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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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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에 주목하자

 

 


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에 주목하자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가 근로자의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8,720원보다 440원(5%)이 올랐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오는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올해도 순탄치 않았다. 근로자위원측과 사용자위원측의 의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양측의 의견 차는 당연하다. 한쪽은 더 받고 싶어하고 한쪽은 덜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 둘 간의 의견 차를 좁혀 합의점을 찾아내는 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이자 존재 목적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측은 원하는만큼 인상하지 못했다고, 사측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인상폭이 컸다고 불만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근로자들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逆說)’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에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보면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런 법 취지와는 다른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는 이익이다. 같은 노동을 하고 그 댓가를 많이 받으면 당연히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사용자는 반대다. 똑같은 성과를 내는 데 더 많은 댓가가 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주자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했다. 그것도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20대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문제의 심각성이 거기에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사업자는 근로자 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등 취약 일자리가 줄어든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사업주가 늘어난 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탓이다.  
그렇게 되면 줄어든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때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일할 수 밖에 없다. ‘울며 겨자먹기’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는 20대 청년근로자가 작년 사상 최고치(18.4%, 62만 7000명)를 기록했다.
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사업주와 사전 합의했거나 일자리를 잃을 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근로자와 합의 여부에 무관하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작년 최저임금 미지급 관련 분쟁 건수는 2859건이나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쓰는 자영업자는 매년 6월 기준으로 작년이 128만 명으로 1990년 118만 600명 이후 31년만에 최저였다. 2020년엔 136만 6천명, 2019년엔 153만 6천 명, 2018년엔 166만 2천 명이었다.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또한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민의 힘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6월 기준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근로자는 올해 130만 5천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6.2%로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107만 7천 명(5.3%), 2019년 111만 8천 명(5.4%), 2018년 93만 6천 명(4.6%), 2017년 73만 6천 명(3.7%)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사업주는 1주일마다 하루치 임금(주휴 수당)을 더 줘야 한다. 이를 아끼기 위해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나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근로시간이 줄어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제가 잘 돌고 사업주도 인상된 최저임금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만 되면 최저임금은 인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은 정치 논리에 많이 좌우돼 왔다. 순수하게 노동 공급과 경제 상황에 맞게 이뤄지지 못했다.
앞으로는 목소리 큰 쪽의 논리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을 할 게 아니라 노동 공급과 경제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도 지역이나 업종별로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지역별, 업종별로 다르게 결정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해 보길 바란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를 위하고 사업주에도 큰 충격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도 살고 사업주도 산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