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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프로의 Golf-Soma Sapiens] 수요·공급 논리에 오히려 높아지는 진입장벽

 

회원들이 라운드를 가자고 하면 때로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을 때가 있다. 예전처럼 흔쾌히 일정을 잡기에는 부킹부터가 어렵고, 그 비용마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필드 레슨은 더 그렇다. 그린피가 너무 비싸니 거기다 레슨비를 안내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입문부터 지금껏 그들이 필드에 서는 날만을 생각하며 땀 흘린 모습들을 옆에서 봤기 때문에 더 그렇다. 수요·공급 논리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WRITER 양이원

 

 

“프로님. 저도 이제 필드 나가고 싶은데,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정규코스는 1인당 25만 원에서 45만 원 수준인데, 필드 레슨비와 부대비용이 추가됩니다. 코로나19 이후 그린피가 오른 데다 부킹도 조금 어려워졌어요.”

 

“아! 좀 비싸네요. 사실 골프채도 부담됐는데, 연습만 하면 의미 없으니…”
“그러게요,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갈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올해 25세인 한 회원과 최근에 나눈 실제 대화다. 선생인 나 자신이 괜히 미안할 정도로 요즘 필드 나가는 게 만만치 않다. 충분한 수입으로 주 1회 이상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와 달리, 한 달에 한두 번 필드에 나가는 골퍼들에게 몇 년 새 불어난 비용부담이 어떤 영향을 줄지 골프를 먼저 한 골퍼로서 그리고 골프업계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스럽다.

 

  열정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장(필드)이 아닌 별도의 골프연습장에서 훈련하면서 간헐적으로 골프장(필드)에 나가는 독특한 스포츠다.

 

그래도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동반자의 ‘굿샷’ 소리는 골퍼의 마음을 춤추게 하고, 긴 퍼트가 ‘땡그랑’ 들어가면 차오르는 쾌감과 세상 다 얻은 것 같은 우쭐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글이며 홀인원의 벅참은 또 어떠한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30만 평(18홀 기준 평균)의 대자연에서 그야말로 향연을 벌인다.


그 안에서는 세상 시름도 잠시 놓을 수 있다. 실력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동반 게임이 가능하니 골프는 사람들의 열정과 손을 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골퍼들은 업무로 지치고,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가 땀 흘린다. 요즘 같은 혹서기에도 연습장이 열려있는 한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바로 열정이다. 그렇게 수많은 열정들이 골프 인구를 꾸준히 증가시켰고, 프로 경기는 기업마케팅의 인기스포츠로써 산업적으로도 상당한 위상을 만들어냈다.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골프 인구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연령대도 많이 낮아지는 것을 현장에서 더욱 체감하고 있다. 그럼 우리 골프업계는 이 뜨거운 열정들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다행히 레슨과 골프연습장은 4차 산업기술 덕에 매우 다양한 채널로 제공되며 레슨 실력을 더 늘리기 위한 프로들의 노력도 꾸준하다. 골프용품과 의류 시장도 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가격과 기능 그리고 디자인 등 다양한 스펙으로 나오고, 중고시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소위 손님을 맞을 준비는 한창인 시점이다.


반면 정작 가장 중요한 골프장(필드)은 최근 코스환경이나 서비스 향상과 관계없이 코로나19 특수만으로 각종 비용을 인상하고 있어 골퍼들의 열정이 대단한 만큼 불만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냉정  
골프장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니 아쉽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필드 라운드가 부담스럽대도 어쩔 수가 없다.


우리나라 골프장이 100개도 안 되던 시절에는 골프장 예약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쉽지 않았고 비용도 상당했다. 그러나 서서히 골프장이 늘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변화됐고, 골퍼들은, 코로나19가 세상을 뒤덮기 전까지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통해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도 마음껏 필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는 어떠한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하나만으로 이 짧은 기간에 모든 비용이 올랐다. 그린피, 캐디피뿐 아니라 카트비에 식음료비까지 비용을 치러야 하는 모든 게 계속 오르고 있다.


이 ‘비용인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무턱대고 비용만 낮추자는 게 아니다. 어떤 산업이든 지속 성장이라는 보증수표를 받아 놓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산업 차원에서 기존 고객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압도적 초저출산 국가다. 만성 저출산 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이 1.32인데, 우리나라는 0.84(2020년)다.

 

한동안 일본도 경기불황과 함께 발생한 주거 문제와 비싼 통행료 등 개인차량 이용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가 골프를 외면하면서 2,500여 개에 달하는 일본 골프장은 2000년대 초부터 약 5년 동안 400개 이상 도산했고, 1,500만 명이었던 골프 인구도 반 토막이 났다. 또한, 전 세계 32,500여 개 골프장의 절반에 가까운 골프장을 가진 미국도 지난 10여 년간 800여 개의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발로 뛰는 골프 강국들
일본은 지금 골프 인구 증가를 위해 국가적으로도 장려하고, 70% 이상의 골프장이 노캐디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예약제로만 캐디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로 인한 접근성과 경제성 개선은 알면 알수록 부럽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1,000여 개의 골프장이 있는 골프의 천국, 캘리포니아에는 가장 비싼 그린피를 자랑하는 페블비치 퍼블릭 코스(500달러)도 있지만, 대부분 10~50불 정도의 골프장이 대부분이며, 보통 거주 지역에서 10~30분 거리 이내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코스관리 차별화는 물론 카트, 그늘집, 프로샵 운영도 그 비용과 운영방식에서 한국의 사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중요한 건 이는 모두 고객유치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비싼 비용을 들여야 골프를 즐길 수 있지만, 젊은 세대와 특히 여성이 골프에 관심이 높아져 골프 인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앞선 ‘열정’ 부분에서 언급한 업계의 환경을 고려할 때, 골프에 입문하고 연습하는 데에 대한 진입장벽은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이다.


