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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전문변호사와 살펴본 현 시대의 유류분 제도

 

지이코노미 한지은 기자 | 유언과 유류분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어떠한 유언도 형식만 갖추면 인정하도록 자유를 주어놓고도 유류분 청구를 거부할 자유는 없으니 말이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 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본래 이 법은 조선시대는 물론 제정 민법 당시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나 민법이 1977년 12월 31일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되며 도입됐다.

 

사실 당시에는 자녀수가 많아 상속이 지금보다 더욱 공평하지 않았다. 장남 위주 상속으로 인해 차남, 특히 장녀, 차녀 등은 한 푼의 상속재산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상속인 또는 근친자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해 일정한 형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가 등장하게 된 것.

 

실제 도입 당시 유류분은 법정상속에서 남녀평등의 요청이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보완장치로서 주장되거나 여권신장,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의 청산 보장 등을 근거로 하면서 가부장적이고 남녀차별적인 일부 세대의 상속 관념을 개혁하고자 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유류분 제도 도입 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별로 되지 않았는데 불과 10년 전에는 일 년에 452건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되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법원에 접수된 소송건수는 1444건으로 무려 219% 증가, 그만큼 유류분 확보에 더욱 치열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유류분은 어떠한 위치에 있을까.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의 도구라기보다 공동상속인들 사이 분쟁의 불씨로 여겨지는 면이 크다. 이에 또 한 번 현실반영의 목소리를 키우게 됐다. 관련해 법무부가 지난해인 2021년 11월 9일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만약 해당 내용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배우자나 부모, 자식이 없이 사망한 사람의 형제자매가 고인의 생전 의사와 상관없이 재산 중 일부를 상속받을 수 있던 권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민법’상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 부모·조부모(직계존속)은 상속 1·2순위를 부여 받는다. 상속 분쟁 대부분은 망인의 자녀·배우자 등 공동상속인 사이에 벌어진다. 처자식 등이 없는 망인의 경우 그 형제자매에게 법적 상속분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 2020년 기준 한국사회 1인 가구 비중은 31.7%에 이른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망인이 미혼 또는 이혼한 독신자인 경우에도 상속 분쟁들이 의외로 많다. 그중에 망인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 등에 모든 재산을 상속하고 싶어도, 생전 연락이 끊겼거나 불화 관계에 있던 형제자매까지 법적 상속분을 주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여론은 “극단적인 핵가족화로 인해 형제자매의 경우 상속 시 유류분을 인정할 만큼의 유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입법예고”, “유류분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받는 망인의 재산처분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순기 변호사는 “대법원 역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 있어 보다 현실적인 판결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일례로 2021년 9월에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들에게 각각 다른 금액을 증여하고 사망한 경우, 자녀들의 유류분을 계산할 때에는 실제 상속받은 이익 등 구체적인 금액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같은 경우 순상속분액을 판단함에 있어 유류분권리자의 특별수익까지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처와 딸을 배제한 장자 중심의 상속문화 등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 비춰보면 지금도 여성의 상속 등에 있어 권리를 보호해주는 제도로서 의의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더불어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는 유류분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서,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면 폐지보다는 여성 및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형태의 보다 유연한 유류분 제도로의 개정이 바람직한 방향성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유류분 제도 자체가 시대흐름 앞에서 격하게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현재, 혹은 향후 유류분 분쟁으로 법률 조력이 필요할 상황이라면 촉각을 세우고 변화될 유류분 제도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법률전문가와 함께 사안을 검토,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은 필수이다. 법,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쉽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