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기다리는 봄, 3월이다. 겨우내 연습장이나 스크린에서 갈고 닦은 스윙과 새로 구입한 장비를 필드에서 점검해 볼 수 있는 때다.
이제부턴 실전 라운드다. 출발부터 장타와 스코어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안전사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골프를 하다 안전사고로 평생을 장애로 살아가거나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운동에는 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골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사고가 많은 편이다.
뭣이 중헌디? 목슴까지 걸여야 하는가
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 목숨과는 바꿀 수는 없다. 올 3월 라운드는 골퍼 스스로 철저하게 안전의식을 가지고, 매너 있는 골퍼가 되어 골프에 목숨을 거는 일이 없도록 준비하자. “골프는 끝날 때 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게임이자, 마인드 스포츠이다”라는 점을 명심하자. 그 누구도 골프의 경지에 이르는 사람은 없다. 오직,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골프의 기본은 안전이다
골프는 에티켓과 매너를 중시하는 운동이다. 이와 함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다. 3월에는 특히 안전 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다. 겨우내 스크린 골프 등에서 새로 골프를 시작한 초보 골퍼들이 필드로 나오는 때이기 때문이다.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 측에도 많은 손실을 볼 수 있다. 대외적 이미지 실추와 함께 손해배상금 지급 등 금전적 손실을 겪을 수 있다. 골퍼 보호는 물론 골프장 측을 위해서도 사고 예방에 다같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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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거리에서 친 골프공에 맞은 절친 동반자, 형사책임까지... 지난해 3월 경남의 OO골프장에서 일행 3명과 경기를 하던 중 A(여, 54) 씨는 45도 방향, 10m 앞쪽에 동료 C(여, 49) 씨가 서 있는데도 샷을 해 날아간 공이 C 씨를 맞아 다치게 하자 C 씨는 A 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공을 친 골퍼와 캐디 모두에게 형사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A 씨에게는 앞쪽에 있는 C 씨에게 공을 치니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해야하는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불구속 기소된 캐디 B(여, 31)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판결문은 "피고인 A 씨는 공을 치기 전에 앞쪽에 사람이 서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친자매처럼 3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관계로 봄날 첫 라운드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에서 연간 50명 이상이 라운드 또는 직후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다. 물론 생활 습관병(성인병)에 의한 심장질환 및 뇌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포함한 숫자이다. 하지만 타구 사고, 익사 사고, 카트 사고, 낙뢰 사고로 의한 사고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사고가 골퍼들의 안전 의식 부재와 골프장측의 안전의무 소홀, 그리고 응급처치 능력 미비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골프는 기다림의 미학을 완성하는 스포츠다
골프를 기다림의 운동 혹은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이는 단순하게 앞 팀의 플레이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골프의 특성인 기술적, 심리적, 여백들이 기다림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심판이 없다. 오직 자신이 결과를 기록하는 게임이다. 성급하게 좋은 결과를 바라거나 조바심을 내는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골프공과 골프채는 동반자의 골프 수준이나 나이를 모른다. 골퍼가 기대하는 곳으로 골프공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친대로 날아가는 운동이다. 헛스윙, 뒷땅, 토핑, 하이볼, 슬라이스나 훅 등 모든 미스샷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 결국은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덤빈 결과물인 것이다.
골프의 핵심은 철저한 기다림의 미학이다. 골프공을 보낸다는 의미보다 때려야겠다는 생각에 ‘탑 오브 스윙(Top of swing)’에 도달하기 전에 클럽을 끌어내리면서 미스샷을 유발하는 것을 포함한 전반적인 골프에 적용되는 부분이다. 아마추어가 영원히 백돌이, 보기 수준으로 머무는 것도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결여된 성급함과 조급함 때문이다. 골프(스윙)의 완성은 완전한 기다림의 결과라고 한다. ‘기다림(待)’이란 시기나 날을 맞이하기를 바라고 일정한 시간을 참고 견디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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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거리서 친 골프공에 동반자 사망…골퍼·캐디 검찰 송치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시의 OO골프장에서 B(여, 60대) 씨가 골프공에 맞아 숨졌다. 이날 B 씨는 A 씨 등과 함께 골프를 즐기던 중 A 씨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채 4m가량 뒤에서 친 공에 맞아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숨졌다. 사인은 공이 머리를 직격하여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이었다. 일행 3명과 함께 골프하는 중 B 씨가 먼저 공을 친 후 다시 연습 스윙을 하는 줄 알고 근처(옆쪽)에 있다가 다시 친 두 번째 공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캐디 C 씨는 사고 장소에서 떨어진 카트에서 골프채를 정리하고 있었다. 경찰은 골퍼 A 씨와 캐디 C 씨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을 친 골퍼와 캐디가 과실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
이 사고로 절친의 동반자가 사망하였다. 이는 무엇보다 골퍼의 안전불감증이 문제였다.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때로 골프공이 날아온다고 위험을 경고하거나, 앞 팀이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하면 이를 잘 따르지 않는 골퍼들도 있다.
일부 몰지각한 골퍼는 “골프공이 머리에 맞으면 머리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골프공이 깨진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구의 한 체력단련장에서 필자가 친 골프공이 나무에 맞아 뒤로 튕겨나오면서 함께 라운드하던 여성 동반자의 얼굴 광대뼈를 맞혀 여러 바늘을 꿰맨 경우도 있었다.
늘 안전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골프 안전 전도사도 이럴진대 동반자가 불의의 안전 사고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는다면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겠는가.
