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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 제도 미비해 피해 우려 확산...-정치권, 관련 법안 제정에 나서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도 구성

-‘깜깜이 상장’에 투자자 보호 장치 없어

 

[경제기획특집]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이어지면서 피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 규모가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외 주식 거래를 넘어설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거래소에 상장을 맡겨 상장 심사도 허술하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규정 등 사후관리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는 등 한마디로 엉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거래소에선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려고 해도 바꿔주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일부 거래소는 가상화폐 투자를 명목으로 유사수신 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에따라 정치권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당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돌입했다. 정부도 지난 달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대진 편집국장 

 

 

하루 거래 24조 규모 가상통화, 개인투자자 코스피와 코스탁 합친 국내 주식투자 규모 앞질러

 

가상통화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은 지난 4월 15일 오후 기준 원화 거래(KRW)를 지원하는 14개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이 216억3126만 달러(약 24조1621억 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3월 하루 평균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은 각각 9조4261억 원, 9조7142억 원이다. 
업계 추정대로 가상통화 거래의 대부분을 개인이 차지한다고 보면, 개인들의 일일 가상통화 투자 규모(약 24조1621억 원)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주식 투자 규모(약 19조1000억원)를 넘어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2월25일까지 4대 가상통화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7조946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금액(9759억 원)의 8배를 넘는다.


제도가 시장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각종 부작용 발생

 

반면 제도는 시장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거래소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책임을 시중은행이 맡고 있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당국이 구체적 조건이나 기준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계좌 발급 여부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평가해야 한다. 해당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이 입출금 계좌 발급을 꺼리는 군소 거래소들이 갑자기 폐업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다.
최근 해외 송금과 관련해 은행 영업점이 겪는 혼란도 제도 미비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지점으로 ‘가상화폐 관련 해외 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인 미화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내용이다. 
해외 송금액이 급증한 이면엔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법령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직원의 자의적 판단 아래 거래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민원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들과 비대면 회의를 통해 “해외 송금 관련,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금감원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공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상장 여부도 민간거래소가 서류 제출받아 심의하고 자체 결정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도 관련 법규나 가이드 라인이 없다. 통상 코인을 발행하는 ‘코인 재단’이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면 거래소가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성, 재단 투명성 등을 확인한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민간 가상화폐 거래소가 상장 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한 거래소는 재단의 프로젝트 백서(사업 계획서), 기술 검토 보고서, 토큰 분배 계획서, 규제 준수 확약서 등의 서류를 제출받아 내외부 전문가 5명 안팎으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가 이를 평가한다.
그러나 상장심의위원회도 재단이 제출한 서류를 보고 평가할 수 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재단이 코인 상장 가격과 분배 물량, 공시 등을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지적이 다. 대개 재단의 상장 신청을 받은 뒤 심사와 계약을 거쳐 실제 상장에 이르기까지 1, 2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자기자본 규모, 매출액, 감사 의견 등 최소 9가지 심사 기준을 충족하고 6개월 이상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국내 대형거래소, 거래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느라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잡코인까지 상장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름도 채 알려지지 않는 온갖 가상화폐들이 상장되고 있다. 그야 말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잡코인들이 상장되고 있는 것이다. 
4월 25일 현재 국내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에는 178개, 빗썸에는 174개, 코인원에는 188개의 가상화폐가 상장돼 있다.
반면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는 국내의 3분의 1 수준인 58개 코인이 상장돼 있다. 유럽 최대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는 21개,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5개 코인만 상장돼 있다. 국내 거래소와는 딴판이다. 이는 국내 거래소들이 거래 수수료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상장을 늘려야 수입이 늘어난다. 인력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상장 코인은 너무 많아 관리가 힘들다. 
거래소 상장 이후 사후 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공시 규정도 없다. 허위 공시를 해도 적발하기도 어렵고 처벌하기도 어렵다. 주식상장처럼 상장 규정 등에 대한 부분이라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달만에 3천만 원 투자금 중 절반 날린 사례도 있어

 