남은 역할은 골프장의 것이다. 골퍼들은 결국 실제 골프장(필드)에 나가면서부터 골퍼로서 이 비용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소비할 동력과 실력향상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골프의 호황기를 지속하고 싶다면 그 어느 곳보다도 골프장(필드)에서 행복을 느끼고 비용에 걸맞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껴야 한다.

 

만약 그렇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골프 전도사’가 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말인즉슨, 골프 전도사는커녕 ‘안티 골프’ 또는 ‘골프 테러리스트’가 된 채로 떠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열정과 냉정 사이  
일본에 초청받아 갔던 때의 일이다. 특별히 VIP들과 프로암을 하는데, 모르는 앞 팀 아마추어들이 티박스마다 ‘발연 골프공(공을 치면 연기가 나오는 이벤트 제품)’으로 시타를 날리면서, 14분 간격의 tee-off가 만들어 준 여유를 한껏 누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선수 시절에는 대회 후 말레이시아에 종종 체류했었는데, 소속 투어 카드를 제시하면 빈타임을 무료로 제공해 라운드할 수 있게 해주는 골프장들마저 있었다.


골프장이 골퍼들을 대할 때 당연히 추구해야 할 ‘수익성’의 관점만큼 골프 스포츠를 통한 휴식과 스포츠맨십 등의 ‘문화적’ 관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관점은 소비자를 골프장으로 초대하는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억울한 골프장도 분명 있다
물론 골프장 입장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토지매입에 코스와 부대시설 포함하여 1천억 원 가까이 필요한 18홀 건설비용을 비롯해 새벽부터 종일 잔디를 열심히 관리해도 기후 변화와 높은 이용률로 완벽한 코스관리를 한다는 게 사실상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린피에 붙어 있는 각종 세금도 여전하다. 반면, 미국은 땅값과 토목공사비가 저렴해서 100억 원 정도로도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다. 요컨대 모든 골프장이 저렴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라운드를 하고 나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도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와 가격시스템이 존재하여, 각기 다른 골퍼들의 열정과 설렘까지 모두 소화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하는 바람이 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내 캐디 시스템도 소비자의 측면에서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짧은 tee-off 간격 및 OB가 많은 골프장 특성상 게임 진행에 문제가 예상된다면, 현재의 캐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되 캐디의 역할을 게임 진행과 카트 운행 정도(드라이빙 캐디)로 국한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도 골프의 가치와 철학, 룰에 부합되는 방안이다.


추가적으로 골프선수아카데미나 로우핸디캡 증명서 제출을 통해 노캐디 시스템을 병행하는 제도도 생각해볼 만하다.


또한, 특정한 나이 이하 또는 청년 직장인에게 골프장 자체적으로 비용 혜택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고, 생활체육으로서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정부 차원의 세제 개선도 요구된다.

 


클럽 나인브릿지 정도라면 
모든 골프장이 다 저렴해지면 되겠느냐고? 아니다.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골퍼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프리미엄 골프장도 존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문 코스는 제주의 클럽 나인브릿지다. 2001년 개장 전부터 세계 최고를 목표로 골프코스를 만들고 관리했다. 그 결과 나인브릿지는 세계 100대 골프장 23위(2018년), 아시아 100대 골프장 1위(2020년), 국내 10대 골프장 1위에 랭크(2022년)됐다.


CJ 계열사의 한 임원과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라운드한 적이 있다. 주말인데도 앞뒤로 팀들이 보이지 않아 캐디에게 ‘하루에 몇 팀이나 받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주중에는 하루 30팀 정도 받고, 코스관리를 위해서 화요일은 휴장합니다. 겨울 휴장도 길고요. 그나마 주말에는 평일보다 예약을 더 받는 거예요.”


마치 마시멜로처럼 폭신한 페어웨이가 일품인 이 아름다운 코스를 위해서라면 지불하는 비싼 그린피를 아깝게 여기는 골퍼가 얼마나 있을까. 여건만 허락한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해외여행을 선물하듯 이 코스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들의 열정, 계속 이어줍시다
“회원님, 필드 나갑시다.” 서두에 대화를 나눴다고 했던 회원에게 필자가 건넨 말이다. 결국, 노캐디로 레슨비 없이 정규 9홀을 치고 오는 것으로 그의 첫 라운드 일정을 만들어 줬다. 18홀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이 ‘어여쁜’ 초보 골퍼의 열정을 끊는 일 없이 기분 좋게 라운드하러 나갈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다. 선생으로서, 골프선배로서. 그리고 같은 골퍼로서!