기다림은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이다. 어떤 일이든 기다림의 과정 없이 획기적인 성숙함을 바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특히 골프에서 ‘느림의 미학’은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 자연의 시간, 즉 여유를 누리며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철학적 태도를 말한다. 골프는 단순히 행동이 느린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동반자와 함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갖고 내면을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골프에서 느림의 미학은 더 잘하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골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유유자적(悠悠自適,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평온한 삶)의 자세이자 행동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것이 골프의 매력인데 느림이 아닌 ‘빨리 빨리’에만 몰두하다 보면 모든 게 허사로 끝날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느림의 미학을 종종 볼 수 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와 같은 문구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안전 캠페인 슬로건이다.
이는 속도 제한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제동거리를 줄여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한 안전한 교통 문화를 강조하는 슬로건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이유
국내의 많은 골프장들이 산악지형에 조성한 탓으로 급경사, 급회전, 낭떠러지에 페이웨이 폭이 좁고 업다운(Up & Down)이 심한 편이다. 또한 팀 간 출발 시간이 비교적 짧아 앞뒤 팀 간 간격이 가까워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다.
또한 골프 내기에 몰두하거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골퍼의 안전불감증에 캐디의 불친절과 서비스 정신의 실종, 여기에 사고 예방 대처 능력의 부족과 사고 발생 시 응급 처치 능력 부족으로 안전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또 사고 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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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골프장 카트 연못 추락사고 운전 골퍼 결국 사망 지난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OO골프장에선 50대 A 씨가 몰던 카트가 경사로에서 급하게 후진하다 코스 안의 인공 연못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주변 골퍼들이 튜브를 던져 A 씨와 동승자 B (여, 50대)씨를 구조하였다. A씨는 맥박과 호흡이 없는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출동한 닥터 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병원에서는 자발순환회복 및 체외막 산소공급장치를 이용해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캐디를 동반하지 않은 A 씨는 운전미숙으로 연못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그는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장에서 카트 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카트 운전에서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면 이런 안전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골퍼는 왜 안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골프장 카트의 현대화와 장비(드라이브 등)의 성능 개선으로 진행의 속도감과 골프공의 빠른 스피트가 사고 발생시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옆 홀에서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실명한 피해자까지 발생하는 현실에서 안전사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최근 캐디들의 사고방식이 자유로워지면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고 편리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신세대 감각이 사고 발생의 요인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골퍼 자신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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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없이 카트 운전하던 50대 카트 전복사고로 숨져 충북 OO골프장에서 캐디 없이 골프를 즐기던 A(56) 씨가 동반자가 몰던 전동 카트가 넘어지는 전복 사고로 숨졌다. 카트를 몰던 동반자가 오르막길을 가다 조수석에 있던 과일이 떨어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가파른 오르막·내리막 코스의 산악형 골프장이 많은 데다 노캐디 골프장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골프장 카트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캐디 제도는 라운드 비용을 줄이고 싶은 골퍼와 지방을 중심으로 캐디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골프장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골프 대중화 측면에서 노캐디제는 장려해야 할 사안이지만 캐디는 안전요원 역할도 하고 있기에 골퍼 본인도 안전사고 예방의 경각심을 갖고 자동차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저속으로 조심하여야 한다. |
우리의 삶은 출발점이나 목적지가 아니라 그 사이의 여정이다(데이비드 발다치)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찾는 ‘슬로우 리빙(Slow Living)’은 경쟁적인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재의 순간을 즐기며 여유를 가지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골프에서 ‘빨리빨리’ 문화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돕는 순기능도 있지만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역기능이 더 많은 것이다. 이는 경기 흐름(Pace of Play)에 도움을 주는 만큼 골프 경기의 질 저하와 안전사고 증가 등 다양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잃은 타수를 만회해야겠다는 조급함, 동반자를 꺾어야겠다는 경쟁심, 역시 골프를 망치게 하는 원인이다.
골프는 신중함이 필요한 운동이면서 기다림을 실천하는 것이다
3월부터 골프를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윙 속도부터 줄여보도록 하자. 골프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 아니다. 바쁜 사람이 주말이나 휴가를 통해 대자연 속에서 다섯 시간 남짓의 여유를 즐기며 재충전하는 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남는 것이 시간 뿐이라 골퍼가 매일 골프를 친다면 골프에서 무슨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느림의 미학이란 조용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내공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허겁지겁 골프장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샷을 휘두른 다음 오늘도 망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느림의 의미를 모르는 골퍼들인 것이다.
골프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면서 올해의 골프를 시작하도록 하자
나이가 들어도 실력이 줄지 않으면 최상의 골퍼다. 골프, 실력 향상은 아니라도 현상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어느 나이에 시작하더라도 골프 실력은 늘어난다” “골프공은 내 나이를 모른다”는 얘기는 구호에 불과할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골프를 하고 싶다면 거창한 것보다 일상을 무엇으로 채울지를 고민하면 된다. 그리고 나면 건강이 우리에게 시간을 줄 것이다. 작년에는 무엇 때문에 늘 쫓기듯 골프를 하였는지 원인을 분석해보자. 올 3월부터는 스윙도 마음가짐도 느림의 미학에 빠지도록 바쁜 세상 속, 느린 삶(Take a Pause – Slow Living)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사람(동반자)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골프에 접목하도록 노력하자.
“힘 빼고 서서히 스윙하라. 볼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샘 스니드)
이원태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