객 수나 관리 인력 확보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방 체육 담당자는 “시설 수는 늘었지만, 운영은 여전히 동호인 중심에 머물러 있다”라며 “지속가능한 관리체계가 시급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하천변 잔디와 습지에 조성,

“모두의 공원을 특정인들이 전용하나?”

 

파크골프장은 넓은 잔디와 평탄한 부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부지가 하천 제방, 생태습지, 도시공원처럼 자연환경과 맞닿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잔디관리 과정에서의 수질오염·토양교란 등의 생태적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파크골프장은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전문 기관에서 환경 검사를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지만,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존 공원 이용자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가족 단위 피크닉 공간이던 공원이 파크골프장으로 바뀌면서 산책자, 어린이, 청년층 등의 접근이 줄었다. 운영 방식이 특정 동호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공공시설이 사유화되고 있다”라는 불만도 나온다.

 

시설 노후화·안전관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조성 이후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해 잔디 훼손, 배수 불량, 침수 등이 빈번히 발생한다. 표 얻기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시설 확대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분별한 파크골프장 조성은 분명 지역 공동체의 균형을 해치고,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모두의 공원이 일부의 놀이터로 바뀌는 순간, 파크골프의 본래 취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잠자는 시설의 재발견,

지자체가 보여준 다양한 ‘생활형 해법’

 

이러한 논란 속에서 최근 ‘기존 시설 리모델링형 파크골프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천 중앙시장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천시는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빈 점포 22개(또는 32개) 규모를 활용해 면적 500㎡ 규모의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사업비 약 5억6,000만 원이 투입되었고, 민관 협력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의회도 게이트볼장 등 활용이 낮은 기존 체육시설을 파크골프 연습장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기존 시설을 재활용, 어르신 복지를 강화하며 지역 활성화까지 노리는 ‘생활형 체육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유휴 부지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이다 유휴화된 부지를 활용한 파크골프장 조성, 빈 점포를 활용한 실내 스크린장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시설 활용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을 “시설의 양보다 질을 고민한 행정”이라 평한다. 노인복지시설, 체육관, 유휴 공공건물 등을 활용해 세대 간 공유와 지역 자원 효율성을 함께 꾀하는 모델이다. 향후 지자체별 ‘파크골프 리모델링 표준모델’이 제시될 가능성도 높다.

 

 

환경·예산·공유의 삼박자,

지속가능한 체육정책으로 가는 길

 

기존 시설을 활용한 파크골프장은 체육시설 확충 이상의 기대효과가 있다. 도시 재생과 복지의 균형을 잡는 정책 모델로 평가된다. 실제로 예산, 활용도, 주민 만족도, 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 신규 부지 매입이나 인허가 절차 없이 기존 공공시설을 재활용하면 조성 비용을 다소 줄일 수 있다.

 

둘째, 환경 훼손 최소화라는 장점이 있다. 새로 녹지를 깔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생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친환경 관리 방식 개선도 가능하다.

 

셋째, 공유형 체육공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어르신뿐 아니라 청년층·가족 단위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유형 여가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 주중엔 어르신 중심, 주말엔 가족·청소년 중심 사용 등 탄력적 운영도 가능하다.

 

넷째는 유지관리 측면이다. 관리 운영을 지역 주민이 직접 맡는 ‘커뮤니티형 관리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지자체는 유지보수를 자체 인력과 예산 구조로 돌리는 대신, 주민참여형 관리위원회를 도입하여 행정비용 절감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파크골프의 진정한 가치는 시설의 수가 아니라 그 공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활력을 주느냐에 있다. 잠자는 공간을 깨우는 행정이야말로 예산보다 큰 변화를 만드는 복지정책이다.

 

 

신규 파크골프 조성은

복지와 환경의 균형 위에 건립해야

 

파크골프는 사회적 복지이자 세대 통합의 마당으로 기능해야 한다. 무분별한 신설과 경쟁이 이어진다면 그 복지는 불균형 위에 세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쓰는 것’이다. 저활용 공공시설, 게이트볼장, 복지관, 실내 체육공간 등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재구성해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바람직한 파크골프 행정의 방향이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과 뉴질랜드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일부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공유형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유지·관리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공간을 새로 만드는 대신 지역 안의 유휴공간을 살려낸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새로 짓지 않고 다시 쓰는’ 파크골프장이 하나둘 늘어간다면 그곳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행복의 장이 될 것이다. 환경과 복지가 공존하는 파크골프의 시대—지금, 대한민국은 그 전환점에 서 있다. 붉은 말의 해인 2026년을 맞아 지자체와 관련 단체, 동호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