지난 3월 초 가상화폐에 3천만 원을 투자한 30대 중반 강 모 씨는 두 달만에 투자금 절반을 잃었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된 잡코인을 골라 샀는데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거래소가 작전 세력과 손잡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실제 한 거래소 대표는 수억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받고 특정 기업이 발행한 코인을 상장해주고 거래 편의를 봐준 혐의로 올 1월 대법원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거래소는 한때 국내 거래 규모 4위였다.
국내에 난립한 200여 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마구잡이식 ‘코인 상장’ 시스템이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겉은 암호화폐 거래소, 속은 다단계…경찰, 압수수색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4월 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 암호화폐거래소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 22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면서 암호화폐 투자를 명목으로 유사수신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대표 이모 씨 등의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등 혐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월 이 거래소의 범죄 연루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 거래소는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600만 원짜리 계좌를 최소 1개 이상 개설하도록 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회원 4만여 명으로부터 1조7000억 원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상자산에 투자해 수개월 내로 배당금 1800만 원을 보장하겠다” “다른 회원을 데려오면 소개비 120만 원을 주겠다” 등의 말로 회원들을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대로 수익이 지급되기도 했다. 이 수익금은 나중에 가입한 회원의 투자금을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수익 명목으로 준 일종의 ‘돌려막기’ 수법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입금된 돈 가운데 대부분이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불법 다단계 사기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업비트’서 사기당한 가상화폐 투자자, 피해보상 길 열릴까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투자자 보호책을 내놓으면서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이 피해액 일부를 보상받을 길이 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100억 원을 투자해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가상화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센터에 신청하면 피해금 일부를 지원받고 법률 상담을 할 수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액 중 일부를 지원해줄 계획이다. 지원 대상을 업비트 고객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대상을 좀 더 확대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또 가상화폐 사기 유형을 분석해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가상화폐 연구도 진행된다. 두나무는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을 위해 이번 센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코인 광풍 3년째인데 주무부처는 어디...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서로 주도권 다툼 끝 결국 금융위원회가 맡기로 결정


가상화폐 관리를 둘러싸고 기재부와 금융위가 줄다리기를 해왔다. 가상화폐를 화폐 기능이 있다고 보면 기재부가, 사업자의 유사수신행위를 규율하려면 금융위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그간 당정청 협의회 등을 거쳐 지난 5월 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자산) 관리 주무 부처가 금융위원회로 정해졌다. 그간 금융위는 가상화폐 매매는 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융 당국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왔고, 이에 각 부처가 관리 책임을 미루는 혼돈이 이어져 왔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향후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은 금융위가 주관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발전·산업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

주무부처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정부는 기존의 대책을 재강조했을 뿐 새로운 관리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이미 예고한 대로 오는 9월24일까지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는 은행 입·출금 계좌 신고 절차를 마치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신고 말소 등 폐쇄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거래소 신고 관련 컨설팅을 지원하고 신속 신고를 독려할 예정이지만, 시중은행들은 거래소와 연루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어 실명계좌 발급에 난항이 예상된다. 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가 가상화폐 주무를 맡은 만큼, 향후 신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가 변수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업자는 60여개사로, 20개사가 ISMS(보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곳은 업비트(두나무), 빗썸(빗썸코리아), 코빗, 코인원 4곳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인력 충원, 조직 개편 등 시작

 

한편 금융위원회가 업비트와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게 되면서 인력 충원, 조직 개편 등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시작됐다. 협의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금융위 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관리할 조직이 구성될 전망이다.

5월 3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와 행정안전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관리·감독할 기구와 인력 보강 문제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발표 시점 즈음부터 금융위와 행안부가 인력과 조직 개편 문제를 놓고 협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암호화폐를 담당할 부서 신설 등을 위한 협의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 ‘가상자산업법’ 발의, 가상자산 정의부터 사업자 의무 등 규정

 

지난 5월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정)은 민형배 박홍근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6일) 대표발의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소개했다. 
이들은 “가상자산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시장을 정확히 규정해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자고 했다. 법안에는 김태년 전 원내대표 등 중진뿐 아니라 초·재선 등 총 20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가상자산업법안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또 가상자산거래업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며 가상자산보관관리업자 등은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했다. 가상자산업자의 불공정 행위 등을 금지하고, 가상자산업자에게 이해상충 관리 의무와 설명 의무, 본인확인 의무 등을 부여하는 한편 이용자의 가산자산예치금은 사업자 고유재산과 별도로 예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을 더 이상 외면할 게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이 법안은 건전한 시장질서 정립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5월 6일 하루 기준으로, 원화를 취급하는 14개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대금은 무려 44조7000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 거래대금 3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용자 피해 역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등에서도 제도를 정비했다. 우리도 이에 발 맞춰 해킹·시세조종 등을 방지하고 투명한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이 법안으로 정부의 책임 문제도 명확히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처에서도 (법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향후 정무위에서도 그렇고, 기재위도 협력해서 보다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가상화폐 관련,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키로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